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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가정 '아동그룹홈', 비좁아도 갈 곳 막막
[입양의 날] <대안가정운동본부> 김명희 "보호 필요한 아이들 많아...대구시 지원 절실"
2011년 05월 11일 (수) 09:31:26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pnnews@pn.or.kr

 

초등학교 3학년인 A양(10)은 지난해 8월 새 위탁가정에 맡겨졌다. 6년 간 A양을 맡아 키워온 위탁가정에서 친자녀들의 사춘기 때문에 양육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태어난 지 1년쯤 됐을 무렵 아버지가 집을 나간데다 어머니마저 지병으로 장기 입원을 하고 있어 친가정으로 돌아갈 수 없는 A양은 현재 새 위탁가정에 임시로 맡겨진 뒤 아동그룹홈 입소를 기다리고 있다. 

중학교 1학년인 B군도 사정이 비슷하다. B군을 5년간 맡아 키웠던 위탁가정의 부모가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양육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친부모의 사정이 여의치 않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없는 B군도 현재 아동그룹홈 입소를 기다리고 있다.

   
▲ 지난해 말 대구시 남구 대명동에 위치한 아동그룹홈 '해맑은아이들의집'에서 한 보호아동이 보육사 2명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0.12.18)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이처럼 친가정에 돌아갈 여건이 되지 않는 아동을 위한 소규모 아동그룹홈이 현재 대구지역에 18곳이 있지만, 대부분 정원이 가득 차 곧바로 입소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안가정운동본부에서 운영하는 아동그룹홈 '해맑은아이들의집'의 경우에도 장기보호가 필요한 A양과 B군을 비롯해 5명의 아동이 입소를 기다리고 있다.

부모의 이혼과 가출, 빈곤, 아동학대를 비롯한 이유로 가정이 해체돼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대신 양육하는 <대안가정>은 크게 '입양가정'과 '위탁가정', '소규모 아동그룹홈' 세 가지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위탁가정'은 친가정에서 다시 아이들을 키울 수 있을 때까지 1~2년가량 짧은 기간동안 대신 양육을 맡는 가정이며, '아동그룹홈'은 5명 안팎의 장기보호 아동, 청소년과 1~2명의 보육사가 함께 생활하는 공동가정이다. 

장기보호 필요 아동 증가, '아동그룹홈' 분가 필요

지난 2005년 말 127가정, 181명이었던 대구지역의 위탁가정과 위탁아동은 2010년 말 229가정, 310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1~2년가량의 위탁기간이 끝나도 대부분의 친 가정에서 아이를 양육할 여건이 되지 않아 길게는 7년까지 계속 양육을 맡고 있는 실정이다.

보호가 필요한 아동의 입양과 위탁, 공동생활가정 사업을 하고 있는 대안가정운동본부는 아동그룹홈을 1개 더 늘릴 계획이다. 현재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의 남학생4명과 여학생3명이 한 집에서 살고 있는데다, 장기보호가 필요해 입소를 기다리고 있는 아동의 수가 점차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빠르면 오는 6월부터 남녀 각각 5명 정원의 그룹홈 두 군데로 나눠 운영할 계획이다.

그러나 분가를 위해 필요한 집과 자금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동 5명과 보육사 2명 정도가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집을 전세로 구하려면 적어도 5천만원가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구 일대의 주택 대부분이 노후화돼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집을 구하는 것도 힘든 실정이다.

'다가구매입임대주택' 시중 전세가 1/3, 대구시 '정부,지자체 3년간 지원' 기준 안돼 불가

대안가정운동본부는 올해 초 아동그룹홈 분가를 위해 LH공사에서 시행하는 '다가구매입임대주택' 2채 입주를 신청했다. '다가구매입임대주택'은 LH공사에서 매매가 잘 이뤄지지 않는 주택이나 아파트를 매입한 뒤 시중 전세가격의 1/3가량의 가격으로 저소득층과 공동생활가정을 비롯한 사회적약자계층에 임대해주는 사업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다가구매입임대주택'에 입주하지 못하고 있다.
LH공사에서는 대구시장의 추천서만 받아오면 전세보증금 6천만원에 곧바로 집 두채를 임대해 주겠다고 했지만, 대구시가 국토해양부의 '보금자리주택 업무처리지침' 기준 미달을 이유로 추천서를 발급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금자리주택 업무처리지침' 제55조 2항에는 "최근 3년간 입주대상자의 보호.지원을 위한 운영실적이 있고, 최근 3년간 국가.지방자치단체로부터 운영비를 지원받고 있는 법인에 한해 선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07년 4월에 정식 법인으로 등록한 '해맑은아이들의집'의 경우 '3년간 운영실적'에는 해당되지만, 지난 2009년 1월부터 대구시의 보조를 받았기 때문에 '3년간 정부.지자체 지원' 기준에 미달된다는 게 이유였다. 따라서 '해맑은아이들의집'의 경우, 기준이 충족되는 내년 1월까지 분가를 늦추거나 임시로 집을 구해 먼저 분가를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대구시 의지만 있다면 가능, 시장 직권으로 허가해 줬으면"

   
▲ 김명희 사무국장
대안가정운동본부 김명희 사무국장은 "내년 1월까지 집 두 채가 남아있다는 보장도 없는데다,  먼저 분가를 할 경우 불과 반년 사이에 이사와 전학을 두 번씩 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안정적인 주거환경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정서적, 환경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금도 아동그룹홈 입소가 필요한 장기보호 대상 아동이 있어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명희 사무국장은 "'3년간 운영비를 지원을 받고 있는 법인'이라는 규정에는 3년째 지원받고 있는 법인도 해당되는 게 아니냐"며 "청주시의 경우 지난해 개인이 운영하는데다 지원기간도 3년이 되지 않은 법인도 '다가구매입임대주택'에 입주한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시가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며 "타 시도의 사례를 알아본 뒤 김범일 대구시장이 아이들을 위해 직권으로 추천서를 발급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보육아동계 심정희 주무관은 "'3년간'이라는 기준은 3년이 지나야한다는 뜻으로, 현재 '해맑은아이들의집'의 경우 '정부.지자체' 지원을 받은 기간이 3년을 넘지 않았기 때문에 추천서를 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타 시도의 사례는 잘 모르겠다"며 "기준이 충족되는 내년 1월에 '다가구매입임대주택'을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분가 뒤 당분간 자력 운영, 예산 1억원으로도 부족

당장 집 문제가 해결 되더라도 어려움은 또 있다.
현재 정부와 대구시의 지원을 받고 있는 ‘해맑은아이들의집’을 분가하면, 두 곳 중 한 곳은 당장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받지 못해 당분간 자비로 운영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새로 충원할 보육사들의 인건비를 제외하고 '다가구매입임대주택' 2채 전세금 6천여만원과 생활비, 보육비를 포함해 1억원가량의 예산을 신규로 편성했지만, TV와 옷장, 책상을 비롯해 주거에 필요한 각종 집기를 구입하는 데 더 많은 돈이 필요한 실정이다.

상황이 열악하지만 아이들을 위해 장기적인 계획도 세우고 있다.
몇 년 뒤 성인이 될 보호아동과 청소년들을 위해 ‘자립생활관’도 만들 계획이다. 김명희 사무국장은 “대학생이 될 경우 만 18세 까지 생활할 수 있는 아동그룹홈의 입소기간을 연장할 수 있지만, 성인과 초.중.고교생이 한 곳에서 생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몇 년 뒤 대학생이 될 아이들을 위해 자립생활관을 만들어 자립을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 봉산문화회관에서 열린 아동그룹홈 분가를 위한 기금마련 '사랑의 콘서트'에서 '해맑은아이들의집' 아동들과 김명희 사무국장, 고빚나 보육사가 '사운드 오브 뮤직' 노래를 합창하고 있다 (2011.04.26) / 사진. 대안가정운동본부 제공

한편, 대안가정운동본부는 지난 4월 26일 저녁 봉산문화회관에서 아동그룹홈 분가를 위한 기금마련 ‘사랑의 콘서트’를 열었다. 오케스트라 연주와 중창, 영상 상영, 합창으로 구성된 이날 콘서트에는 ‘해맑은아이들의집’ 위탁아동들이 6개월간 준비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노래 합창을 선보여 관객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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