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개혁, '지방선거' 이후의 연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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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지방선거 평가.전망 토론] "현안따라, 상설기구로...담론을 담아가자"


<평화뉴스 시국토론> "6.2지방선거, 범야권연대 평가와 전망"(2010.6.22. 웨딩비엔나)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평화뉴스 시국토론> "6.2지방선거, 범야권연대 평가와 전망"(2010.6.22. 웨딩비엔나)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6.2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 11명의 당선자를 낸 대구의 진보.개혁 범야권과 시민사회가, 선거 이후 '평가'와 '전망'을 놓고 토론의 장에 마주앉았다. 토론자는 올 1월부터 < 6.2지방선거 대구정책연대> 협상 테이블에서 연대를 이끌었던 민주당 권오성 정책실장, 민주노동당 송영우 부위원장, 창조한국당 김귀현 사무처장, 진보신당 김광미 사무처장, 국민참여당 백재호 사무처장,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김동렬 운영위원장을 포함한 6명이다.

이들 6명은 22일 오후 대구 웨딩비엔나에서 열린 <평화뉴스 시국토론>에서 '연대'의 성과와 실패에 대한 평가와 함께, '선거 이후 연대'에 대한 과제를 제시했다. 토론회는 평화뉴스 김진국 칼럼니스트의 사회로, 범야권후보단일화의 성과, 진보단일화와 대구시장 단일화 실패, 시민사회 역할을 포함한 범야권연대의 총평에 이어, 사회자의 현안 질의 순으로 2시간가량 진행됐다.

'성과'에 대한 평가는 비슷했으나 '실패'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진보.개혁성향의 범야권후보 11명이 기초의원에 당선된데 대해, 연대회의 김동렬 운영위원장은 "전국적 위기의식이 단일화로 관통했고, 대구도 예외는 아니었다"며, 국민참여당 백재호 사무처장은 "야권연대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며, 민주노동당 송영우 부위원장은 "4년 전 선거와 비교해 상당한 성과"라며 각각 '단일화.연대'에 의미를 뒀다.

"진보단일화 실패가 범야권 단일화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나, 두 진보정당의 '진보단일화'와 범야권의 '대구시장 단일화'가 실패한데 대해서는 가시돋힌 비판이 오갔다.

민주당 권오성 정책실장은 "진보단일화 실패가 범야권 전체 단일화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백재호 사무처장도 "범야권이 진보단일화를 기다리는 상황이었고, 진보단일화에 집착한 나머지 야권단일화가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며 "진보단일화가 소아적인 자기만족이라면 범야권 단일화는 대승적 차원이었다"고 진보정당을 겨냥했다.

김동렬 위원장은 "반독점연대라는 대구의 특수성을 간과한 것 같다"며 "정파의 이익과 당의 존재감 부각에 머물렀고 후보자의 단일화 의지도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대구시장 선거에는 범야권에서 민주당 이승천 후보와 진보신당 조명래 후보가 따로 출마해 한나라당 김범일 후보와 맞섰으나 두 후보 모두 10%의 득표율에 그쳤다.

진보신당 김광미 사무처장(사진 가운데)의 발언을 김동렬 운영위원장(왼쪽)과 권오성 정책실장(오른쪽)이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진보신당 김광미 사무처장(사진 가운데)의 발언을 김동렬 운영위원장(왼쪽)과 권오성 정책실장(오른쪽)이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당락 문제 아니었다" vs "당락 떠나 진정성 보였어야"

이에 대해, 진보신당 김광미 사무처장은 "당락을 좌우하는 기초의원 선거는 단일화가 최선이지만, 당락의 문제가 아닌 대구시장 선거에서는 단일화에 대한 이해의 차이가 있었다"면서 "정책연대에서 대구시장 단일화에 대한 공감대는 있었지만 내용적으로 합의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또, "확실한 인물과 이슈가 없는 상태에서 단일화가 최선일 수 없다"면서 "다만, 각 정당이 각자 역량을 발휘해 파이를 키워야했으나 진보신당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노동당 송영우 부위원장은 "진보신당의 독자완주 의지가 확인된 가운데 한나라당에 맞설 1:1 범야권단일후보 구도는 애초부터 불가능했다"며 "당락을 떠나, 반MB연대의 진정성 있는 모습은 보였어야 했다"고 진보신당과 다른 입장을 보였다. 또, 민주노동당 이병수 후보가 막판 사퇴한데 대해 "노동자 후보의 분열을 막기 위한 '착한 결단'이었으나 '정치적 결단'은 되지 못했다"며 "결국 진보정치의 분열상이 곧 진보단일화 실패의 원인이자 결과"라고 말했다.

또, 정책연대가 '후보조정'에만 그친 채 정작 '정책'에는 소홀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동렬 위원장은 "단일후보 발표 이후 야당의 '공동정책'은 전혀 채택되지 않았고 정책.공약과 관련한 공동워크숍도 예정대로 추진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창조한국당 김귀현 사무처장은 "야권과 시민사회의 연대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분명한 '대안'을 중심으로 현안의 해결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안 연대" vs "상설연대체"

6.2지방선거 이후의 '연대'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차이를 보였다.

김광미 사무처장은 "일상적 사업과 정책적 연대를 통한 신뢰회복"을 강조했고, 송영우 부위원장은 "국정.시정 현안에 대한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공동연대.전선을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김동렬 위원장도 "2012년 국회의원 총선에도 범야권연대는 불가피하다"며 "현안을 중심으로 일상적인 연대를 이어가자"고 말했다.

(왼쪽부터) 민주노동당 송영우 부위원장, 창조한국당 김귀현 사무처장, 국민참여당 백재호 사무처장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왼쪽부터) 민주노동당 송영우 부위원장, 창조한국당 김귀현 사무처장, 국민참여당 백재호 사무처장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이들이 대체로 '현안에 따른 연대'를 주장한 반면, 백재호 사무처장은 '상설연대'를 주장했다. 백 처장은 "야권연대는 대구의 한나라당 일당 독점구조에 대항할 수 있는 유효한 정치수단"이라며 "이번 지방선거의 '대구정책연대'를 '상설회의체'로 발전시켜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처장은 연대의 원칙으로 상호존중.집중.실현가능성 3가지를 제시하기도 했다.

권오성 정책실장은 "2010년 총선도 지금부터 범야권연대를 합의하고 가시화해야 한다"며 "연대기금 마련을 비롯한 실질적 연대를 위한 물적 기반을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특히, "연대의 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이번 지방선거 같은 연대는 어렵지 않겠느냐"면서 "범야권연대를 대구의 뉴스, 대구의 담론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운동은?...야당은 왜, 뭘 했나?

이같은 평가.전망에 이어, 사회자가 각 토론자에게 이번 선거와 관련한 개별 질문을 했다. 

- 김진국 : 풀뿌리대구연대, 시민단체연대회의의 합의냐 김동렬 개인의 열정이었나?
= 김동렬 : 공감은 했지만, 회원단체 내부의 절차.과정을 거치지 않은 측면이 분명히 있다. 단체들마다 정치 참여에 대한 차이가 있어 연대회의가 일괄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었다. 초기에는 자임했고, 나중에는 추인받아 활동했다.

- 김진국 : 풀뿌리 후보 3명 중 2명이 낙선했다. 시민단체 운동의 전망은 뭔가?
= 김동렬 : 선전했으나 아깝게 떨어졌다. 시민운동이 지역운동.정치운동과 함께 갈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하지 않겠나.

- 김진국 : 민주당, 반MB전선에 뭘 했나. 지방선거를 쉽게 간 것 아닌가?
= 권오성 : 현실적으로 반MB연대를 끌고갈 역량의 한계가 있었다. 치열함도 부족했다.

- 김진국 : 국민참여당, 민주당과 뭐가 다른가? 합당할 수는 없나?
= 백재호 : 유전자가 다르다는 말도 한다. 국민참여당은 지역주의 극복을 전제로 창당했다. 민주당이 호남 기득권을 포기한다면 합당 의견도 도출될 지 모르겠다. 그러나, 현재 민주당의 호남 기득권.지역주의를 청산하지 않으면 합당은 어렵다.

- 김진국 : 진보신당, 경기도는 연대하고 서울.울산.대구는 독자후보로 갔다. 선거 원칙이 뭔가?
= 김광미 : 진보신당의 독자적인 정체성을 드러내도록 하는 선거를 하자는 게 원칙이었다. 그 원칙에 따라 반MB연대도 각 지역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도록 한 것이다.

- 김진국 : 민주노동당,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도 있다. 어떤가?
= 송영우 : 진보대연합을 우선적으로 추진했고, 그것이 안되면 'MB' 반대편 세력과 연대하지 않으면 안되는 국면이었다. 그래서 끝까지 반MB 범야권연대로 갔다. 진보정당의 정체성은 반드시 가져가겠다.

- 김진국 : 창조한국당, 지향점과 연대의 포지션이 뭔가?
= 김귀현 : 이번 선거에서 미미한 성적을 내 부끄럽다. '창조'라는 당명처럼 '만들어가는' 정당이 되겠다.

토론자들이 대구참여연대 강금수 사무처장의 질문을 듣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토론자들이 대구참여연대 강금수 사무처장의 질문을 듣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초당적 정치조직"..."대구는 대구판으로 짜야"

객석에서 토론을 지켜보던 대구참여연대 강금수 사무처장은 "총체적으로 성과가 있었으나 대구 야권.시민사회 총역량이 아주 적나라하게 반영된 선거였으며, 정책연대는 후보조정 수준이었다"며, "정책연대를 넘어서는 '초당파적인 정치조직'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영남대 김태일 교수는 "정당과 시민단체가 서울만 따라가지 말고 각 지역에 근거한 독자적인 판단을 하고 대구는 대구판으로 짜가야 한다"면서 "특히, 정당을 부를 때 무슨무슨 대구시당이 아니라, 대구민주당, 대구민노당, 대구진보신당으로 써야 한다"고 말했다.

"성과를 교훈으로"..."10년 뒤 대구의 리더로"

토론자들은 마무리 발언에서도 거듭 '연대'와 '정책'을 강조했다.

김동렬 위원장은 "대구는 여전히 배고픈 도시며, 연대는 불가피하다"고, 권오성 정책실장은 "분열을 두려워하기 보다 연대를 통한 성과를 꿈꾸자"고, 백재호 사무처장은 "다음 선거에서는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의 연대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김광미 사무처장은 "야권연대를 통한 열매 맛보기 성과를 교훈으로 가져가자"며 "정당과 시민사회가 각 동네마다 진지를 더 많이 구축하자"고 당부했고, 송영우 부위원장은 "비판으로만 존재하던 세력에서 이제는 뭔가를 책임지는 세력으로 올라섰다'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전망과 정책을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를 맡은 김진국 칼럼니스트는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11명이 지역에 굉장히 소중한 인적자산"이라며 "자리만 줘놓고 내팽겨쳐 두지 말고, 잘 챙겨 10년 20년 지나 대구사회의 정치적 리더로 커가게 하자"고 말했다.

토론회에는 야당과 시민단체 회원 40여명이 참석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토론회에는 야당과 시민단체 회원 40여명이 참석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한편, 이날 시국토론은 <평화뉴스>와 <대구정책연대> 공동주최, <평화뉴스> 주관으로 진행됐으며, 야5당과 시민단체 회원 40여명이 참석했다. 시국토론에 이어 저녁 7시부터는 야5당과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대구정책연대 해단식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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