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란 곳은 들어가기도 힘들고 들어가서도 기계 부품처럼 대접받는다. 이 또한 굴욕적인 회사 생활로 버티다가 결국에는 버려진다. 인간다운 자존심을 지키느냐 버리느냐를 선택하는 것은 대학생들의 몫이지만 이는 곧 절망이거나 희망이다."
지난 28일 저녁 7시,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공화국에서 "삼성을 생각한다">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강연이 열린 전남대 법과대학 강의실은 강단 위와 통로까지 가득 채운 450여 명의 학생들로 술렁였다. 그의 책 <삼성을 생각한다>는 최근 13만부 정도 팔렸다고 한다. 강연회는 <전남대 공인인권법센터>와 <학벌없는사회 광주모임<준>)가 공동주관하고 <5.18기념재단> 후원했다. 진행은 전남대 철학과 김상봉 교수가 맡았다.
김용철 변호사가 밝힌 삼성 내부는 "차별적"이고 "정치적"이며 "굴욕적"이었다. 힘들게 입사를 하더라도 내부적으로 핵심 대학 서열화는 물론이고 지역, 여성차별 또한 견고하다. 그런 삼성사회에서 임원으로 승진하는 비율은 10%정도이다. 30%는 일찍이 더 좋은 직장으로 옮겨 간다. 나머지는 "비자금을 조성.관리하거나 뇌물을 전달하는 심부름 등에 동참하고 그렇지도 않으면 20년 동안 일 없이 출퇴근 하는 등 처참한 회사생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강연 내내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데는 말을 아끼고 직접 경험한 것에 대해서는 신랄하게 비판했다. 특히, "삼성의 관심은 오로지 '이건희 일가'"라고 했다. 그는 "입사교육 때 이 회장의 영상과 어록을 일주일 동안 보았다"면서 "'대통령이 못하는 것을 내가 한다'는 황제 사관을 가지고 경영하고 그러다보니 그에게 실수가 있으면 아랫사람이 보고를 잘못하거나 사업계획을 잘못 짠 것이 되는 것이 회사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삼성 법무팀에 근무할 당시 "10억 원 이상의 돈이 통장으로 들어와 당연하게 세금을 냈더니 납세서열 86위라며 국세청장이름으로 감사편지가 왔다"면서 봉급자가 우수납세자가 되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비꼬았다.
수년간 이어졌던 양심고백과 출판 등 일련의 활동에 대해서 "개인적인 보복심이 어느 정도 작용한 것도 맞다"면서 자신이 특별히 정의롭거나 큰 뜻을 품은 사람이 아님을 특히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나도 처자식을 먹여 살리고 싶은 일반 가장이다"면서 "삼성을 고발해서 고단한 인생을 살기는 싫었지만, 알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또 희망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을 철저하게 구분했다. 조선.중앙.동아일보를 거론하면서 "삼성에서 주는 '사료'를 먹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검사들의 스폰서 문화에 대한 질문에는 "괜찮다는 사람(직무 배제된 박기준 검사)이 그 정도"라면서 "법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출세를 위한 것이라 사회에 도움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또, "정치판도 마찬가지이다. 제대로 해 보려는 사람이라도 그러한 풍토에서 살아남지를 못한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대학생들에게 다소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여러 가지 주문을 했다.
학생들이 선망하는 직장이 삼성이라는 점에 대해서 "들어가기도 힘들고 들어가서도 기계 부품처럼 대접받고 이 또한 결국에는 버려진다"고 밝히면서 "인간다운 자존심을 버리고 끝까지 붙어 있느냐 마느냐의 선택은 결국 자신의 몫"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래의 주역은 '젊은' 대학생들임을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죽지 못해 살면 안 된다"며 "이제 여러분들의 세상이 오고 있기에 (대학생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현실적인 방법으로 "다가오는 선거에서 자신의 이익을 대변해주는 정당에 투표하라"고 했다.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제시해달라는 한 학생의 거친 요구에는 김상봉 교수가 대신 답했다. 김 교수는 "여러분이 희망 아니면 절망이다"면서 "죽음을 선택하다시피한 김용철 변호사의 짐을 덜어달라"고 호소했다.
강연회에 참석한 한 학생(28)은 "까칠한 엘리트의 모습에서 삶의 기준과 가치가 보통 사람들과 달라서 생긴 문제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진정성만큼은 확실해 보였고 또 지쳐보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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