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적내홍(蝥賊內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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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 중국 춘추시대 진(晉)나라 왕, 평공(平公)이 황화강에서 뱃놀이를 즐기다가 같이 즐기는 선비가 없음을 한탄하자 뱃사공이 답하기를 "발 없는 구슬과 옥은 이곳에 가득한데, 발 있는 선비가 찾아오지 않는 것은 왕께서 구슬과 옥을 좋아하는 대신 선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을 합니다. 이에 발끈한 진 평공은 "내 주변의 “문전식객들이 좌우로 천여 명 씩이나 늘어 서 있는데, 선비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박합니다. 이에 뱃사공은 “한 번에 천릿길을 날아가는 홍곡(鴻鵠)이 믿는 것은 단지 날갯죽지 근육(六翮) 하나뿐인데, 왕 주변의 수많은 문전식객들은 하나같이 배나 등 뒤에 붙은 솜털에 불과할 뿐, 날갯죽지(六翮)에 비견할 자는 한 사람도 없지 않느냐"고 되묻습니다.

 북한군의 연평도 침공사건 이후 세상 돌아가는 모습이 어지럽습니다. “갈팡질팡, 우왕좌왕” 이란 말 외에 달리 설명할 말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전쟁 난민이 되어버린 연평도 주민의 안위에 대해서는 눈곱만큼의 관심도 없는 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의 전쟁난민들이 이 나라를 찾아오더라도 이리 대접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저 자기네들끼리만 살 궁리하느라 아웅다웅 다투는 꼴이 가관입니다. “대통령을 모시는 참모가 자기 살자고 대통령을 파는”(<조선일보>, 2010. 12.03 ”국정원, 북 도발정보, 청와대 군에 다 전달“>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2010년 12월 3일자 3면
<조선일보> 2010년 12월 3일자 3면

 국정원장이라면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로 5년이란 세월을 하염없이 날아가야 할 권력의 날갯죽지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권력기관의 수장입니다. 그런 막중한 역할을 해야 할 국정원장이 국정원 전직 간부들로부터도 퇴진 요구를 받고 있습니다(<오마이뉴스> 2010.12.02 “원세훈 국정원장, 먹고살려고 자리 지키나”). 전직 간부 중의 한 사람은 생계 걱정으로 사표를 못 내겠다면 자신이 받는 연금의 반을 떼 주겠다고 까지 했습니다. 한 때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힘을 가졌다는 권력기관의 수장이 가진 권위가 어찌 이 지경으로 몰락했는지...

 게다가 집권여당의 대표는 나이 60이 넘은 나이에 전쟁이 나면 육군의 “보온병(兵)”이 되어 보온병(甁)을 들고 적진으로 달려가겠다며 불퇴전의 전의를 과시하여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더니 당내에서조차 빈정거리는 말들이 나옵니다. 권력의 문 옆에 줄 지어 늘어선 문전식객들... 찬바람 불면 바람을 막아서기보다는 권력의 등 뒤에 빌붙어 납작 고개를 파묻는 솜털 같은 존재들이 이 나라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그런 솜털 같은 문전식객들을 대통령은 “Best of Best"라고 했습니다. 
 
  (...)
  하늘이 죄를 물어 그물을 내리시니 (天降罪罟)
  좀도둑들 집안에서 서로 싸우네 (蟊賊內訌)
  멍청하게 서로 치고박고 분열하며 (昏椓靡共) 
  어지러이 무너지고 비뚤어져서 (潰潰回 遹)
  실로 이 나라가 오랑캐 나라가 되어가네(實靖夷我邦)
  (...)
                           <詩經-大雅/(召旻), 시경강설 이기동역해/성균관대출판부 참조)


 아직 족히 2년은 날아가야 할 먼 길입니다. 튼튼한 날갯죽지 하나 없이 솜털만으로 어찌 그 먼 길을 날아가려는지 걱정스럽습니다. 게다가 임기를 마칠 무렵이면 솜털마저 다 떨어져나가고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후 사저 경호를 위한 경호실 부지값만 노무현 대통령 사저 건축비의 27배나 되는 돈을 들인다고 합니다. 땅값만 그 정도인데, 건축비까지 합치면 도대체 얼마의 예산을 쏟아 부을 작정인지 궁급합니다. 지지율이 60%가 넘는다고 자화자찬하던 현직 대통령의 퇴임 후 신변안전을 위해 어찌 이리 많은 돈을 들여야 하는 지 이해가 안갑니다. 강부자 정권의 최고 권력자답게 서울의 강남으로 가서 살겠다는데 강부자들이 무슨 해코지를 할 리도 없을 터입니다만, 벌써 자신의 열혈 지지자들조차 못 믿는다는 이야기인가요?

 거리를 가득 메운 벌건 촛불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시작했던 권력의 날갯짓, 제대로 한번 날아보지도 못하고 명박산성이 둘러 쳐져 있는 길을 따라 바짝 엎드려 허둥지둥 쫓기듯 달려온 3년의 세월이 저물어갑니다. 전두환 대통령이 퇴임하자마자 백담사로 ‘위리안치’ 되었던 것은 권력을 재창출하지 못해서가 아니었고, 연희동 사저의 경호시설이 취약해서도 아니었으며, 게다가 TK 지역이 뒷받침하는 콘크리트 지지층도 있었음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 쥐가 말했다. <세상이 날마다 좁아지는구나. 처음에는 하도 넓어서 겁이 났는데, 자꾸 달리다 보니 드디어 좌우로 멀리에서 벽이 보여 행복했다. 그러나 이 긴 벽들이 어찌나 빨리 마주 달려오는지 나는 어느새 마지막 방에 와 있고, 저기 저 구석에는 덫이 있어, 내가 그리로 달려들어가고 있다.> -<너는 달리는 방향만 바꾸면 돼.> 하며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었다.

                                                                <작은 우화-카프카>



[연재] - <시,서,화가 있는 집 - 서류당 36 > 글 / 김진국


<시, 서, 화가 있는 집 - 서류당> 연재입니다. 서류당(湑榴堂)은 '이슬 머금은 석류나무가 있는 집'으로,
시 도 있고 글도 있고 그림도 있어 편안하면서도 자유롭게 수다 떨 수 있는 그런 조용하고 아담한 집을 뜻합니다.
이 연재는 매주 월요일 김진국(의사. 신경과 전문의) 선생님께서 쓰십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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