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이라도 더 살아있을 때 일본의 사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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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대구 추모제 / "나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대구경북 26명 중 생존 8명 뿐

 

"분순아 잘 있었나. 아직도 (위안부 문제가) 해결 안됐는데 이렇게 누워있으면 어떡하노. 니도 거기서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된데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83) 할머니는 먼저 세상을 떠난 김분순(1922.10~2005.1) 할머니의 묘비를 쓰다듬으며 이 같이 말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하나 둘 씩 세상을 떠나고 있는데 보상은커녕 공식적인 사과 한 마디도 하지 않는 일본 정부가 너무나 원망스럽다"며 "죽기 전에 일본 정부에게 '미안하다'는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들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83) 할머니가 먼저 세상을 떠난 김분순(1922.10~2005.1) 할머니의 묘비를 쓰다듬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1.06.06)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83) 할머니가 먼저 세상을 떠난 김분순(1922.10~2005.1) 할머니의 묘비를 쓰다듬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1.06.06)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어린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온갖 고초를 겪은 뒤 세상을 떠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추모제가 6월 6일 대구에서 열렸다.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마련한 이날 추모제는 대구경북 지역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김달선 할머니와 시민사회단체 회원, 효성여고 학생을 비롯한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피해자들의 유골이 안장된 대구시립납골당과 칠곡 현대공원묘지, 칠곡 학명공원, 영천 은해사 수림장에서 차례로 진행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추모제는 지난 2003년부터 시작됐다.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고(故) 서봉임(2002.06.05) 할머니의 기일인 2003년 6월 5일부터 추모제를 지내다가 인근에 안장된 다른 피해자들도 함께 추모하기 위해 지난 2007년부터 공휴일인 6월 6일 현충일을 '대구.경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의 날'로 정하고 매년 추모제를 이어오고 있다.

'대구.경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의 날'을 맞아 시민사회단체 회원과 학생 30여명이 대구시립납골당과 칠곡 현대공원묘지, 칠곡 학명공원, 영천 은해사 수림장을 찾아 추모제를 지내고 있다. 추모제 참석자들이 묵념하는 모습 (2011.06.06)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대구.경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의 날'을 맞아 시민사회단체 회원과 학생 30여명이 대구시립납골당과 칠곡 현대공원묘지, 칠곡 학명공원, 영천 은해사 수림장을 찾아 추모제를 지내고 있다. 추모제 참석자들이 묵념하는 모습 (2011.06.06)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현대공원묘지에 안장된 고(故) 김분순 할머니의 비석을 보자마자 "생전 추억이 떠오른다"며 눈물을 쏟았다. 김분순 할머니와 10여년 동안 같은 동네에 살았던 이용수 할머니는 "나도 모르게 묘비를 보자마자 목이 메고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나도 앞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한 사람이라도 더 살아 있을 때 일본 정부에게 '미안하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위안부로 끌려갔을 때 일본군에게 당한 고문 후유증으로 잘 걷지 못하는데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김달선(87) 할머니는 참석자들에게 연신 고맙다는 말을 건네며 손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김달선 할머니는 "요즘 몸이 좋지 않아 다시는 묘지에 못 올 줄 알았는데 젊은이들의 도움으로 오랜만에 찾았다"며 "휴일인데도 추모제에 참석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달선(87) 할머니가 故(고) 김분순 할머니의 묘소에 술잔을 올리고 있다 (2011.06.06)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달선(87) 할머니가 故(고) 김분순 할머니의 묘소에 술잔을 올리고 있다 (2011.06.06)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이인순 사무국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온갖 고초를 겪고 고향에 돌아와 가족도 없이 홀로 쓸쓸히 지내다가 돌아가셨다"며 "한 평생 고통 속에서 살다가 세상을 떠난 할머니들을 기억하고 넋을 기리기 위해 매년 추모제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대구경북 지역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모두 26명으로, 이 가운데 18명이 세상을 떠났으며 현재 8명이 생존해 있다. 이날 추모제가 열린 대구시립납골당에는 세상을 떠난 서봉임, 조윤옥 할머니의 유골이 안장돼있으며, 영천 은해사 수림장에는 김순악, 심달연, 박분이 할머니가 잠들어있다. 또, 칠곡 현대공원묘지와 학명공원에는 각각 김분선 할머니와 문옥주 할머니가 영면해있다.

추모제 참석자들은 유골이 안장된 대구시립납골당과 칠곡 현대공원묘지, 칠곡 학명공원, 영천 은해사 수림장을 차례로 찾아 세상을 떠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넋을 기렸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추모제 참석자들이 칠곡 현대공원묘지에 안장된 故(고) 김분순 할머니의 묘소에 절을 하고 있다 (2011.06.06)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추모제 참석자들이 칠곡 현대공원묘지에 안장된 故(고) 김분순 할머니의 묘소에 절을 하고 있다 (2011.06.06)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한편, 지난 2006년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 동안 '외교통상부의 대일협상'을 촉구하며 매주 수요일마다 외교통상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던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오는 15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함께 여성가족부를 방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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