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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여왕 생일에 간 까닭은?…
장승쟁이 김종흥 ② / "민중문화, 현장을 일구는 지킴이"
2010년 06월 30일 (수) 12:15:33 평화뉴스 pnnews@pn.or.kr

"얼굴이 얼마나 고운지, 처녀 같았습니다."

1999년 4월 21일 안동 하회마을 담연재(澹然齋).
떡, 밤, 대추, 곶감, 유과 등 47가지의 음식이 놓인 푸짐한 생일상이 차려집니다. 이날 생일상의 주인공은 ‘고운 처녀’ 같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입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한국 방문 사흘째 되는 날 하회마을을 찾습니다. 그녀는 때마침 73회 생일을 맞았고, 마을 주민들은 미리 준비한 푸짐한 생일 잔칫상을 냈습니다.

그런데 잔칫날에 여왕만큼이나 세상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또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여왕의 생일을 축하하는 건배제의를 한 사람입니다. 그는 다름 아닌 김종흥 님 입니다. 그는 축하건배를 한 그날로 이름을 알리게 됩니다. 그는 왜 여왕 생일날 세상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축하객이 된 것일까요.

   
▲ '장승쟁이'로 불리는 김종흥(56)님...그는 목조각 이수자이자 '하회별신굿탈놀이' 이수자이기도 하다.

그의 생일은 여왕과 똑 같은 4월 21일입니다. 건배 제의자로 초청 받은 첫 번째 이유입니다. 하지만 그게 다였을까요? 생일이 같은 사람이 안동만 해도 어찌 그뿐이었을까요. 그런데도 그 자리엔 그가 가지 않으면 안 되는 필연성이 있었으리라는 것은 넉넉히 짐작되고도 남습니다.

그것은 그가 바로 우리 전통 민중문화의 현장을 일구는 지킴이였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그는 안동으로 상징되는 우리 전통 문화를 상징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었던 셈입니다. 여왕이 하회마을을 찾은 사정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여왕은 여기서 한국의 전통 생일상을 받고 하회탈춤을 봤습니다. 또 장승쟁이로부터 축하인사까지 받았으니 한국문화에 얼추 빠졌습니다.

‘맑고 편안한 마음으로 학문을 익히면 지혜와 뜻이 널리 퍼진다.’ 그가 축하 건배를 제의한 ‘담연재’가 담고 있는 뜻 입니다. 담연재 자리에는 원래 고택이 있었지만 훼손이 심해 전통방식으로 복원한 전통가옥입니다. 익히 알려진 탤런트 류시원의 생가로 그는 서애 류성룡의 13대 손이기도 합니다. 담연재는 돌아가신 그의 부친이 한학자 임창순 선생과 머리를 맞대고 지은 이름입니다.

   
▲ 안동 하회마을 어귀 목석원(木石圓) 아랫마당에서 하회별신굿 탈놀음을 가르치는 김종흥(56)님

장승쟁이와 여왕. 그의 무대는 여왕의 생일날 이후 세계로 넓어집니다. 장승을 알리는 국제 전도사가 됩니다. 임명장은 없지만 국제사회에서 우리 전통 민속 문화, 또는 민족문화를 홍보하는 홍보대사가 된 것입니다. 독일, 캐나다, 미국 등 외국에서도 그의 작품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가 만든 4천여기의 장승 중 4백기 정도는 해외에서 깎은 것입니다. 한국의 고유한 정서를 수출하고 있는 것이지요.

국내에서도 이제 그가 만든 장승이 퍼지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절은 물론이고 아파트며 생태공원, 기업 등 없는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장승을 종교적인 것으로 생각해 아직도 이를 배척하는 분위기가 남아 있기도 합니다. 그는 장승은 전통적인 민속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승이야말로 누가 봐도 한국을 대표하는 상징물’이라고 그는 수시로 힘줘 말합니다.

   
▲ 김종흥(56)님이 만든 장승

그는 장승이 대중의 관심을 모으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딴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지방자치제의 부활입니다. 80년대의 경우 어디랄 것도 없이 장승을 세우려는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방자치제는 지방마다 주민의 관심을 제 고장으로 돌리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래서 곳곳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을지라도 우리 전통문화를 되살리는 데 긍정적인 구실을 했으리라는 게 그의 생각입니다.

"표정이 너무 좋습니다. 농민들의 투박한 입술, 보면 볼수록 정감이 가고, 장승의 예술성이라고 할까…."
전통 속에 잠자던 장승이나 솟대, 돌무더기(造山) 같은 문화유산이 공원이나 음식점 등 생활 현장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대중들과 접촉이 쉽게 이루어지다 보니 당연히 전통 문화유산을 우리 것으로 확인하고 즐기게 된 것입니다.

잊혀져왔고, 애써 등 돌려 왔던 우리 모습을 되찾는 일은 이처럼 쉽고도 어렵습니다. 그는 장승을 보면 볼수록 정감이 간다고 말합니다. 덩달아 주변 사람을 둘러보게 됩니다.

   


[박창원의 인(人) 17]
네 번째 연재 장승쟁이 김종흥②
글.사진 / 평화뉴스 박창원 객원기자


'곡주사 이모'와 '하회마을 뱃사공', 노동운동가 '장명숙 세실리아'에 이은
<박창원의 인(人)> 네 번째 연재, '장승쟁이'로 불리는 김종흥(56)님의 이야기입니다.
하회별신굿탈놀이 이수자이기도 한 김종흥님과 사연 있으신 독자들의 글도 함께 싣고자 합니다.
- 사연 보내실 곳 : 평화뉴스 pnnews@pn.or.kr / 053-421-6151
독 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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