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D산업 노조, "고용승계" 요구

평화뉴스
  • 입력 2004.07.2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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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업체, 구청과 재계약 포기
...노조, 서구청과 모 신문사 앞에서 잇따라 집회





◇ 어제(7.23) 서구의 청소용역업체 D산업 노조원을 비롯한 민주노총 공공연맹 노조원 80여명이 대구의 모 신문사 앞에서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대구시 서구의 생활쓰레기 수거를 위탁받은 D산업이 지난달 말 구청과의 재계약을 포기하면서, 이 업체 노조원들이 서구청 앞에서 아침마다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D업체는 지난달 말 회사내의 노사분규 등을 이유로 지난 6월 30일 서구청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이에 따라 이 업체 노조원 18명은 "업체 직원들의 일자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며 7월 1일부터 지금까지 매일 아침 서구청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서구청은 당장 쓰레기 수거가 되지 않아 어떻게든 이 업체와 재계약을 맺으려고 했지만 회사측에서 이를 거부함에 따라, 노조원들은 "꼭 이 업체가 아니라도 좋으니 어떻게든 고용승계만 이뤄지게 해달라"며 서구청에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들은 어제(7.23)는 대구의 모 신문사 앞에서도 집회를 열었다. 이날 대구지역 환경관리노조 김상호 위원장을 만나 지금까지의 상황과 노조의 입장을 들어봤다.
대구지역 환경관리노조 김상호 위원장.
대구지역 환경관리노조 김상호 위원장.


- 왜 아침마다 서구청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나?

= 직원들의 고용승계다. 직원들은 일하고 싶지만 재계약이 되지 않아 일을 못하고 있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포기해버려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던 이곳 업체 직원 26명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 회사가 재계약을 포기한 이유는 뭔가?

= 서구는 그동안 쓰레기 민간위탁을 이 업체에만 맡겼는데 지난해 9월 노조의 파업으로 쓰레기 처리에 문제를 겪었다. 그래서 서구청은 이런 문제를 막고 업체 경쟁력도 높이기 위해 지난 7월 1일부터 'S환경'에게 'D산업'이 맡았던 물량의 35%를 넘겨버렸다. 이와 함께 D산업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그런데 지난 'D산업'과 서구청이 맺은 계약서에 노사분규가 있을 때 위약금을 문다는 조항이 있어, 회사에서는 노조가 구조조정 등에 강하게 반발할 것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재개약을 포기했다.


- 직원들의 반응은 어떤가?

= 한마디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쓰레기 수거 물량이 줄어든다는 사실은 서구청과 계약할 당시에 이미 예정된 일이었는데, 회사측에서는 6개월이 지날 동안 구조조정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나 언급이 없었다.
또, 노조의 집회로 서구청장이 위약금 조항을 수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사활이 걸린 계약을 이렇게 쉽게 포기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회사측에서 노조를 없애기 위해 꾸미는 일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 그렇다면 회사를 상대로 항의해야되지 않나?

= 이 업체 사장은 지난 6월 30일 직원들을 모아 서구청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는 말만 전하고 이후 연락이 없다. 더 이상한 것은 지난 1월에 회사를 인수하면서 회사에 노조가 있다는 것도, 7월부터 서구청과 계약조건이 바뀐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지난해까지 모 신문사 회장이 이 회사를 가지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전 사장과 어떤 계약 관계가 있는 것이 확실하다.


- 오늘 이곳 신문사 앞에서 집회를 연 것이 그 때문인가?

= 그렇다. 이 회사 노조는 이 신문사 사주가 경영하던 지난해에 생겼는데, 노조가 생기기 전까지 하루 15시간 이상의 노동을 강요했다. 하지만 노조가 생기면서 임금 인상도 요구하는 등 회사측에서 마음대로 노동자를 대할 수 없게 됐다.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이 업체의 사주가 이곳 신문사 회장인 것으로 알고 있고, 실제로 대구지역의 6개 청소용역 업체를 명의만 바꿔 뒤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업체도 그 중 하나다.


- 궁극적으로 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 한 마디로 고용승계다. 노조를 없애려고 하는 회사측을 규탄하는 동시에 지금의 회사가 서구청과 재계약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그게 전혀 불가능하다면 다른 업체나 구청 안에서라도 어떻게든 고용승계가 이뤄져야 한다.


- 앞으로 일정은 어떤가?

= 아침마다 해왔던 서구청 앞 집회를 계속할 생각이고, 상황에 변화가 없을 경우에는 오는 29일부터는 서구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하려고 한다. 고용승계가 이뤄질 때까지 우리의 농성을 그만둘 수는 없다.


이 청소용역업체가 재계약을 거부함에 따라, 서구청은 이들이 맡았던 내당동과 비산4동, 평리2, 3, 4동, 중리동 등 서구의 4만2천여 가구의 생활쓰레기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계약이 끝난 지난 7월 1일부터 구청 산하 환경미화원 16명을 투입해 쓰레기 비상수거를 하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피로가 누적돼 대책이 시급하다.

서구청 청소과 청소행정계 이신교 계장은 "사주가 재계약을 포기해버려 구청도 쓰레기 수거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계속되는 집회로 주민 신고도 잇따른다"며 "쓰레기 수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청은 다른 업체와의 계약을 검토하고 있지만, 당장 자격에 맞는 업체를 구하기 힘들 때는 7월부터 새롭게 용역을 맡은 회사측에 더 많은 물량을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계장은 또, "그 업체에서 직원들의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일부 몇 명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전체 직원 26명을 고용승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이 업체 노조원 신동필(38)씨는 "직원 대부분이 4,50대 가장으로 당장 꾸준한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들인데, 회사측은 아무런 해결 의지도 없다"며 "회사 사장은 6월말 재계약 포기를 선언한 이후 직원들 앞에 얼굴도 보이지 않고 있어, 지금 있는 사장이 실질적인 사장이 아니라는 확신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이 업체 사장 안모씨는 외부와 연락되지 않는 상태고, 집회에 나선 노조원들은 회사로부터 "8월까지 회사에 출근하지 않을 경우 9월초에 해고하겠다"는 서류를 통보 받았다.

글.사진 평화뉴스 배선희 기자 pnsun@p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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