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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에 눈을 달고...” - YTN 박태근 기자
"수많은 인생이 숨쉬지 않는 현장에 서 있었다.”
2004년 07월 20일 (화) 14:38:53 평화뉴스 pnnews@pn.or.kr
1995년 2월의 끝자락.
카메라 하나 달랑 메고 앞으로 있을 전쟁의 현장을 향해 대구 북구에 있는 한 사무실에 자리를 잡았다. YTN. 신생 방송국이라 잘 모르는 사람들의 틈바구니를 누비며 기자의 길을 걷고 있었다. 봄날의 기운을 느끼는 4월의 전쟁이 나를 기다리는 줄도 모르고...

1995년 4월 28일 아침.
이 날은 내 인생의 한 획을 긋는 날이었다. 상인동 가스폭발사고. 수백명의 사상자를 낸 인재였다.

현장으로 가는 길목은 상황도 모르는 채 무작정 앞산순환도로를 질주하고 있었다. 경찰차의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현장의 다급한 상황을 느끼게 했다. 현장(영남고 네거리)은 전쟁터 폭격을 맞은 듯 했다. 이윽고 내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산산 조각난 시신들과 비명을 지르는 시민들, 휴지 조각처럼 변해버린 차량들, 무너져 내린 상가 건물...

내 눈은 어느새 카메라 렌즈 속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50여구의 시신과 수많은 부상자의 모습을 렌즈를 통해 내 몸 속(머리)에 저장되고 있었다. 5분여 분량을 담아 방송국으로 보냈다. 화면 내용은 전쟁터 그 자체였고, 편집없이 그대로 방송을 했다.

나중에 그 화면을 모니터했을 때 나 자신도 끔찍함을 느낄 정도로 화면은 리얼했다. 이런 화면을 그대로 방송했다는 게 너무나 끔찍했다. 그 당시 만해도 청와대에서 YTN을 모니터하고 심각한 상황을 알았다는 후문이 있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 모습을 다시 본다. 구도에 상관없이 촬영된 영상, 아수라아장을 연상케 하는 화면은 현재의 나를 바로 서게 만들어준 거름이었다. 예리한 관찰, 넓은 시야, 안정된 화면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게으름 피우지 않고 노력하는 기자의 모습을 항상 추구하면서 현장을 누볐다. 언제나 돌아오는 길은 아쉬움. 해가 갈수록 그것은 덜해진다. 하지만 욕심이 앞서간다. 영상에 대한 욕심...

방송에 있어 1분30초의 리포트에 영상은 30컷정도. 그 속에 수많은 인생이 나를 만난다. 매일 또 다른 인생, 타인의 인생을 엿보며 내 몸을 살찌웠다. 항상 카메라 옆에서 엄숙해하며 죽은 이들의 모습을 보았다. 수많은 인생이 숨쉬지 않는 그런 현장에 나는 서 있었다.

카메라기자의 위치에서 부딪끼며 타사의 렌즈보다 조금 더 가까이 현장에 접근하려는 직업의식. 지금은 양보하며 서로 존중하는 기자들의 의식도 세월이 정리를 했다.

나의 눈은 3개.
두 개의 눈을 통해 본 만물을 하나의 눈(카메라)에 담은 나의 분신(카메라)을 사랑하며 언제나 가득히 채우고 싶은 나의 눈. 이떤 인생이 나를 기다리는지를 생각하면서 조용히 렌즈를 만지며 오늘도 나의 눈을 충족시키려 현장으로 간다.

YTN 대구지국 박태근 촬영기자(baktaegu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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