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우물' 보도, 띄우거나 입 다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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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명품우물' 펑펑 / <노컷> '수질 부적합' / 다른 신문.방송은?


“어디를 파도 미네랄 워터 콸콸…대구는 축복받은 도시” . 2010년 1월 1일 <매일신문>이 <물의도시 대구 프로젝트 : 동네우물 되살리기 (1) 연재를 시작하며>의 제목입니다. 이날 중간제목으로 편집된 내용은 “광물질 풍부, 세계 명품 생수보다 우수, 동네우물 300개 조성…이웃간 소통공간으로, 2015년 세계물포럼과 연계, 선도사업으로 채택 검토” 등 마치 원전이라도 발굴 한 것과 같은 희망(?)가득한 메시지였습니다.

<매일신문> 2010년 1월 1일자 5면
<매일신문> 2010년 1월 1일자 5면

물론 김범일 대구시장도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명품 동네우물’을 주요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대구시는 이 사업을 위해 시비 및 국비를 포함해 사업비 60억원을 확보하고 현재 사업을 추진 중인데요.

<영남일보> 2010년 5월 17일자 4면
<영남일보> 2010년 5월 17일자 4면

2011년이 되면, 대구시 곳곳에서 프랑스 에비앙보다 우수한 천연암반수 미네랄 물이 콸콸 쏟아지고, 이런 대구를 ‘물의 도시’, ‘물의 왕국’으로 거듭날 것 같다는 환상적 시나리오.

그런데, 2011년 3월 우리가 발딛고 있는 현실은 어떤가요? 전혀 반대의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지만, ‘물의 도시’, ‘미네랄 워터 콸콸콸’을 외치던 언론은 입을 꾹 다물었습니다.

대구 CBS노컷뉴스 3월 2일
대구 CBS노컷뉴스 3월 2일

대구CBS노컷뉴스가 3월 2일 새벽5시 1보로 보도한 <대구시 천연암반수 개발 문제없나?, 대부분 수질기준 초과…정수처리 하지 않고는 마실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나>에 따르면 “대구시가 지난해 9월부터 추진 중인 천연 암반수 개발사업 대상지역 29곳 가운데 지금까지 측정을 완료한 23개 지점의 지하수(지하 120m가량의 천연 암반수)를 퍼 올려 48개 항목의 먹는 샘물 수질검사를 실시했더니 그 결과가 당황스럽습니다.

일반세균이 먹는 샘물 기준이상 검출된 곳이 19곳, 총대장균군은 11곳에서 검출되어, 대부분의 지점에서 기준치를 초과하여 먹는 샘물 수질기준에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고 3곳은 음용불가 판정을 내리고 폐공조치(동구문화체육회관, 동변공원, 함지공원) 를 했다고 하네요. 

이는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가 먹는 샘물 기준에 따라 48개 항목의 수질을 자체 검사해 대구시의회에 보고하면서 드러나게 된 것인데요.

동네우물 논란의 중심 : 지하수 파는 과정 오염물 유입 vs 원수 오염

이를 보도한 <대구CBS노컷뉴스>, <연합뉴스>, <경북일보>, <중앙일보>, <경향신문>, <국민일보> 등에서 전한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대구 ‘동네우물 사업’ 삐거덕>입니다. ‘동네우물’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의 수질조사결과에 대한 언론의 반응에 대구시도 반론을 제기합니다.

<경향신문> 2011년 3월 4일 12면
<경향신문> 2011년 3월 4일 12면

<대구CBS노컷뉴스>와 인터뷰한 대구시 관계자는 “대부분 지점에서 일반세균이 검출된 것은 지하수 원수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지하수를 파는 과정에서 관정 주변의 오염물질이 흘러들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향후 지속적인 모니터를 통해 시민들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도록 모든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대구시의 입장과 달리, 대구의 지하수 자체가 오염되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대구녹색연합은 지난 3일 <대구시는 동네우물 사업, 즉각 중단하라!>를 발표하고, “한국수자원공사는 2004년 대구지역 지하수 수질조사를 하여, 대구지역 총 230여곳 중, 먹는 물 수질기준에 213개소 부적합, 생활용수 기준 185개소가 부적합하다고 하였고, 심층지하수 조차도 오염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런 조사결과만 보더라도, 분명 문제가 있으니 심도 있는 검증을 해야 하지만, 대구시는 졸속으로 사업을 진행시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역신문, 방송 등 유력언론의 침묵, ‘왜?’

한편 이후 언론의 보도를 종합해보면, △ 사업 타당성 검토 없이 동네우물 사업 공사 착수 △ 논란이 일자, 올해 3월에 천연 암반수 이용개발을 위한 조사연구용역을 실시 △ 대규모 지하수 개발에 나섰지만 기본적인 영향 평가조차 받지 않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대구시의 실책 등이 속속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문제에 대해 반론도 있을 수 있고, 대구시와 함께 이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해왔던 한국지질자연연구원에서도 공식적인 입장발표가 있어야 할텐데요. 너무 조용합니다.

뿐만 아닙니다. 이 지역의 유력언론 즉 <매일신문>과 <영남일보>을 비롯한 방송 3사가 이 문제에 침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3월 2일 <대구CBS노컷뉴스>의 첫 보도 이후 7일까지 지역언론 뉴스를 검색해본 결과 대구MBC가 저녁 뉴스데스크에서 잠깐 언급한 것 이외에는 지역 유력 언론의 무관심은 지나칠 정도라고 볼 수 있는데요.

자신들이 만들어왔던 지역사회 화두에 초치는 것이 싫었을까요? 아니면 지방자치단체의 실책에 대한 날선 비판을 애써 외면해왔던 최근 언론 흐름을 답습하는 것일까요?

<매일신문>과 <TBC>는 지난해부터 대구시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함께 <물의 도시 대구 프로젝트>를 한해 동안 진행해왔습니다. 2010년 1월 1일 <매일신문>은 새해특집으로 <물의 도시 대구 프로젝트> 1부 동네우물 되살리기를 시작으로, 2부 바깥에서 길을 찾자, 3부 미네랄워터 아끼면서 마신다 시리즈를 27회에 걸쳐 1년 여간 연재해왔었습니다.

<매일신문> 2010년 11월 22일자 18면
<매일신문> 2010년 11월 22일자 18면

전체 시리즈를 마친 <매일신문> 2010년 11월 22일 기사의 제목은 <두류야외음악당 등 30여곳 ‘명품우물’내년 봄 펑펑 솟는다>였습니다. 기사 속에서 말한 내년 봄. 즉 2011년 3월의 봄은 <매일신문>이 1년 365일 주장했던 전혀 다른 모습의 봄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당황했을까요? 대구시와 공동으로 1년 내내 이야기했던 현실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데 대해 사실 확인을 위해 이들이 침묵하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자신들이 조금만 입 다물면 이 논란이 지나갈 것이라는 ‘막연한 낙관론(?)’에 취해있을까요?
이 둘의 침묵과는 별도로 영남일보, KBS대구총국, 대구MBC의 ‘침묵’은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요?

삼성이 바이오 의약품 생산기지 유치전에 실패하고, 지역의 모든 기관단체언론이 함께 여론몰이를 해왔던 신공항도 한나라당 내에서 ‘세나라’로 의견이 갈리고, 과학벨트 유치를 위해 힘을 모으고 있지만 설득력을 얻기가 만만치 않은 대구시.

대구지역 유력 언론은 대구시의 전략부재에 좌절, 실망한 대구시민의 표심을 잡을 수 있는 마지막 ‘보루’라 할 수 있는 ‘동네우물사업’까지 실패하면 안된다는 측은지심이 발동하여 일부러 뉴스를 숨기는 것입니까?

최근 <한겨레21> 848호는 이명박 정부 들어 권력기관의 엠바고 남발이 “권력기관의 의도대로 획일적, 무비판적 보도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한국의 엠바고는 처음부터 언론통제의 주요한 수단이었다”는 그 기원도 밝히고 있는데요.

권력기관과 언론의 엠바고 논란은 지역사회에선 ‘새롭게 재구성’되고 있습니다. ‘타당성 검증이 안된 대구시장 동네우물 프로젝트’에 대한 재검토 논란에, 대구시와 이를 지지했던 유력언론이 ‘침묵의 카르텔’로 맞서고 있는데요.

‘권력기관의 의도에 기반한 획일적, 무비판 보도’에 지역유력 언론이 행보를 같이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결론은? 이미 예측되어 있습니다. 대구시의 무능과 실책에 시민들의 실망과 좌절이 커지는 만큼, 지역 유력언론의 침묵과 동조에 그들에 대한 신뢰마져도 땅바닥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평화뉴스 미디어창 124]
허미옥 /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pressang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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