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좋아 광역시~지 우리 갈 곳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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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4.20연대' 출범, '9대 요구안' 촉구..."장애인의 날, 현실의 장애인은 없었다"


"말이 좋아 광역시~지 우리 갈 곳은 없구나. 아리 아리랑..."
대구시청 앞 퍼포먼스. '질라라비 장애인야간학교' 김소희 교사는 '진도아리랑' 가사를 이렇게 바꿔
'갈 곳 없는' 장애인의 애환을 노래했다. 퍼포먼스 제목은 "차별 없는 도시, 대구를 선포하라"였다.

질라라비 장애인야간학교 김수미 교사의 퍼포먼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질라라비 장애인야간학교 김수미 교사의 퍼포먼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장애인차별철폐'를 외치는 연대기구가 올해도 닻을 올렸다.
'장애인지역공동체'와 '함께하는 장애인부모회'를 비롯한 지역 28개 시민사회단체는 4월 7일 오전 대구시청 앞에서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 출범을 알렸다. 장애인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100명가량이 참석해 "대구지역 장애인들의 9대 생존권 요구안"을 대구시에 촉구했다.

<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 > 출범 기자회견(2010.4.7 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 > 출범 기자회견(2010.4.7 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이들은 출범선언문에서 "4월 20일 단 하루, 정작 당사자들은 원치 않는 위선적 사랑을 퍼부으며 언론의 주목을 받게 한다"면서 "하지만 그들이 만들어 놓은 억압의 굴레 속에서 고통 받고 있는 현실의 장애인은 없었다"고 성토했다. 또, "해마다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이라는 이름으로 치열한 투쟁을 해왔으나 여전히 대구지역 12만 장애인의 생존권은 위태롭기만 하다"면서 "대구시가 생존권 요구에 답을 하지 않으면 우리의 힘으로, 장애인들의 대중투쟁으로 그 답을 만들어가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박명애 상임공동대표
박명애 상임공동대표
이어, ▶장애인보득보장.장애인수당 현실화 ▶장애인 자립생활.주거권 전면 보장 ▶장애인의 탈시설 권리 전면 보장 ▶장애인 사회서비스 공공성 확보 ▶발달장애인 권리보장과 지원체계 마련 ▶장애인 이동권.접근권 전면 보장 ▶중증장애인에 대한 보장구 전면 지원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실효적 집행력 확보를 위한 특단의 조치 마련 ▶실질적인 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조례 제정을 포함한  '대구지역 장애인생존권 9대 요구안'을 제시했다.

'420연대' 박명애 상임공동대표(장애인지역공동체 대표)는 "대구시가 장애인 정책을 내놓지만 피부에 와닿는 건 아무 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노금호 집행위원장은 "오는 6.2지방선거에서 사회적 약자, 사회적 취약계층의요구가 알려지도록 하자"고 말했다. 

대구시 윤정희 장애인복지담당은 "차별에 해당하는 부분은 개선하고 지원이 필요한 부분은 예산을 검토하겠다"면서 "장애인들의 요구안이 오늘 민원실에 접수된만큼, 4월 20일까지 2-3차례 만나 실현 가능한 부분을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장애인들의 요구안 가운데는 정부가 먼저 기틀을 마련하고 전체 예산을 짜야 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윤 담당은 말했다. 

이날 출범식에서 단체 대표들은 '장애인 주거권' 문제에 가장 큰 목소리를 냈다.

(왼쪽부터)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홍혜주 부회장, 주거권실현을위한대구연대 정용태 대표, 공공서비스노조대경지부 손소희 사무국장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왼쪽부터)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홍혜주 부회장, 주거권실현을위한대구연대 정용태 대표, 공공서비스노조대경지부 손소희 사무국장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함께하는 장애인부모회' 홍혜주 부회장은 "장애인들을 모아놓기만 하고 그들이 어떻게 사는 지는 관심 없다"면서 "장애인 복지시설보다는 부모님이 있는, 늘 익숙한 지역사회에서 장애들이 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거권 실현을 위한 대구연합' 정용태 대표도 "주거 문제 해결 없이는 탈시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대구시는 시설에서 나온 장애인들을 위해 집을 마련해 임대하는 방식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공공서비스노조대경지부' 손소희 사무국장은 "한 마디로 '시설'은 없어져야 한다"면서 "비용이 들더라도 장애인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어우러져 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한편,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는 7일 출범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오는 17일에는 문화제를, 20일에는 '장애인차별철폐' 결의대회를 열 계획이다.

<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 > 출범 기자회견(2010.4.7 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 > 출범 기자회견(2010.4.7 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야만의 시대를 거슬러 우리의 권리를 쟁취해 나가겠다.
-2010년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 출범선언문-


야만의 역사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의 역사는 철저하게 소외와 배제, 차별의 역사였다. 그리고 이러한 야만적인 현실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이 사회가 부과하는 경쟁과 효율성의 원칙은 장애인의 속도와 고유성을 무시한 채 장애인의 문제를 지극히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해 버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장애 극복이라는 신화는 탄생하였고, 시혜와 동정으로 장애인을 대상화시키는 풍조가 만연해 왔던 것이다.
  ‘장애인의 날’은 이제껏 장애인에 대한 이 사회의 왜곡과 편견이 얼마나 심화되어 있는지, 이 사회에서 장애인의 삶이 얼마나 철저하게 감추어질 수 있는지, 한 사람의 인권이 정권과 정치인, 자본과 권력의 알량한 도덕성과 정당성의 치장물로 전락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1년 365일, 아니 평생을 골방과 감옥 같은 시설에서 숨 죽여 살게 했던 사회는 단 하루, 정작 당사자들은 원치 않는 위선적인 사랑을 퍼부으며 언론의 주목을 받게 한다. 그리고 그들의 치장된 인간성을 한껏 드높일 목적으로 ‘장애인의 날’을 성대하게 치러왔다. 하지만 그 속에 정작 그들이 만들어 놓은 억압의 굴레 속에서 고통 받고 있는 현실의 장애인은 없었다.

투쟁의 역사
  대통령과 집권여당에 의해 연말 국회에서 장애인 생존권 보장 예산이 대폭 삭감되어 날치기 통과되고, 장애의 빈곤화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었던 장애인연금법이 이름만 바뀌어 사기처럼 도입되는 이 땅에 장애인의 날이 돌아왔다.
  한 해 5조원 이상의 사상 최대치 예산을 책정하고도 장애인복지예산은 1%대를 넘기지 않는 대구, 자체사업 예산의 대부분을 장애인생활시설에 투여하는 대구, 장애수당의 비현실성을 알고 있음에도 예산이 없다는 명목으로 전체 예산의 0.2%도 되지 않는 추가지원을 중단하려는 대구, 나날이 개악되어 가는 중증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의 보장에 대해 어느 하나 고민하지 않는 대구, 자신들이 세워 놓은 이동권 보장 자치법규와 계획마저 무시한 채 행정을 집행하는 대구, 이 곳 에도 장애인의 날이 돌아왔다.
  억압하는 이들은 언제나 그렇듯 장애인들을 빌미로 자신들의 치적을 위한 한바탕 축제를 벌일 터이지만, 이러한 야만의 시대에, 폭력의 사회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2010년, 여전히 대구지역 12만 장애인의 생존권은 위태롭기만 하다. 활동보조서비스가 제도화되고, 이동권 보장을 위한 조례가 통과되고, 각 종 정책과 계획들이 수립되었지만 장애인들의 삶은 대구시의 집행의지의 부재, 복지철학의 부재, 오로지 예산에만 매몰된 행정논리로 인해 힘겹기만 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나도 답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매년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이라는 이름 아래 치열한 투쟁을 전개해왔다. 억압하는 이들이 던져주는 떡고물에 취할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의 처절한 삶을 폭로해 내고, 가장 아래로부터의 대중투쟁을 통해 우리의 권리를 쟁취해야 한다는 것을.

야만의 역사를 거슬러 우리의 권리를 쟁취해 나가자!
  우리는 올해 ‘장애인의 날’이 아닌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맞아, 흔들리고 있는 장애인들의 생존권과 보장되어야 할 생존권들을 대구시에 알린다. 이 사회와 대구시가 답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장애인들의 대중투쟁으로 그 답을 만들어 갈 것이다.
  장애인의 생존권적 요구는 말로써 보장될 수 없다.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한 의지로는 더더욱 그러하다. 우리는 우리가 인간답게 살 권리를 땅 속 깊이 쳐 박아두었던 이 야만의 역사를 거슬러, 대구시의 모든 장애인들이 인간답게, 인간처럼,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투쟁을 통해 만들어 갈 것이다!


2010. 4. 7.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
경북대학교학생연대회의, 공공서비스노동조합대경지역지부, 낮은자리,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달성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구광역시근육장애인협회, 대구대학교인권활동가모임나비, 대구대학교사회과학학술동아리역지사지, 대구대학교장애인권사수대Let's,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구장애인자립생활지원조례제정연대, 대구참여연대, 민주노동당대구시당, 민주노총대구본부, 민중행동, 빈곤과차별에저항하는인권운동연대, 사회당대구시당, 성서공단노동조합, 우리복지시민연합, 장애여성자조모임 날라리, 장애인지역공동체, 전교조대구지부, 주거권실현을위한대구연합, 진보신당대구시당, 질라라비장애인야간학교, 청암재단노동조합, 한국장애인정보화협회대구지부,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전체 28개 단체)

대구지역 장애인 생존권 9대 요구안

1. 장애인 소득보장과 추가비용 보전을 위한 장애인 수당 현실화!
  (1) 중증장애로 인한 사회적 추가비용의 보편적인 보장
  (2) 장애아동수당 추가지원 전면 실시

2. 장애인 자립생활 ․ 주거권 전면 보장!
  (1) 장애인 무상전세주택제공사업 전면실시 및 연차별 공급계획 수립
  (2) 중증장애인에게 자립생활 가정 제공 및 연차별 공급 계획 수립
  (3) 자립생활 체험홈 확충 및 연차별 공급 계획 수립
  (4) 장애인주택개조사업 전면 확대
  (5) 공공임대주택 확대 및 주거비 지원정책 실시

3. 장애인의 탈시설 권리 전면 보장!
  (1) 장애인 생활시설 확충 계획 전면 폐기
  (2) 탈시설 5개년 계획 수립
  (3) 탈시설 장애인 초기정착금 제도화

4. 장애인 사회서비스 공공성 확보!
  (1) 1급 최중증장애인․만18세미만 장애인 등에 대한 활동보조서비스 추가지원 확대 및 2-3급 장애인에 대한 활동보조 지원 확대
  (2) 실질적인 활동보조서비스 생활시간 보장 및 연차적 시비지원예산 증액
  (3) 장애인사회서비스 본인부담금 전면 지원
  (4) 활동보조인 노동권 보장 방안 마련

5.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체계 마련!
  (1) 위기상황에 놓인 발달장애인을 위한 임시주거․인적지원 등 지원 체계 마련
  (2) 발달장애인 평생교육 지원
  (3) 발달장애인 이용가능한 문화․여가시설 설치 및 확대
  (4) 소득 제한 없는 문화 바우처 제공
  (5) 발달장애인 직업재활시설 확대
  (6) 장애아동 방과후 보육지원 확대하라!

6. 장애인 이동권-접근권 전면 보장!
  (1)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맞아 장애인 접근권 보장을 위한 베리어프리(Barrier Free) 환경 구축을 전면 선언 및 예산 대폭 확충
  (2)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의 원칙적인 이행을 위한 특단의 조치 시행

7. 중증장애인에 대한 보장구 전면 지원!
  (1) 중증장애인에게 맞춤 보장구 지원
  (2) 중증장애인 보장구 수리비 지원
  (3) 중증장애인 보장구 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

8.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실효적 집행력 확보를 위한 특단의 조치 마련!
  (1) 장애인 인권침해 시, 피해자에게 긴급 지원 가능한 공간‧인적지원 체계 마련
  (2)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실효적인 집행을 위한 조례 제정
  (3) 장애인 차별과 인권침해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장애인인권센터 설치 및 지원

9. 실질적인 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조례 제정!
  (1) 지역사회 장애인의 △탈시설 지원방안 △주거권 보장방안 △자립생활실태조사 및 지원계획 △초기 자립생활지원 방안 등이 명시된 실질적인 「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조례」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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