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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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 "겸손과 절제..원망은 잊고 그 처음의 마음으로"


떠들썩하던 동네가 쥐죽은 듯합니다. 가뜩이나 바쁜 농번기에 들에서 개미 손이라도 빌리고 싶은데 온 동네는 난리굿이요 여기저기서 웃는 소리 우는 소리가 천지를 메웁니다.  다시 4년의 생활이 결정된 것이지요. 다시 4년의 삶에 방향이 정해진 것이기도 하지요.

당선감사, 낙선했으나 그동안의 지지에 대한 감사(다시 도전을 위한 모색?)현수막이 날 찍어달라고 호소할 때처럼 분주하고 어지럽습니다. 현란한 글자들로 만들어진 감사의 글귀아래서 몇 가지 가르침으로 이제 가져야할 몸과 마음의 바른 자세를 보고자합니다

당선한 사람들에게는 겸손과 절제이며 보은의 마음을 주문합니다.
물론 잘 알겠지만 절대로 자신이 똑똑하고 경쟁 대상보다 잘났으며 그들에 비해 특별한 다른 무엇이 있고, 따라서 하늘이 도와준 것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마십시오. 최선은 아니라도 차선, 차차 선을 생각했고 차악은 피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귀하와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이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따라서 ‘남이 나에게 베푼 은혜를 잊지 말고 남이 나에게 끼친 원망은 잊어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人有恩於我 不可忘, 而怨則不可不忘)는 마음가짐과 아울러  ‘열 마디 말 중에 아홉이 맞더라도 신기하다는 칭찬은 없지만 한 가지만 어긋나도 탓하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고 열 가지 계획 중 아홉 가지를 성공하더라도 공은 돌아오지 않지만 한 가지 계획만 실패해도 비난의 소리가 떼를 지어 일어난다’(十語九中 未必稱奇 一語不中 則愆尤騈集 十謀九成 未必歸功 一謀不成 則訾議叢興)는 채근담의 가르침을 깊이 있게 새겨야 할 것입니다.

같은 마음으로 시민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신 분들에게도 같은 책의 가르치심으로 다음의 재기를 기대합니다. ‘사궁세축지인은 당원기초심하라’(事窮勢蹙之人 當原其初心)고 했습니다. ‘일이 막히고 힘이 위축된 사람은 마땅히 그 처음의 마음을 돌이켜보라’라고 풀수 있겠지요. 그런데 채근담을 만드신 큰 어른들은 힘이 떨어지는 사람에게 당장의 위로하는 말 보다는 ‘처음 가졌던 의욕과 용기를 다시 주문하고 어떤 경우에라도 실망하거나 방심하지 않는다면 일을 성공할 수 있음’(채근담 만력본에서)을 가르치시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우리 자신들에게도 꼭 담아야할 말씀이 있어 드립니다.
기독교인이 원효대사의 화쟁사상으로 오늘의 어려움을 이겨내라고 권하는 것이 일견 썩 바람직하지 않은 이야기인 듯하지만 ‘극단을 버리고 화(和)와 쟁(諍)의 양면성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하여 ‘화와 쟁의 논리적 근거는 일심(一心)’이요 ‘세상 모든 것은 일심에서 비롯되므로 모든 대립적인 이론들은 결국 평등하다는 것’이라는 가르침으로  우리가 모두가 마음을 가다듬자는 말이지요.

‘서로의 말에 집착하고 이견의 대립을 벗어날 수 없으며, 자기의 견해만 맞는다고 하는 아집·집착을 버릴 때 쟁론이 해소된다는 말씀과 ’부정과 긍정의 극단을 버리면 부정과 긍정을 자유자재로 하며, 상호대립적인 쟁론을 지양‘하기를 바라시는 원효대사의 가르치심이 아직 아물지 않은 상채기로 서로가 아픈 이 시기를 이길 수 있는 참 힘이라 믿습니다.






[기고]
김영민 / 김천YM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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