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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 멋의 '마중물'이 되다
장승쟁이 김종흥④ / "여보게 양반, 나는 팔대부 자손일세"
2010년 07월 14일 (수) 09:50:34 평화뉴스 pnnews@pn.or.kr

"하회탈이란 게 매력이 있어서 광대가 말하면 탈이 살아납니다.
표정이 참 좋다고 할까요. 인간의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을 그대로 담아내지요."


‘희노애락애오욕’은 사람이 느끼는 기본 감정입니다. 이를테면 기쁨과 노여움, 슬픔, 즐거움, 사랑, 미움, 욕심 따위지요. 이렇듯 하회탈은 종이나 바가지로 만든 고정된 가면이 아니라 움직이는 탈입니다. 2만개가 넘는 세계의 가면 중에도 하회탈처럼 살아 숨 쉬는 탈을 찾기란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는 장승쟁이 이전에 하회탈과 먼저 인연을 맺습니다. 하회마을 사람이 되면서 뿌리공예를 떨어내고 탈 만드는 일을 시작한 것입니다. 탈 만드는 일을 오래하지는 못했지만 그 빈틈을 탈춤으로 메웠습니다. 흥과 끼가 넘치는 그였기에 하회별신굿탈놀이 이수자가 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중요무형문화재 69호 하회별신굿탈놀이 이수자입니다.

   
▲ '장승쟁이'로 불리는 김종흥(56)님...그는 목조각 이수자이자 '하회별신굿탈놀이' 이수자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영락없이 하회마을 사람으로 뿌리내렸습니다. 류 씨 마을에 터를 잡은 지도 벌써 20년을 훌쩍 넘겼습니다. 더구나 올해로 15년째 류 씨 마을 동제사의 제사장 격인 산주(山主)를 내리 맡아 오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비는 하회마을 별신굿의 주관자입니다.

그가 생각하는 별신굿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요. 그는 별신굿이야말로 할 말 못 할 말 다해서 마을의 막힘을 틔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을 즐겁게 하는 신성한 공간 별신굿에서는 인간도 자유롭고 즐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억눌리고 막힌 숨통을 틔우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예전부터 별신굿은 해마다 치를 수가 없어서 몇 해 걸러 한 번씩 열렸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마을을 돌며 별신굿을 놀 때는 양반, 상민이 서로 위치가 뒤바뀌었습니다. 초랭이며 각시며 할미탈로 안면을 가린 채 양반을 풍자하고 파계승을 조소하며 막힘을 풀었습니다. 눌림 받던 이들은 한 때나마 후련함을 느꼈을 법 합니다.

보름동안 노는 하회별신굿은 전통 신분사회에서 단막극이긴 했지만 흔치않은 억눌림의 출구였습니다. 그래서 정월 대보름 동제 때만은 마을 사람들이 하나로 합쳐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런 이유로 상민들은 보름 동안의 굿이 끝나면 다음의 별신굿을 기대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 안동 하회마을 어귀 목석원(木石圓) 아랫마당에서 하회별신굿 탈놀음을 가르치는 김종흥(56)님

기실 그는 하회마을의 터줏대감인 류 씨도 아니고, 류 씨와 삶의 터를 오래 전부터 함께 섞여 살아온 타성의 마을 사람도 아닙니다. 그는 하회마을로 보면 독립군 같은 외래인 입니다. 하지만 그는 1988년 하회마을로 들어오면서 어엿이 하회마을 사람이 됐습니다. 하회마을 사람들 사이에 알게 모르게 처져 있는 여간 길지 않은 내력의 끈들도 그에게는 상관이 없었습니다.

하회마을은 ‘허 씨 터전에 안 씨 문전에 류 씨 배판’이란 말이 여전히 나도는 동네입니다. 별신굿 탈 제작자가 허도령이었다는 구전을 지금도 어디서나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전통성이 강합니다. 거기서 그는 제자리를 잡았습니다. 말하자면 그는 우리 전통문화의 맛과 멋을 대중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하회마을이란 호수에서 끄집어낸 마중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하회마을이 뭐 별건가. 우리 조상들이 일군 터가 아닌가?’ 그의 마음에 깊이 자리 잡은 생각입니다. 겉치레의 위선을 마치 전통인양 포장하며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향한 독백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별신굿 놀이가 곳곳에서 벌어져도 시원찮을 세상입니다. 양반가 마당에서 푸는 사설도 다르지 않습니다.

'여보게 선비, 내가 누군 줄 아나.
내가 바로 사대부의 자손일세.
사대부, 사대부는 뭔고,
여보게 양반, 나는 팔대부의 자손일세.
대관절 팔대부는 뭔고.
팔대부는 사대부의 갑절 아닌가.
에끼, 이 사람아.
~'


   


[박창원의 인(人) 19]
네 번째 연재 장승쟁이 김종흥④
글.사진 / 평화뉴스 박창원 객원기자


'곡주사 이모'와 '하회마을 뱃사공', 노동운동가 '장명숙 세실리아'에 이은
<박창원의 인(人)> 네 번째 연재, '장승쟁이'로 불리는 김종흥(56)님의 이야기입니다.
하회별신굿탈놀이 이수자이기도 한 김종흥님과 사연 있으신 독자들의 글도 함께 싣고자 합니다.
- 사연 보내실 곳 : 평화뉴스 pnnews@pn.or.kr / 053-421-6151
독 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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