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 산타마을에서 왔습니다!"
산타할아버지와 요정들이 현관에 들어서자 방에서 나온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산타할아버지가 "허허허, 메리크리스마스!"라고 외치자 그제서야 아이가 "와! 진짜 산타할아버지다"라며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성탄을 맞아 산타로 변신한 대구지역 청년 500여명이 저소득층 가정을 찾아 성탄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이들은 35개조로 나눠 오후 5시부터 동구일대를 돌며 어린이 120여명에게 선물을 전달했다. 각 조별로 3~5가정을 30분씩 방문해 간단한 역할극과 율동, 풍선아트도 선보였다.
"어 내가 갖고 싶었던 건데 어떻게 알았지?"
동구 효목동에서 할머니와 함께 사는 임모(8)군은 산타가 전해준 선물을 뜯어보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옆에 있던 임군의 동생 임모(6)양도 평소 갖고 싶었던 인형을 받아 들고 신난 표정이었다. 산타들이 사전에 해당가정을 방문해 아이들이 원하는 선물을 미리 조사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1만5천원상당의 인형과 장난감, 게임CD와 팽이 등을 선물로 준비했다.
임군 남매는 5년 전 아버지가 돈 벌어오겠다며 집을 나간 뒤 소식이 끊겨 3살 때부터 할머니 품에서 자랐다. 어려운 형편 탓에 기름보일러를 틀 돈이 없어 작은 전기장판 위에서 가족 3명이 다닥다닥 붙어 잠을 청한다.
임군의 할머니 김모(64)씨는 "우리처럼 외롭고 어려운 사람한테 젊은 청년들이 찾아와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니 정말 고맙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선물을 나눠준 정영희(21.계명대3)씨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기쁘기도 했지만 '기름 값이 없어 보일러를 틀지 못한다'는 할머니의 말에 가슴이 아팠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날 산타할아버지 분장을 한 김태혁(23.경북대3)씨는 "어려운 형편인데도 아이들이 오히려 너무 밝고 순수해 가슴이 뭉클했다"며 "덕분에 뜻 깊은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가정방문에 앞서 오후 3시 20분 동구청 앞에서 '2010 몰래산타 대작전 발대식'과 '거리행진'을 가졌다. 발대식에서 산타들은 흥겨운 캐롤에 맞춰 율동을 선보이며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발대식을 찾은 이재만 동구청장은 "어렵고 소외된 계층을 향한 헌신이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며 "훌륭한 자원봉사활동에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고 격려했다.
사랑의 몰래산타 대구운동본부 강종환 대장은 "취업난이 심각해 청년들이 집안의 걱정거리가 됐지만, 사실 누구보다 뜨거운 심장을 가졌다"며 "가장 놀기 좋은 크리스마스에 2만원 씩 참가비를 내며 봉사를 하는 모습에서 아직 이 사회에 남아있는 희망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뜨거운 심장만큼 아이들을 생각하며 '몰래 산타 대작전'을 한 번 잘 해보자"고 응원했다.
함께하는대구청년회와 경북대총학생회를 비롯한 7개 단체가 모인 '사랑의 몰래산타 대구운동본부'는 지난 11월 8일부터 자원봉사자 모집과 봉사자교육, 가두홍보를 펼치며 '몰래산타 대작전'을 준비해왔다. 봉사자들은 각자 2만원씩 참가비를 거둬 선물 구입과 교통비, 준비비에 사용했다.
한편, '몰래산타 대작전'은 지난 2004년 경기도에서 처음 시작됐으며, 대구지역에서는 2008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3년째를 맞았다. 이날 전국 50여개 청년단체 회원들이 산타로 변신해 저소득층 가정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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