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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참여 없이는 공염불
장명숙 세실리아 ⑤ / "첫 주민직선 입주자대표...주민자치 실험에 나서다"
2010년 06월 09일 (수) 11:04:35 평화뉴스 pnnews@pn.or.kr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하는 것이 아니라 알을 낳습니다."

재미없고 한물간 말 같지만 주민들은 웃으며 박수를 쳤습니다. 작년 9월, 그는 오랜만에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 연설을 했습니다. 지난 91년 민중당 후보로 대구시 의원에 나선지 8년만입니다. 대구경북에서는 처음으로 주민들이 직접 뽑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선거에 나선 것입니다. 그리고 당선됐습니다. 지방 선거에서 좌절된 주민자치의 실험을 아파트 현장에서 하게 된 것입니다. 

분양대책위 '임차인; 대표로...

   
▲ 장명숙(세실리아)

그가 회장을 맡은 곳은 대구 북구 동변동 유니버시아드 선수촌 2단지입니다. 1,160세대로 2004년 1월에 임대차 계약으로 입주 했고 지난해 3월 분양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대구도시공사와의 사이에 분양에 따른 여러 문제가 제기돼 분양대책위가 만들어집니다. 그는 임차인 동 대표로 규약소위에 들어가 주민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펼칩니다. 규약제정 등은 그가 노동운동을 할 때부터 곧잘 해왔던 장기로 이를테면 오랜만에 몸을 푼 셈이지요.

그는 출마를 하면서 아파트 관리의 투명성과 공개, 주민합의 원칙을 내세웠습니다. 한창 자라는 아이를 둔 30~40대의 주민이 많아 어린이 도서관 건립 등의 공약도 했습니다.

초등 졸업에 식모살이...'간판'의 차별

하지만 정작 선거운동 과정에서 그를 힘들게 한 것은 이런 비전 제시의 검증 따위가 아니었습니다. 능력이 아니라 간판을 물고 늘어졌습니다. 후보들이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못한 그의 학력을 문제 삼은 것이지요. 탁상공론이 아니라 현장에서 몸을 부대끼며 살아온 그로서는 못마땅했지만 현실은 그랬습니다.

그는 중학교에 가기 위해 식모살이를 하며 영어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가톨릭 노동청년회 활동을 하면서 사회과학서적을 읽으며 학습을 했습니다. 70년대 후반 시내 서점을 들락거리며 다양한 종류의 책을 사는 것을 보고 운동권 남학생들 사이에 서울에서 온 여대생이라는 소문이 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한참이나 흐른 뒤에 차별의 눈높이를 맛보게 된 것입니다.

'주민자치' 실험...참여 없이는 공염불

   
▲ 장명숙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

그가 앞장서고 있는 아파트 현장에서의 주민자치 실험은 앞으로도 계속 늘 것 같습니다. 아파트 관리를 둘러싼 잡음과 갈등을 줄이기 위해 ‘주택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이 나온 상태입니다. 아파트 단지의 동 대표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감사를 주민 직선으로 뽑도록 했지요.

그렇지만 그는 이런 시행령도 주민의 참여 없이는 공염불이라고 생각합니다. 동 대표를 하겠다는 사람이 없으면 예전처럼 주민의 선거 없이 대표를 선정할 수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그 자리에 내가 있어..."

그런데 그는 이 아파트에 어떻게 살게 됐을까요? 지난 96년 선거에 나서는 바람에 살던 집을 날리게 했던 남편 덕택입니다. 남편이 5.18 유공자로 인정되면서 얻은 입주권을 활용해 이 아파트를 장만하게 된 것입니다. 당초 가졌던 달서구 상인동의 아파트 입주권을 팔고 이곳으로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그래도 돈이 모자라 후배에게 빌려 겨우 입주를 했습니다. 

그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맡고난 뒤 20만원의 활동비를 받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평생 먹은 욕보다 더 많은 욕을 먹었다고 합니다. 그는 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선거에 나서게 된 것일까요. 아파트를 바꾸면 대구가 바뀔 수 있다고 다소 정치적인(?) 고민을 했을까요? 대답은 꾸밈이 없습니다.
“그 자리에 내가 있어 나서게 됐다”

   



[박창원의 인(人) 13]
글.사진 / 평화뉴스 박창원 객원기자


'곡주사 이모'와 '하회마을 뱃사공'에 이은 <박창원의 인(人)> 세 번째 연재입니다.
직물공장 여공에서 대구의 노동운동가로 살아 온 장명숙(세실리아)님의 이야기입니다.
장명숙님과 함께 활동하셨거나 사연 있으신 독자들의 글도 함께 싣고자 합니다.
- 사연 보내실 곳 : 평화뉴스 pnnews@pn.or.kr / 053-421-6151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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