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휼방상쟁(鷸蚌相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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휼방상쟁.../ 사진 출처. 네이버
휼방상쟁.../ 사진 출처. 네이버
 고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의 이야기입니다.
조(趙)나라가 연(燕)나라를 침공하려 할 때 책사 소대(蘇代)가 조나라 혜왕에게 물총새(鷸)와 조개(蚌)가 싸우던 광경을 설명하면서 침공을 만류합니다. 햇볕을 쬐고 있는 조개의 살을 물총새가 쪼자, 조개가 입을 다물어 물총새의 부리를 물었습니다. 물총새는 뭍으로 나온 조개가 끝내 말라 죽을 것이라 생각하고 조개를 놓아주지 않았고, 조개 역시 물총새가 먼저 죽을 것이라 판단하고 단단한 입을 벌리지 않았습니다. 결국 주변을 지나던 어부가 물총새와 조개를 한꺼번에 사로잡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조나라 혜왕은 침공계획을 거두게 됩니다.

 북한군의 연평도 폭격으로 평화 대신에 전쟁의 공포가 온 나라를 뒤덮고 있고, 연평도 주민들은 하루 아침에 전쟁 피난민이 되고 말았습니다. 민가와 민간인의 피해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폭격을 강행한 북한군의 행위는 심각한 전쟁범죄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전쟁범죄를 단죄하는 방식이 꼭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식의 무력대응밖에 없는 지, 그리고 무력대응이 가능하다면 그 결과는 어떠할 지를 따져보는 냉정함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지금 한반도는 물총새과 조개가 서로 죽기만을 기다리며 사생결단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 싸움의 틈새에서 쏠쏠한 전리품을 챙기는 자들은 누구이겠습니까? 평화로운 일상에서도 하루하루 삶을 지탱하기가 버거운 서민들은 결코 아닐 것입니다. 나라 안으로는 제일 먼저 “확전 불사”를 외치고 다니는 국회의원들이 챙겼습니다. 국내외 시선이 연평도에 쏠려 있는 동안 벼락같이 내년도 의정활동비를 5%씩이나 인상했네요. 대포폰으로 궁지에 몰려 있던 정권의 실세들은 어디에선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조개와 물총새의 싸움으로 뜻밖의 횡재를 했던 어부의 역할은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이 골고루 나누어 가질 것입니다. 그 나라들이 연평도 폭격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이유가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우려하고 있는 탓은 아닐 것입니다. 당장 미국의 요구만 담은 FTA 추가 협정이 추진되고 있지만, 온 나라의 시선은 연평도에만 모여 있습니다.   

<한겨레> 2010년 11월 27일자 2면
<한겨레> 2010년 11월 27일자 2면

 “도가 있는 세상에서는 달리던 군마가 되돌아와 그 똥으로 밭을 일구고, 도가 없는 세상에서는 군마가 변방(전장터)에서 새끼를 낳는다(天下有道 却走馬以糞 天下無道 戎馬生於郊).” 고 했습니다. <도덕경>에서 이르는 말입니다. 지난 3년간 이 나라의 도(道)가 있었던가를 되짚어 봅니다. 한 국가를 지탱하는 원칙과 법도가 무엇이었던가를 생각해봅니다. 지난 10년 간 유지되어왔던 ‘평화’가 왜 한 순간에 ‘전시상황’으로 바뀌었는지 국가 보위의 책임을 지고 있는 그 누군가가 국민 앞에 소상히 설명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국민들의 안위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한없이 무겁고 진중해야 할 대통령의 말이 “주어가 없는” 채로 끝없이 “마사지”되어 흘러 다닙니다. 군에 가야할 때는 행방불명이 되었던 사람이 느닷없이 군복을 입고 나타나서 폭격 지나간 연평도 현장을 서성대는 모습에서는 오히려 측은함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렇게 군복을 입고 싶었던가? 그렇게 총질을 해대며 전쟁놀이를 하고 싶었던가?  

사진 출처 / 한나라당 홈페이지(안상수 대표, 연평도 피해현장 긴급방문. 2010.11.24)
사진 출처 / 한나라당 홈페이지(안상수 대표, 연평도 피해현장 긴급방문. 2010.11.24)
                 
          훌륭한 장수는 힘을 뽐내지 아니하고(善爲士者不武)
          싸움을 잘하는 사람은  성내지 않고 (善戰者不怒)
          적군을 잘 이기는 자는 함께 맞서지 않으며(善勝敵者不與)
          사람을 잘 쓰는 이는 자기가 먼저 낮춘다(善用人者爲之下)
          이를 다투지 않는 덕이라 하고 (是謂不爭之德)
          이를 사람을 쓰는 힘이라 한다(是謂用人之力)
          이것은 천도(天道)에 짝하는 것이며 (是謂配天)
          예부터 이어져오는 지극한 도(道)이다(古之極).
                                                                    <도덕경> 68장


  천안함이 침몰하여 수십 명의 젊은 생명을 수장시킨 뒤 북한정권을 성토한 것 말고 나라 안의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린 적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이후에도 군 전투기가  추락하고, 해군함정이 또 침몰하고, 도하 훈련 중이던 장병들의 배가 뒤집히면서 또 아까운 생명을 잃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린 적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국방의 의무를 수행해야 할 군인들이 4대강 사업에 투입되어 멀쩡한 강들을 파헤치고 있어도 아무런 비판이나 제재가 없었습니다. 이 나라에 국군통수권자의 군령이 제대로 서 있었던 건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나라의 안위는 시비를 가리는 기준에 있지 강약에 있지 않으며,
나라의 존망은 권력의 허실에 있지 병력의 많고 적음에 있는 것이 아니다"
安危在是非 不在於强弱, 存亡在虛實 不在於衆寡
                                        <한비자- 안위(安危)편>



[연재] - <시,서,화가 있는 집 - 서류당 35 > 글 / 김진국


<시, 서, 화가 있는 집 - 서류당> 연재입니다. 서류당(湑榴堂)은 '이슬 머금은 석류나무가 있는 집'으로,
시 도 있고 글도 있고 그림도 있어 편안하면서도 자유롭게 수다 떨 수 있는 그런 조용하고 아담한 집을 뜻합니다.
이 연재는 매주 월요일 김진국(의사. 신경과 전문의) 선생님께서 쓰십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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