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관심은 오로지 이건희 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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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철 변호사 전남대 강연..."자신의 이익 대변해주는 정당에 투표하라"


"삼성이란 곳은 들어가기도 힘들고 들어가서도 기계 부품처럼 대접받는다. 이 또한 굴욕적인 회사 생활로 버티다가 결국에는 버려진다. 인간다운 자존심을 지키느냐 버리느냐를 선택하는 것은 대학생들의 몫이지만 이는 곧 절망이거나 희망이다."

지난 28일 저녁 7시,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공화국에서 "삼성을 생각한다">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강연이 열린 전남대 법과대학 강의실은 강단 위와 통로까지 가득 채운 450여 명의 학생들로 술렁였다. 그의 책 <삼성을 생각한다>는 최근 13만부 정도 팔렸다고 한다. 강연회는 <전남대 공인인권법센터>와 <학벌없는사회 광주모임<준>)가 공동주관하고 <5.18기념재단> 후원했다. 진행은 전남대 철학과 김상봉 교수가 맡았다.

김용철 변호사 강연(2010.4.28 전남대) / 사진. 광주 <시민의소리> 최유진 기자
김용철 변호사 강연(2010.4.28 전남대) / 사진. 광주 <시민의소리> 최유진 기자

김용철 변호사가 밝힌 삼성 내부는 "차별적"이고 "정치적"이며 "굴욕적"이었다. 힘들게 입사를 하더라도 내부적으로 핵심 대학 서열화는 물론이고 지역, 여성차별 또한 견고하다. 그런 삼성사회에서 임원으로 승진하는 비율은 10%정도이다. 30%는 일찍이 더 좋은 직장으로 옮겨 간다. 나머지는 "비자금을 조성.관리하거나 뇌물을 전달하는 심부름 등에 동참하고 그렇지도 않으면 20년 동안 일 없이 출퇴근 하는 등 처참한 회사생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강연 내내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데는 말을 아끼고 직접 경험한 것에 대해서는 신랄하게 비판했다. 특히, "삼성의 관심은 오로지 '이건희 일가'"라고 했다. 그는 "입사교육 때 이 회장의 영상과 어록을 일주일 동안 보았다"면서 "'대통령이 못하는 것을 내가 한다'는 황제 사관을 가지고 경영하고 그러다보니 그에게 실수가 있으면 아랫사람이 보고를 잘못하거나 사업계획을 잘못 짠 것이 되는 것이 회사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삼성 법무팀에 근무할 당시 "10억 원 이상의 돈이 통장으로 들어와 당연하게 세금을 냈더니 납세서열 86위라며 국세청장이름으로 감사편지가 왔다"면서 봉급자가 우수납세자가 되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비꼬았다.

수년간 이어졌던 양심고백과 출판 등 일련의 활동에 대해서 "개인적인 보복심이 어느 정도 작용한 것도 맞다"면서 자신이 특별히 정의롭거나 큰 뜻을 품은 사람이 아님을 특히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나도 처자식을 먹여 살리고 싶은 일반 가장이다"면서 "삼성을 고발해서 고단한 인생을 살기는 싫었지만, 알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또 희망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을 철저하게 구분했다. 조선.중앙.동아일보를 거론하면서 "삼성에서 주는 '사료'를 먹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검사들의 스폰서 문화에 대한 질문에는 "괜찮다는 사람(직무 배제된 박기준 검사)이 그 정도"라면서 "법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출세를 위한 것이라 사회에 도움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또, "정치판도 마찬가지이다. 제대로 해 보려는 사람이라도 그러한 풍토에서 살아남지를 못한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대학생들에게 다소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여러 가지 주문을 했다.

450여명의 학생들이 김용철 변호사의 강연을 들었다 / 사진 제공. 광주 <시민의 소리> 최유진 기자
450여명의 학생들이 김용철 변호사의 강연을 들었다 / 사진 제공. 광주 <시민의 소리> 최유진 기자

학생들이 선망하는 직장이 삼성이라는 점에 대해서 "들어가기도 힘들고 들어가서도 기계 부품처럼 대접받고 이 또한 결국에는 버려진다"고 밝히면서 "인간다운 자존심을 버리고 끝까지 붙어 있느냐 마느냐의 선택은 결국 자신의 몫"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래의 주역은 '젊은' 대학생들임을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죽지 못해 살면 안 된다"며 "이제 여러분들의 세상이 오고 있기에 (대학생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현실적인 방법으로 "다가오는 선거에서 자신의 이익을 대변해주는 정당에 투표하라"고 했다.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제시해달라는 한 학생의 거친 요구에는 김상봉 교수가 대신 답했다. 김 교수는 "여러분이 희망 아니면 절망이다"면서 "죽음을 선택하다시피한 김용철 변호사의 짐을 덜어달라"고 호소했다.

강연회에 참석한 한 학생(28)은 "까칠한 엘리트의 모습에서 삶의 기준과 가치가 보통 사람들과 달라서 생긴 문제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진정성만큼은 확실해 보였고 또 지쳐보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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