"어이~" … 뱃사공을 부르는 그 소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회마을 뱃사공① / "달라졌지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은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안 돼. □□은 웃어른에게 말을 함부로 하고 어구씨다(억세다)…그래, 올해는 가찹게(가까이) 사는 ◯◯에게 맡기면 어떨지?" 그 옛날 나룻배가 바깥세상과 중요한 소통수단이었던 안동 하회(河回)마을. 그래서 뱃사공의 소임을 정하는 일은 중요했고 이처럼 갑론을박 하기가 일쑤였습니다.

뱃사공은 하고 싶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의 의견이 모아져야 했습니다. 덧붙이면 류(柳)씨 집안의 의중을 말하는 것입니다. 하회마을에서 뱃사공은 타성바지의 몫이었지만 이를 정하는 주체는 어디까지나 류 씨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해 가장 큰 모임인 정월 대보름 동회의 일 중에는 1년 동안 나룻배를 몰 뱃사공을 정하는 일도 들어 있었습니다.

하회 나루터
하회 나루터

‘어이~’. 지금은 어디서도 이런 말을 들을 수 없지만 20~30 년 전만 하더라도 젊은이조차 뱃사공을 이렇게 부르는 경우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마을에서 심사숙고해 정하는 뱃사공이지만 대접은 영 시원찮았던 모양입니다. 뱃사공의 자리를 미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일상의 고달픔이 뒤따랐음은 당연할 테지요.

초등학교에서 조차 사라진 직업으로 나오는 뱃사공. 그런 뱃사공을 지금 볼 수 있다면 어떨지요. 바로 지금 쯤 이었습니다. ‘하회 나루터’란 팻말이 붙어 있는 강변에 가면 나룻배 한 척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말이 되면 숲속에 숨겨두었던 삿대를 들고 나오는 그를 만나게 됩니다. 그는 이창학 님(58)입니다.

하회 나루터 뱃사공 이창학(58)님
하회 나루터 뱃사공 이창학(58)님

그는 뱃사공입니다. 농사일을 함께 하는 뱃사공입니다. 농부들이 철마다 농사월령에 따르듯이 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청명(淸明)과 함께 4월이 오면 본격적인 농사 준비로 분주해 집니다. 그렇다고 그의 농사가 많아 그런 것은 아닙니다. 20여마지기의 논 중에 절반 이상이 소작입니다.

그런 그에게 농사 준비 말고도 한 가지 일이 더 있습니다. 그 동안 매어 놓았던 나룻배를 손질하는 일입니다. 그에게는 봄부터 가을까지 운항하는 나룻배를 손질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손님을 강 건너 나루까지 안전하게 모시기 위해 벌이는 사전정비인 셈입니다.

그는 주말에만 삿대를 잡습니다. 왜 일까요. 농사일이 바쁜 탓도 있지만 그 보다는 나룻배를 이용하는 관광객이 줄은 탓이 큽니다. 최근 배로 말미암아 일어난 큰 사고 때문인지 사람들이 배타기를 더 꺼려한다고 합니다. 애초 그가 나룻배 일을 다시 맡았을 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당시 하회마을의 나룻배 일은 안동시 소관이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하회마을보존회가 관할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그는 한 달에 얼마씩 봉급을 받았습니다. 그러다가 매년 3백만 원씩을 마을보존회에 내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손님이 줄기 시작하면서 수익금을 모두 그가 가져갑니다. 수익금이 적어진 탓이지요. 그는 나룻배 사공 일로 일당을 벌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하회마을보존회의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그의 뱃사공 인연은 중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먹고살기 위해 삿대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쉰이 넘어 다시 삿대를 잡았습니다. 뱃사공 일은 생계에 짭짤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뱃일은 그에게 있어 생계형 부업이 되었습니다.

‘생계형 직업’은 40년 만에 ‘생계형 부업’으로 바뀌었습니다. 달라졌지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박창원의 인(人) 5]
두 번째 연재 '하회마을 뱃사공'①
글.사진 / 평화뉴스 박창원 객원기자


'곡주사 이모'에 이어 <박창원의 인(人)> 두 번째 연재를 시작합니다.
안동 하회마을 나루터, 그 곳 뱃사공 이창학(58)님의 이야기를 이어가려고 합니다.
하회 나루터에서 나룻배를 타 보셨는지요? 나룻배 노 저어가는 뱃사공을 만난 적 있으신지요?
사연 있으신 독자들의 글도 함께 싣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 평화뉴스
- 사연 보내실 곳 : 평화뉴스 pnnews@pn.or.kr / 053-421-6151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