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 거부하고 낙동강으로 간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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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근 / "4대강사업과 교육...비논리의 일방통행, 그 균열은 시작됐다"

전국적으로 일제고사가 치러진 13일, 대구지역 학생 13명은 ‘줄 세우기 교육’의 상징인 일제고사를 과감히 거부하고 낙동강으로 체험학습을 떠났습니다. 이날 아침 이들 학생들과 선생님과 학부모들로 함께 구성된 20여명의 ‘무한경쟁 입시지옥 일제고사 반대 현장체험 학습단’은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무한경쟁 특권교육, 일제고사 중단하고 아이들에게 행복권을 되돌려주자”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가진 후 곧바로 4대강 사업의 현장인 낙동강과 그 지천인 회천으로 현장학습을 떠났습니다. 그 체험학습 현장을 동행하면서 그 모습들을 담아봤습니다. - 필자 주 


“무엇보다 일제히 치는 시험이 싫고요. 우리들을 성적순으로 순서 매기는 것이 싫어요. 그래서 일제고사를 거부하고, 오늘 친구들과 여기(낙동강과 낙동강의 지류인 ‘회천’)에 왔어요. 그리고 올 때 본 낙동강 보다 여기(회천)가 훨씬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오늘 어떻게 체험학습을 오게 되었고, 와 보니 기분이 어떠냐”는 필자의 질문에, 대구 북구의 00초등학교에 다니는 6학년 규진이는 정확히 이렇게 대답했다. 그랬다. 규진이는 13일인 이날 전국적으로 동시에 치르게 되는 ‘일제고사’를 과감히 거부하고, 다른 열세 명의 친구들과 함께 낙동강으로 체험학습을 나온 것이다.

낙동강의 지류인 회천에서의 뗏목 타기 체험을 하고 있는 아이들
낙동강의 지류인 회천에서의 뗏목 타기 체험을 하고 있는 아이들

규진이와 친구들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이란 묘한 이름으로 지금 낙동강을 파헤치고 있는 그 현장으로 와서, 이 ‘4대강 토목사업’의 참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아직 그 사업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낙동강의 한 지천인 ‘회천’으로 가서 살아있는 강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직접 몸으로 ‘체험’해 보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자연과 어울려 마음껏 뛰어 놀며, 우리 국토에 대한 애정과 존중감을 새롭게 확인하는 것이 오늘 체험학습의 목표”인 것이다.

그래서 이날 아이들은 달성보 공사현장과 그 일대를 둘러보고, ‘다람재’에서 ‘도동서원’ 앞을 흘러가는 낙동강과 그 일대의 망가져가는 강변 숲과 하천부지 농지를 둘러보면서 낙동강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정확히 목격해본 것이다. 그러고는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지천인 ‘회천’으로 가서는 ‘페트병 뗏목’도 타고, 물놀이도 하면서 강이 원래 어떤 모습인가를 온몸으로 확인해본 것이다.   

달성보가 서서히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이 모습을 보고 아이들도 많이 충격을 받았다
달성보가 서서히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이 모습을 보고 아이들도 많이 충격을 받았다
아이들이 도동서원의 강당에 앉아서 문화해설사 선생님으로부터 도동서원의 유래와 김굉필 선생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있다
아이들이 도동서원의 강당에 앉아서 문화해설사 선생님으로부터 도동서원의 유래와 김굉필 선생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있다

죽어가는 낙동강과 자연 그대로 흐르는 '회천'

회천은 정말 아름다운 강이었다. 수심이 깊지도 않고, 모래톱이 많은 전형적인 우리 하천의 모습을 하고 있는 강이었다. 지난 봄 낙동강 상류인 ‘내성천’에서 본, 우리 강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한 모습이었다.

전날 이 지역에도 적지 않은 양의 비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회천의 수위는 어른 무릎까지 정도에서 왔다 갔다 할 정도였고, 강물도 맑았다. 그러나 오전에 지나오면서 본 낙동강은 달랐다. 온통 잿빛의 흙탕물만이 흘러갈 뿐이었다.

'회천'의 아름다운 모습. 강물은 이렇게 막힘이 없이 흘러야 한다
'회천'의 아름다운 모습. 강물은 이렇게 막힘이 없이 흘러야 한다

회천의 강물(좌)과 낙동강의 강물(우)이 심각히 비교가 된다.
회천의 강물(좌)과 낙동강의 강물(우)이 심각히 비교가 된다.

낙동강 저 상류에서부터 전 구간이 공사장이기 때문에 낙동강은 비가 오나 오지 않으나 앞으로 2년간은 이런 모습일 터이다. “앞으로 2년간은 맑은 물을 구경할 수 없다”는 것이 낙동강의 현실인 것이다. 지금처럼 4대강 사업이 계속 강행되는 한은 말이다.

간간히 이슬비가 뿌린 날이라, 물놀이를 하기엔 다소 살살한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아이들은 아이들이었다.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 저 상류에서 뗏목을 타고 내려와서는 연신 물을 떠날 줄을 몰랐다. 인솔하시는 선생님과 동행한 아빠들이 옆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덕분인지 아이들은 마치 그 강의 주인인양 참 열심히들 논다. 그 모습이 흐르는 강물과 어우러져 무척이나 자연스럽다.

자연, 그렇다. 그 자연을 느끼기에 강만큼 좋은 것이 또 있을까 싶다. 강물 속에 몸을 담그고 있어 보라. 혹은 강물을 한참 동안 바라보기만이라도 할라 치면 그대로 강이 되어 흐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물아일체의 경지에 빠지게 되는 것은 강에서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은 것이다. 그렇게 강이 되어 함께 흘러본 시간은 아이들에게나 함께한 어른들에게나 참 소중한 시간이었으리라 여겨진다.

아이들과 함께한 어른들이 강에서 신나게 놀고 있다. 그대로 강이 되었다.
아이들과 함께한 어른들이 강에서 신나게 놀고 있다. 그대로 강이 되었다.

아이들이 강에서 신나게 놀고 있다. 그대로 강과 함께 흐르고 있다
아이들이 강에서 신나게 놀고 있다. 그대로 강과 함께 흐르고 있다

그렇게 강과 함께 흐르면서 저마다의 가슴 속에 강 하나씩 담고서 아이들은 다시 대구로 향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우려했던 일이 터진 것인가? 이날 일제고사를 거부한 학생들에게 교과부와 대구시교육청은 “일제고사에 불참하고 체험학습에 참가하는 학생들에 대해서 ‘무단결석’ 조치를 하겠다"는 경고성 발언을 했다고 하는데, 돌아오는 차 안에서 성서의 00중학교 2학년 현지가 친구들에게 문제의 전화를 받은 것이다. 그런데 그 전화내용이 정말 가관이다.

체험학습 절대 안된다는 교사...

현지가 전하는 말에 의하면 담임선생님이 반 친구들에게 "오늘 체험학습을 간 현지는 무단결석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했다 하고, 설상가상으로 그런 "현지 때문에 우리 학급평점이 깎기게 됐다"는 소리까지 반 아이들에게 했다는 것이다. 그런 사실을 같은 반 친구가 전화로 현지에게 알려온 것이다.       

그 담임선생님의 조처는 이해 못할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 동행한 현지 아빠의 말에 의하면 체험학습을 위해 사전에 담임께 모든 이야기를 다 했다고 한다. 게다가 현지는 이날 일제고사 대상자도 아니라고 한다. 13일은 초6, 중3, 고2 학생들이 일제고사를 치기 때문에 중2인 현지는 일제고사 대상자도 아닌 것이다. 그런데도 담임선생님은 다른 곳은 다 가도 되는데, ‘일제고사 반대 체험학습’만은 안 된다면서 절대로 체험학습 신청서를 받아줄 수가 없다는 황당한 소리를 현지 아빠에게 계속 주장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종합해보면 학교의 그 어떤 지침이 있어서 그 담임 선생님은 그 지침에 자신이 찍히기 싫은 것이고, 그래서 “절대로 안 된다”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한 것이라 유추해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결국 이날 체험학습을 떠나온 현지를 두고 담임선생님이 반 아이들에게 그런 비교육적 발언까지 했다는 것이고 말이다.

체험학습을 떠나기 전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2010.7.13 대구시교육청 앞
체험학습을 떠나기 전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2010.7.13 대구시교육청 앞

“한참 예민한 시절의 아이들에게 어떻게 그 같은 발언을 할 수가 있는 것인지 도무지 같은 선생으로서 이해가 가지 않고, 실지로 학급평점 운운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옆에서 그 소리를 함께 듣고 있던 전교조 배 선생님은 개탄을 금치 못했다.

그녀는 “서울, 강원, 전북 등의 교육청에서는 일제고사를 치르지 않겠다는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존중해 해당 학생들을 위한 대체프로그램을 학교별로 준비할 것을 교육청 차원에서 요구하는 것이 현실인데, 대구는 거꾸로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개탄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결정되진 않을 일일 것이고, 내일이 돼보면 확실해질 것”이라며, “지금 교과부나 대구교육청도 체험학습이 된다고 했다가 안 된다고 했다가 왔다 갔다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내일 교과부의 조치를 분명히 확인해볼 것”이라 했다.

비논리의 일방통행, 그 균열은 시작됐다

4대강 사업이나 일제고사는 이렇듯 비논리가 판을 친다. 4대강 사업에서는 수질 개선한다면서 물을 가두고, 대운하가 아니라고 하면서 6미터 깊이로 강바닥을 준설하고, 홍수는 지천에서 대부분 일어나는데도 본류를 정비한다 하고, 물부족을 대비해 물을 확보하기 위해서 4대강 사업을 한다고 하면서 인근에 남강댐이라는 대형댐을 또 짓거나 식수원을 이전하는 계획을 세우는 것은 비논리의 극치다.

일제고사 또한 마찬가지다. 어느 선생님의 말마따나 “수능 안 친다고, 징계하지 않고, 급식 안 먹는다고 징계하지 않는데, 일제고사 안 친다고 징계하는 이런 비논리가 어디 있냐”는 것이다.

국가가, 대통령이 하라면 무조건 해야 하는 것인가? 국민으로서 최소한의 선택권도 이 땅에서는 존중 받을 수 없다는 말인가? 줄 세우기 교육, 경쟁 교육에 더 이상 희생되기 싫어서 자연 속에서 더불어 사는 지혜를 배우러 체험학습을 가고 싶다는 것이 왜 죄가 되어야 하고, 지난 정부에서는 그대로 허용이 된 그런 정당한 행동으로 인해서 왜 친구들에게 이상한 시선을 받아야 한단 말인가?

또한 국민의 70%가 넘게 4대강 사업이 잘못 됐다고 하는데, 멀쩡한 강을 그대로 좀 놔두라고 하는데, 기어이 강에 ‘댐’을 세워 인공의 수로를 만들겠다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는가? 오직 한 사람의 아집 때문에 우리 국토의 젖줄을 도대체 왜 희생을 시켜야 한단 말인가?

이처럼 논리적 모순이 너무도 많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다. 그러나 다행히 4대강 사업도, 일제고사도 아직 희망은 있다. 본질적으로 이 두 문제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 즉 국가에 의한 강제나 강압은 이제 더 이상 안 된다는 것이고, 적어도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은 분명히 그렇게 표로 심판을 한 것이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아직까지도 국민의 목소리를 겸허히 수용치 못하고 있고, 아직까지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것 같다. 그러므로 이런 정부에게 이제 필요한 것은 국민적 저항일 뿐이다. 곳곳에서 그런 징후들이 포착된다. 4대강 사업의 현장으로 체험학습을 떠난 아이들의 이날의 행동도 그런 징후의 하나인 것이다. 그렇다. 균열은 이미 시작됐다. 이제 더 거센 비바람이 곧 몰려올 태풍처럼 몰아쳐 일방통행라는 이 낡은 그릇을 깨버릴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래서 4대강도 살고, 아이들도 살게 되는 그날이 곧 올 것임을.      






[기고] 글.사진 정수근
낙동강을생각하는대구사람들(http://cafe.daum.net/nakdongdg) 까페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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