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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땅 사면 '부용대'는 그냥 낑가 준대"
하회마을 뱃사공③ / 양반들의 호사스런 '선유줄불놀이', 머슴의 생일 '풋굿'
2010년 04월 21일 (수) 09:26:14 평화뉴스 pnnews@pn.or.kr

“동네 몽땅 사면 부용대는 그냥 낑가 준대, 마냥 보니까 내끼지…” 뱃사공 이창학 님의 너스레는 이어집니다. 소유권이 없는 타성바지가 느끼는 부러움과 씁쓸함이 묻어나는 것 또한 어쩔 수 없습니다. 하회마을이 역사적으로 류 씨네 것이라고 재차 확인을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겸암정사나 화천서원은 양진당 것, 옥연정사와 병산서원은 충효당 것, 부용대는 둘로 나눠 양진당과 충효당 것…”

   
▲ 하회 나루터 뱃사공 이창학(58)님

전통 양반마을에 뿌리를 두고 있는 하회마을. 내력을 더듬어 보면 류 씨 마을이 틀림없습니다. 이렇듯 류 씨 마을의 양반문화는 풍산 류 씨의 양대 계파인 ‘충효당’과 ‘양진당’을 기둥으로 삼아 왔습니다. 따라서 여기서 말하는 소유권은 류 씨, 두 집안의 뿌리나 영향력의 또 다른 표현입니다.

충효당은 ‘서애 류성룡’의 종택이고 양진당은 그의 형인 ‘겸암 류운룡’의 종택이자 큰 종가입니다. 모자라는 부분을 메워주는 의미의 비보(裨補). 이를테면 마을 비보를 위해 겸암이 심은 만송정 솔숲은 양진당 것이 되는 셈입니다. 두 집안은 한 때 종택 출입자를 비교할 정도로 서로 곁눈질이 심할 때도 있었다고 합니다. 동생인 서애가 임진왜란 때 큰 공을 세우면서 계파로 양립하는 계기가 됐다고들 합니다. 말하자면 형만한 아우에 대해 ‘없다’와 ‘있다’의 해석이 후손들 사이에 다르게 나타난 것이지요.           
     
나룻배를 모는 그 또한 이런 하회마을의 문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는 평상시 관광객들이 부용대 아래를 한 바퀴 돌아가 줄 것을 요청해도 일절 응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나룻배지 관광선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 년에 딱 한 차례 나룻배로 부용대 아래를 돌아 나옵니다. 바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때 관광객들을 위한 볼거리 공연으로 선유(船遊) 줄불놀이를 할 때입니다.

“낙화(落火)요.” 그가 선유줄불놀이를 할 때 부용대에 올라가 배에 줄을 동이고는 소깝(솔가지)단에 불을 붙여 힘차게 강으로 내던지며 외치는 소리입니다. 소깝단에 불을 붙여 강으로 던지면 불붙은 솔가지가 바위에 부딪치면서 불꽃이 산지사방 흩어져 대단한 눈요깃거리를 보여줬습니다. 이것을 소깝불 또는 장작불이라고 불렀습니다. 

원래 선유줄불놀이는 양반들의 호사스러운 놀이였습니다. 음력 7월 4일 양반들의 시회(詩會)에 맞춰 해가 진 뒤 부용대 아래서 열렸습니다. 배 안에서는 풍류를 겸한 시회가 열렸으며 기생들이 흥을 돋우었습니다. 놀이 비용 또한 모두 류 씨들이 댔습니다. 그러나 품은 타성바지 차지였습니다. 양반들의 주연 놀이에 상민들이 조연놀이로 참여한 것입니다.

   
▲ 선유줄불놀이 / 사진. 한국학중앙연구원 '디지털안동문화대전'(http://andong.grandculture.net)

하회마을에는 선유줄불놀이와는 폼이 다른 세시풍속도 있습니다. ‘머슴의 생일’이라고도 불린 ‘풋굿’(호미씻이)이 그것입니다. 매년 음력 칠월 스무날에 열리던 풋굿의 1차 주인공은 머슴이었습니다. 마을 안에 사는 머슴, 소작인, 자작농 할 것 없이 자기 손으로 농사짓는 류 씨 아닌 사람들은 다 모였다고 합니다.

풋굿은 콩밭의 김을 매고 논매기도 마친 뒤에 농사일에 땀 흘린 동민을 동중에서 음식을 차려 대접하는 형식 입니다. 하지만 내용은 다음 농사를 위한 투자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비용은 머슴이 있는 집이 주로 대고 가구마다 얼마씩 추렴한데서도 이를 엿볼 수 있습니다.

   
▲ 안동 풋굿축제 / 사진. 한겨레 2008.7.1

선유줄불놀이와 풋굿은 모습도 다르고 주연도 다릅니다. 그렇다고 연출이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하회마을의 연출은 예나 지금이나 큰 변함이 없습니다. 타성바지들은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습니다. 하회마을의 부분이 돼 양진당, 충효당 이라는 두 기둥의 그림자를 피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십여 년 전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이 하회마을을 찾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는 그 때 양진당 너머에서 일을 보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는 양진당 소속입니다. 오래전 하회마을 관리사무소에서 일을 할 때도 양진당 몫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역시 한번 씌워진 간판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든 여느 세상 사람들 중의 한 명이지요.


   




글.사진 / 평화뉴스 박창원 객원기자


'곡주사 이모'에 이어 <박창원의 인(人)> 두 번째 연재를 시작합니다.
안동 하회마을 나루터, 그 곳 뱃사공 이창학(58)님의 이야기를 이어가려고 합니다.
하회 나루터에서 나룻배를 타 보셨는지요? 나룻배 노 저어가는 뱃사공을 만난 적 있으신지요?
사연 있으신 독자들의 글도 함께 싣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 평화뉴스
- 사연 보내실 곳 : 평화뉴스 pnnews@pn.or.kr / 053-421-6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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