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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자기만의 운동양식 가져야" - 조근래
"자기혁신을 요구받고 있는 시민운동...자력갱생의 의지로 공부하지 않으면 낙오돼"
2004년 08월 18일 (수) 12:35:08 평화뉴스 pnnews@pn.or.kr

전국적 시사 현장의 변방에 있는 이름 없는 사람이 평화뉴스를 찾는 수준의 독자들에게 시사 주제를 읽게 하는 것은, 분명한 실례일 것이다. 칼럼을 읽는 재미도 아닐 것이다.

칼럼은 사적이고, 감성적인 면이 많아야 재미있다는 사람이 많다. 문학적으로도 그게 정설이다. 그렇다고 내가 재미있게 쓸 수는 없지만, 공.사적 영역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깃거리는 될 만한 소재를 드러내는 수준은 가능할 것 같다.

오는 10월이면 구미경실련 창립 10년이 된다.
첫 발기인인 내가 사무국장으로 활동한 기간도 이와 같다. 세칭 변혁적 노동운동 10년을 접고 시민운동으로 말을 갈아탔으니, 동지들과의 어려워진 인간관계와 이념적·운동적 전망에 대한 갈등 등 그러한 사람들이 겪었던 모든 것으로부터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상근 활동가, 자력갱생의 의지로 공부하지 않으면 낙오돼"
그러나 되돌아보니, 지난 10년은 개인적으로 새로운 도약의 기간이었다. 구미는 공대·산업대·전문대 각각 1곳인 것처럼, 시민운동의 일반적인 전문인력 공급처인 지역대학교가 모두 이공계열이다.
이처럼 36만여명 인구규모에 비해 공단도시 특성상 인문계열 학과가 없기 때문에 시민운동의 정책분야를 담당하거나, 전공불문으로 참여할 교수마저 극히 드문 게 대다수 지방중소도시의 시민운동 환경이다. 더구나 이들의 상당수는 구미시민이 아니라 대구시민들이다.

따라서 상근 활동가가 자력갱생의 의지로 공부를 해 지역정책 개발을 안 하면 지역사회의 중심에서 낙오되는 게, 대도시에 비해 감시·폭로의 소재가 드문 지방중소도시의 시민운동 특성이다. 그것도 실용적인 지역정책 개발이 유효하다. 기초 지방자치단체에선 보편적 제도개선 정책제안이 통용될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보다 중요한 변화는 시민단체를 바라보는 중소도시 여론주도층의 안목이 감시와 폭로에 대한 대리만족을 넘어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실물 차원의 구체적인 대안개발 능력과 이를 관철해내는 조직능력, 지역개발 의제발굴 정책능력을 보다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지방화, 지역화 시대에 걸맞은 바람직한 변화로 받아들여야 할 현상이다.

더구나 지방중소도시는 운동의제 발굴을 고민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변화무쌍한 중앙과 대도시의 시민운동과 달리, 소재 발굴 자체가 쉽지 않다. 지금 지방중소도시 시민운동은 "지역주민의 생활여건 개선을 위해, 지역개발을 위해 무엇을 했느냐?"라는 지역사회의 요구에 의해, 자기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이는 시민운동의 보편성을 넘어 '지역화 시대'에 걸맞은 '지역운동'으로서의 특수성의 강화를 요구하는, 지방중소도시 시민운동의 지역운동으로의 재정립 요구라고 본다.

이러한 변화 요구를 외면하고 기존의 네거티브 운동을 주류로 고집해 나간다면, 지역화 시대가 보다 가속화하는 시대추세 속에서 향후 입지가 곤란해질 것은 불문가지다. 특히, 공무원노조가 활성화되면 시민단체의 행정·지방의회 감시활동의 상당부분을 이들에게 내줘야 할 상황이다. 다음 번부터 지방의원 유급제가 도입되면서 유능한 젊은 인재가 지방의회에 많이 진출할 것이고, 이를 통해 지방의회의 실수도 줄어들면서 시민단체의 감시활동 몫도 줄어들 것이다.

이같은 조건 속의 홀로 상근 10년이니까, 각종 생활 인프라 확충·지역개발 관련 시정(市政) 제안과 지역현안에 대한 대안개발의 90% 안팎을 혼자 담당해야 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노동운동에선 다루지 않았던 많은 주제에 대한 지식과 현장을, 상근자가 많은 대도시 시민단체의 활동가들보다 좀더 많이 배우게 됐다. 변화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라고 했듯이, 이것이 나에게 주어진 새로운 도약의 조건이었다.

홀로 상근 10년은 게릴라 방식의 활동과 땀을 요구한다.
사무실 청소와 공과금 납부에서 정책개발을 위한 공부까지, 대외업무와 회원 만남까지 치러내려면 정시출퇴근은 불가능하다. 재작년에 당뇨 관리 진단을 받기 전까지 몇 년 동안, 새벽 출근과 심야퇴근이 잦았다. 마흔을 넘기니까 몸도 무거워졌다.

그러나 땀의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초기 5년 동안의 일반적 형태의 운동기간을 거쳐 2000년부터 시작된 후반기 5년 동안은, '예산집행 시민운동'이라는 구미경실련만의 독특한 지역시민운동 양식을 정착시켜 온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의 성장은 자기만의 운동양식을 갖는다는 것"


구미시는 외지인이 80%를 차지하는 공단도시여서 정주의식 부족은 가장 큰 지역문제의 하나이다. 2000년 4월부터 진행된 외지인 정주의식을 높이기 위한 설문조사와 시정건의서 작업을 통해, "공단 산업고도화와 생활 인프라 고도화는 지역발전의 양 날개"라는 지역발전 방향에 대한 분석을 도출했다.

시민단체의 역할이 가능한 부문은 생활 인프라 고도화이며, 구체적으로 교육·도시환경·문화·여가 등 4대 분야를 주요활동 과제로 설정했다. 이를 현실화하는 운동방식으로서 "우리가 낸 세금, 우리가 집행해보자!"라는 주장 아래 '예산집행 시민운동'이라는, 구미경실련만의 운동양식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기존의 주류 운동양식인 감시·폭로 형태가 갖는 사후적·객체적·수동적 접근이란 한계를 넘어, 사전적·주체적·능동적 접근이란 차별성을 갖는 예산집행 시민운동 성격의 활동과제를 70% 수준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네거티브 소재는 30%로 떨어뜨렸다.

첫 번째 활동과제로 조경만 알고 수경(水景)에 대해선 전혀 문제의식이 없었던 구미시를 설득하여 도내 최고의 분수도시를 만들어 시민들의 환호를 불러일으켰다(5개 분수 27억7천만원). 분수도시 만들기를 설득하는 과정에선 낙동강을 빼면 물이 부족한 구미시이기 때문에 '비보(裨補) 분수'가 필요하다는, 독학으로 배운 풍수이론까지 동원했다.

12548명의 시민청원을 조직하여 75억원 규모의 시립도서관 분관을 시민단체로선 전국 최초로 만들어냈다. 이 도서관은 전국 최대규모의 어린이 도서관이 된다. 이 사례는 계명대학교 문헌학과 2003년도 2학기 리포트 과제로 채택되기도 했다. 대구시 북구 칠곡 주민들이 수 년째 도서관건립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나 아직 성과를 맺지 못하고 있으며, 기적의 도서관 건립비 5억원 마련조차 기피하는 달서구 때문에 말썽이 된 것과 대비되는 사례이다.

또한 도심하천을 수변여가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84억원 규모의 구미천생태하천조성사업이 부실공사로 말썽을 빚고 있는 가운데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미니 대구두류공원' 형태의 체육·문화·교육 종합공원으로 개발할 것을 제안하고 구미시가 이를 수용하여 기본(조성)계획수립용역을 추진중인 형곡중앙공원(시민운동장 뒷산, 187,352평)엔 100억원 이상의 사업비가 예상된다.

이같은 성공사례를 통해 우리가 낸 세금 300억원 정도를 우리가 원하는 대로 집행한 셈이다. 최근엔 2006년쯤으로 예상되는 초등학교 교육체제 전면개편에 대비하기 위해, 지방채 발행을 통한 청소년수련관·청소년문화회관 건립과 체험학습시설 확충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도 150억원 이상이 투입될 전망이다.

문화행정에 대한 의견서 발표와 지역 대표 대기업인 삼성전전자와 LG전자에 대한 메세나 활동 촉구 등, 시민단체로선 이례적으로 시민문화향수권 신장에 대한 관심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황석영씨는 지난 14일 조선일보 대담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기만의 양식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원들과 나도 예산집행 시민운동이라는, 우리만의 운동양식을 만들었다고 자부한다. 다른 지역 몇 곳으로부터 사례발표자로 초청을 받기도 했다.

구미공단 노동자가 7만여 명이니까, 36만 시민 중 60% 안팎이 노동자와 그 가족들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구미에서의 시민은 노동자와 중첩된다. 나와 회원들의 성과가 '무료이용 공공 문화·여가시설'에 초점을 맞춘 것들이므로, 구미공단에서도 확대되고 있는 가난한 하청·비정규직 노동자와 그 가족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데 대해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조근래(구미경실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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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마다 실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8.25(수) 은재식(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국장)
9. 1(수) 문창식(대구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
9. 8(수) 정재형(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구지부 사무국장)
9.15(수) 김두현(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
9.22(수) 조근래(구미경실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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