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마지막 한 푼까지 다 내어놓으신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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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순(78) 할머니, 남은 5천만원도 대구가톨릭대에..."좋은데 알아가 쓰이소"


"인자 진짜 한 푼도 없심더. 다 내놨심더"...

30년간 손수레를 끌며 그릇을 팔아 온 이계순(78) 할머니가 마지막 재산마저 세상에 내놨다. 지금까지 1억5천여만원을 장학금 등으로 기부했던 이 할머니. 마지막 남은 재산 5천여만원이 든 통장 2개와 자신의 도장을 지난 1월 31일 대구가톨릭대에 전했다. 그리고는 "인자 진짜 한 푼도 없심더. 다 내놨심더"라고 말했다.

"나는 개안심더. 연금도 쪼매 나오고 그 무슨 수급자도 된다카이 그것만 있어도 충분합니더"
대구가톨릭대에 기부한 소식을 듣고 연락하자 이 할머니는 이렇게 웃으며 말했다. 현재 할머니가 받는 돈은 기초노령연금 월 9만원이 전부다. 그리고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받게 될 급여가 더해질 뿐이다. "곧 될끼라 카데예. 혼자 사는데 그것만 있어도 안 되겠심니꺼"...

평생 모은 재산 2억여원을 다 내놓은 이계순 할머니.
할머니는 지난 30여년간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대구 중앙공원과 태평로 등에서 그릇 장사를 했다고 한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지난 1995년에는 대구가톨릭사회복지회에 1억원, 2006년에는 대구 서구장학회에 5천만원을 내놨다. 그리고, 2011년 1월 31일, 택시를 타고 대구가톨릭대 본관을 찾아가 낡은 통장 2개와 자신의 도장을 소병욱 총장에게 전했다. 통장에는 정확히 5천183만5090원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대구가톨릭대 5천만원을 비롯해 손수레 그릇장사로 모은 전 재산 2억여원을 사회에 기부한 이계순(78) 할머니.../ 사진 제공. 대구가톨릭대
대구가톨릭대 5천만원을 비롯해 손수레 그릇장사로 모은 전 재산 2억여원을 사회에 기부한 이계순(78) 할머니.../ 사진 제공. 대구가톨릭대

그동안 쌀 포대와 1,2백만원씩 구청이나 동사무소에 전한 건 할머니에게 얘기꺼리도 못된다.
"그기야 쪼매꿈씩 준긴데 뭘..."

할머니는 "마지막 남은 재산"이라며 5천여만원을 전하면서도 어디에 어떻게 쓸 지 전혀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구가톨릭대는 "할머니의 소중한 뜻을 받들어 이 돈을 학생들을 위해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할머니는 "40년 넘게 성당에 댕겼으이 그 대학에 주는기지"라며 대구가톨릭대에 기부한 이유를 짧게 말했다.

"할머니, 그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면 좋겠어요?"
기자의 물음에 할머니는 오히려 "미안하다"고 했다. "대학교 카마 적어도 1억은 줘야 도움이 될낀데 미안하기 짝이 없심더...그냥 마음대로 필요한대로 좋은데 알아가 쓰시라 캤심더"

평생 고생해서 모은 돈, 남 좋은 일에 다 내어주다니...어떤 마음일까?
"마음? 마음 칼꺼 뭐 있노, 내 주고 싶어 주는기지"라며 이 할머니는 담담하게 말했다.
대학측은 "못 배운 게 늘 한이 됐는데, 죽기 전에 젊은이들 공부하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면 좋겠다"는 할머니 말을 전했다. 또 "공부라고는 일제 때 고향에서 야학 잠시 다녀본 게 전부"라고 했다.

이 할머니는 대구시 서구 내당동의 한 빌라에 전세로 혼자 살고 있다.
"남편은 30여년 전에 세상을 떠났고 자식 셋을 낳았는데 어릴 때 다 죽었다"고 했다. 할머니는 "찾아오는 사람도 없다"며 "주인집 할매가 놀러오는 기 전부"라고 했다.

"외롭지 않으세요?"
"뭐 외로워...다 내 복 아입니꺼"

대학을 방문해 5천여만원이 든 통장을 전한 이계순(78) 할머니.../ 사진 제공. 대구가톨릭대
대학을 방문해 5천여만원이 든 통장을 전한 이계순(78) 할머니.../ 사진 제공. 대구가톨릭대

할머니는 "그릇장사 말고도 밤마다 옷도 꾸매고 집에서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일 안한지도 오래 됐고 병원에도 마이 댕겼다"며 "다리도 아프고 몸도 디고...인자는 아무 일도 못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할머니는 '기부'에 대해 묻자 "뭐 자꾸 카노, 그냥 내가 주고 싶어 주는긴데"라며 되묻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는 언뜻 떠올랐는지 2006년 서구장학회에 기부한 얘기를 거내며 농담삼아 웃으며 말했다.
"내가 서구청에도 5천만원 냈는데 밥도 한 그릇 안 얻어뭇다. 밥 사달라 캐야되겠네. 허허"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할머니는 이어지는 대화에 손자 대하듯 편하게 얘기했다.
평생 고생하며 모은 돈, 마지막 통장까지 다 내어놓은 할머니. 굳이 말하지는 않았지만 배우는 학생들과 어려운 이웃에 대한 사랑이 오죽할까. 그리고 이제 할 일 다했다는 듯 편안하게 들리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귓가에 아름답게 맴돈다. "인자 진짜 한 푼도 없심더. 다 내놨심더"..."마음? 마음 칼꺼 뭐 있노, 내 주고 싶어 주는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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