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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삯, '출입' 받아야 입에 풀칠이라도 하지… "
하회마을 뱃사공② / 삿대의 대물림, 형에 이어 소년 뱃사공으로...
2010년 04월 14일 (수) 09:53:51 평화뉴스 pnnews@pn.or.kr

   
▲ 하회 나루터 뱃사공 이창학(58)님

“야야, 핵교는 다음에라도 갈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뱃일을 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 입에 풀칠도 못할 형편이지 않느냐.” 어머니의 이 같은 이야기에 이창학 님은 그길로 다니던 학교를 때려치우고 나룻배의 삿대를 잡습니다. 그게 40여 년 전, 중학교 2학년 때의 일입니다.

그 시절 많은 사람들에게 가난은 낯설지 않은 일상에 불과했습니다. 그의 집 역시 땅 한 마지기 없이 빈난했고, 이 때문에 그의 형님이 뱃사공 하기를 청했습니다. 그 해 열린 마을 동회에서는 일 년 동안 그의 형님에게 뱃사공의 소임을 맡기기로 합니다. 하지만 형님은 도중에 사고를 당해 뱃사공 일을 그만 두게 됩니다. 문제는 뱃일을 그만두면 배삯 수입이 끊겨 식구들이 당장 먹고살기가 막막해 진다는 것입니다.

그 때만 해도 뱃삯으로 곡식을 받았습니다. 이를 ‘출입’이라고 불렀지요. ‘출입’은 여름 보리농사가 끝나면 보리로, 가을걷이가 끝나면 쌀로 받았습니다. 그런데 형님이 뱃일을 못하고 배를 놀리면 가을걷이 햅쌀 ‘출입’을 받지 못하게 될 판이었습니다. 평소 형님의 뱃일을 거들어 삿대질에 익숙했던 그는 ‘준비된 뱃사공’이었습니다.
당시 하회마을은 교통이 불편해 오지나 다름없었습니다. 나루터는 하회마을에서 외지로 나가려는 사람들에게 중요 통로였고, 나룻배는 긴요한 교통수단이었습니다. 또 풍남초등학교에 다니는 인근 마을의 아이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통학 나룻배’ 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하회나루터는 이용객이 제법 있었습니다. 그만큼 쏠쏠한 ‘출입’을 포기할 수 없었기에 동생인 그는 삿대를 잡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못 먹던 시절 배고픔을 면하려고 형에 이어 동생이 ‘소년 뱃사공’으로 나서게 된 것입니다. ‘가난의 대물림’에 빗대보면 ‘삿대의 형제 물림’이 일어난 셈입니다.

   
▲ 하회 나루터 뱃사공 이창학(58)님

‘소년 뱃사공’이 손을 놓은 이듬해에는 ‘노인 뱃사공’으로 알려져 있는 권용덕 할아버지가 나룻배를 맡게 됩니다. 권 할아버지는 인근의 나루터가 없어지자 하회나루터의 뱃일을 맡게 된 것입니다. 한 때 하회마을에는 나루터가 여러 개 운영될 정도로 왕래가 빈번했습니다.

하회나루터의 나룻배를 관리하던 권 할아버지는 고령으로 뱃일을 놓게 되고 머지않아 세상을 떠납니다. 이후 하회마을에는 나룻배가 몇 년 동안 멈춰 섭니다. 그러다 다시 나룻배를 건조하게 되고 그가 뱃일을 맡게 된 것입니다. 7명의 뱃사공 후보가 나섰지만 그는 어렵지 않게 낙점을 받습니다. 동회에서 뱃사공의 소임을 맡기게 되는 과정이나 이유도 40년 전이나 그 때나 다르지 않았습니다.

어찌 보면 그의 형편이 달라지지 않은 탓이기도 합니다. 아니면 하회마을에서 타성바지의 삶이 그리 녹록치 않은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하회마을에는 ‘허 씨 터전에, 안 씨 문중에, 류 씨 배판(杯盤)’이라는 말이 전해져 옵니다. 허 씨가 터를 잡고 안 씨가 살던 곳에 류 씨가 잔치판을 벌렸다는 이야기입니다. 가장 늦게 자리를 잡은 류 씨가 하회마을의 임자가 됐습니다.

하회마을은 지난 84년 민속마을로 지정됐을 때 보다는 50가구가 넘게 줄었습니다. 이들 중 류 씨가 어림잡아도 열 집에 예닐곱 집입니다. 반장과 달리 여전히 동장은 류 씨, 뱃사공은 타성바지로 나뉜 것 또한 ‘류 씨 배판’과 무관하지 않을 듯합니다.
고개를 돌려보면 세상은 성(姓) 씨를 따지는 대신에 돈이나 권력으로 타성바지를 가르고 있습니다. 이른바 ‘돈(錢) 배판’이나 ‘힘 배판’입니다. 하회마을이 되레 부끄러울 지경입니다.

   




글.사진 / 평화뉴스 박창원 객원기자


'곡주사 이모'에 이어 <박창원의 인(人)> 두 번째 연재를 시작합니다.
안동 하회마을 나루터, 그 곳 뱃사공 이창학(58)님의 이야기를 이어가려고 합니다.
하회 나루터에서 나룻배를 타 보셨는지요? 나룻배 노 저어가는 뱃사공을 만난 적 있으신지요?
사연 있으신 독자들의 글도 함께 싣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 평화뉴스
- 사연 보내실 곳 : 평화뉴스 pnnews@pn.or.kr / 053-421-6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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