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야기가 사라진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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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머리기사는 '신공항' 뿐...다른 것은 허용 않는다?


‘신공항’ 관련 거리 현수막이 바뀌어 나붙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백지화 결사반대’군요. 그래서 지난 두 주간 동안의 신문 지면에 비친 ‘신공항’은 어떤지 살펴보았습니다. 무슨 일이 영남일보에 벌어졌을까….

지난 3월 22일 이후 영남일보는 단 하루도 1면 머리 또는 중심 되는 곳에 ‘신공항’을 배치하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그것도 전면에 걸친 제목이 대다수였습니다. 무엇을 말하려고 했을까요? 아니 무엇을 말했을까요? 2면부터 그 뒤로 실은 기사까지 치면 너무 많아서 그것은 논외로 하고 지면의 제목부터 살펴봤습니다.

'신공항'이 영남일보 1면을 차지하지 않은 날은 4월 3일, 3월 27일 이틀 뿐. 일요일이었다.
'신공항'이 영남일보 1면을 차지하지 않은 날은 4월 3일, 3월 27일 이틀 뿐. 일요일이었다.

필자는 영남일보를 폄훼할 의도가 없음을 먼저 밝힙니다. 지역의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지면에 올려 소통하게 하는 언론은 민주주의를 이야기하지 않아도 소중한 도구이니까요.
저는 한 신문 독자로서, 대구시민으로서 느낀 소감-아주 평범하고 초보적인 소감, 그리고 더러 그렇게 말들을 하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전하려고 합니다. 짧게.

매일 연속해서 1면 머리기사로 이어가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전면에(통단으로) 걸쳐 실었으니 다른 기사는 ‘신공항’을 밀고 들어올 여지조차 없었겠지요.

그런데도 영남일보는 3월 31일치에서 ‘여론’을 이야기했습니다. 똑같은 성분이 든 음식을 매일 독자들에게 공급한 셈인데 그나마 어떤 응답이 100% 나오지 않은 게 되레 이상한 것 아닙니까?

그래서 말이지요, 이런 생각을 지우기 힘들었습니다.

<영남일보> 1면 머리기사 / 2011년 3월 31일자(왼쪽), 4월 1일자
<영남일보> 1면 머리기사 / 2011년 3월 31일자(왼쪽), 4월 1일자
<영남일보> 1면 머리기사 / 2011년 4월 2일자(왼쪽), 4월 4일자
<영남일보> 1면 머리기사 / 2011년 4월 2일자(왼쪽), 4월 4일자
<영남일보> 1면 머리기사 / 2011년 4월 5일자(왼쪽), 4월 6일자
<영남일보> 1면 머리기사 / 2011년 4월 5일자(왼쪽), 4월 6일자
<영남일보> 1면 머리기사 / 2011년 4월 7일자(왼쪽), 4월 8일자
<영남일보> 1면 머리기사 / 2011년 4월 7일자(왼쪽), 4월 8일자

첫째, 영남일보는, 말씀드렸다시피 ‘신공항’을 매일 1면 머리에, 그것도 대개는 통단으로 게재했습니다. 그러면 영남일보는 신공항 추진하는 어떤 기관의 기관지라도 되는 겁니까?

둘째, 독자들은 ‘신공항’을 매일 봐야 할 의무라도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다른 기사를 1면 머리에서 찾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으시는지요?

셋째, 언론은 사회적 교육기관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가지만 붙박이로 다루는 것, 그것은 다른 것을 허용하지 않는 것 아닙니까? 아니면 다른 것은 몰라도 된다거나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신 겁니까? 획일화, 획일화 하면서 그 폐해를 말하기도 합니다. 흔히 하는 말처럼 영남일보의 지면은(적어도 3월 22일부터 4월 8일까지는) 획일화된 보도, 지면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시는지요.

이런 소감은 영남일보를 보고 느낀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매일신문의 보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매일신문> 2011년 4월 2일자 1면 머리기사
<매일신문> 2011년 4월 2일자 1면 머리기사
<매일신문> 2011년 4월 9일자 1면 머리기사
<매일신문> 2011년 4월 9일자 1면 머리기사

캠페인으로 이어간 것은 그렇다 칩시다. 그런데 정부가 ‘백지화’를 발표했을 때 일단 그 캠페인도 무언가 정리를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한 단계를 접는다는 게 아니라 그 동안의 경과를 정리해서 겸허하게 독자에게 보이고, 그런 다음 보도의 허점이 있었다면 그 점도 진실 되게 반성했을 때 2단계 캠페인(필요하다면)이 빛을 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이 ‘다음 편(대선․총선)에 계속’ 식이었습니다. 다음 선거판을 미리 결정하겠다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아니 다음 선거판은 ‘내 손 안에 있소이다’ 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제왕적 신문’이라고나 할까요. 내가 알아서 판단할 테니 따라만 오라는…. 제가 만난 한 분은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영천공항’이 왜 어느 날 갑자기 ‘밀양공항’이 됐냐고요. 허 허 웃고 말았습니다.

한 가지 이야기만 있는데 그것을 보고 보도 ‘경향’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무언가 다른 게 있을 때, 높낮이, 명암, 다양한 게 있을 때(그것을 전제할 때, 이런 것도 있고 저런 것도 있는 가운데 그건 좀…이라는 식으로) ‘경향’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게 아닌지요. 그렇다면 제가 보기에 영남일보 3월 22일치부터 4월 8일치까지에서 ‘경향’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1면 전면을 한 기사로 채우기 시작할 때는 놀라웠습니다. 솔직히 호기심도 조금 작동했습니다. 하지만 날마다 그런 일이 이어지면서 두려워지기까지 했습니다. 다른 이야기가 사라진 신문. 이 게 뭘 말하는 걸까요?






[평화뉴스 - 미디어 창 129]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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