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잡는 일이 예수의 소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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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숙 세실리아 ① / 직물공장 여공에서 JOC 운동으로


#1 "예수의 소리를 마음으로부터 듣지 않고 행한다면 수녀 될 자격이 없다…."

대구 파티마 병원에서 노사의 격한 대립이 벌어졌을 때의 일입니다. 병원 측에서 농성중인 노조원들의 사진을 찍어 경찰에 고발하려고 했습니다. 행정처장 수녀에게 따졌습니다. 예수의 소리가 아닌데도 노조원들을 감옥에 보내려고 한다면 수녀의 두건을 벗어 던지라고 소리쳤습니다.

#2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주교님이 타고 다니는 6기통부터 버려야한다…."

1976년 가톨릭노동청년회 일을 할 때입니다.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회의 자리에서 교구의 지원을 요청 했습니다. 하지만 반응은 냉담했고 발언을 제지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당시 이문희 보좌주교에게 노동자들을 위해 15만원도 지원해줄 수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항의했습니다.

장명숙(세실리아)
장명숙(세실리아)
장명숙(58) 님. 그는 가톨릭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는 노동운동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는 이른바 모태 천주교 신자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다는 아닙니다. 그는 노동의 참된 의미를 가톨릭 신앙으로부터 배웠고 그 의미를 실천하는 전사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는 십대가 끝나기 전인 1969년에 직물공장의 여공으로 사회첫발을 내디딥니다. 촌뜨기인 어린 여공은 인간적으로 대접받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했습니다. 단지 공장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노동의 소중한 의미를 깨닫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바로 ‘가톨릭노동청년회’(JOC)활동에 뛰어들면서 부터입니다. 그런 현장에서 그는 충실한 노동자로 다듬어진 것이지요.

60년대 이후 80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현실은 열악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종교의 역할도 예외가 아니었던 셈이지요. 친일에서 개발독재, 군부독재로 이어지는 동안 이들 체제에서 제목소리를 내지 못했습니다. 아니 이들과 호흡을 맞춰 순응하거나 옹호하며 부끄러운 행보를 보인 부분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천주교회의 가톨릭 노동청년회 운동은 한국 노동운동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았습니다.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대구시 중구 종로2가)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대구시 중구 종로2가)
이 땅에서 1958년 첫걸음을 뗀 가톨릭노동청년회는 노동현장의 당당한 노동자를 길러내는 양성소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대구에서도 70년대 중반이후 대구 가톨릭근로자회관을 아랫목 삼아 노동법과 민주노조의 필요성 등을 중점적으로 교육하기 시작했습니다. 해고자 문제와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당시 노동권에 대해 따뜻한 시선마저 탄압의 명분이 되었던 시절이었기에 그 의미는 자못 컸습니다.

그의 노동운동에 대한 열정은 그칠게 없었습니다. 서울의 개신교계 진보적 교육단체인 크리스천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기도 합니다. 크리스천아카데미는 강원룡 목사 등 개신교계 진보적인 인사들이 주도한 교육단체이지요. 1972년 박정희 체제는 유신체제로 또 한 차례 변절을 시도합니다. 1인 체제에 걸림돌이 된 종교와 인권은 여지없이 탄압을 받게 됩니다. 그는 이즈음에 전국가톨릭노동청년회 상임위원이 됩니다.

그는 어둠이 짙어진 세상에 ‘노동운동의 길’을 더 열심히 닦는 일에 나선 것입니다. 왜일까요? 네 차례의 해고를 통해 노동자의 삶이 호락호락 하지 않다는 것을 체험한 탓이 큽니다. 그것은 또 마음으로부터 듣는 예수의 소리라고 생각해서 입니다.
“머리로 듣고서는 마음으로 들었다고 우기는 힘센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까?” 예나 지금이나 닮은꼴입니다. 세월이 흘러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초록은 동색’입니다.



[박창원의 인(人) 10]
세 번째 연재 장명숙 세실리아①
글.사진 / 평화뉴스 박창원 객원기자



'곡주사 이모'와 '하회마을 뱃사공'에 이은 <박창원의 인(人)> 세 번째 연재입니다.
직물공장 여공에서 대구의 노동운동가로 살아 온 장명숙(세실리아)님의 이야기입니다. 
장명숙님과 함께 활동하셨거나 사연 있으신 독자들의 글도 함께 싣고자 합니다.
- 사연 보내실 곳 : 평화뉴스 pnnews@pn.or.kr / 053-421-6151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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