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사업, '속도전'과 관료주의가 부른 물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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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도 방치", "역행침식", "편법"...<고엽제> 현장 발굴, SOFA 개정이 과제


대를 이어 고통의 화근이 될지도 모를 미군부대 고엽제 매몰 조사가 지지부진하다. 처음부터 우려했던 미군 측의 시간 끌기가 의혹과 불신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그런가 하면 50만 구미시민 물 대란을 불러온 낙동강 구미 임시보 붕괴는 결국 ‘4대강 속도전’이 원인임이 밝혀졌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몰랐다. 정보를 ‘통제’했기 때문이었다. 국민-시․도민의 눈과 귀가 돼야 할 언론-방송은 어떻게 대응했는가? 취재 보도에 한계는 없었는가?

'속도전' 의지 앞에 주민피해 쯤이야?

지난달 8일 어버이날, 구미시민 13만 가구 50만명은 수돗물이 갑자기 끊겼다. 이 물 대란은 5일 동안 이어졌다. 이로 인해 가정, 식당, 공장 등 구미는 물 대란에 빠졌다. 현대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물과의 단절-바로 최악의 상태가 발생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물 대란의 원인이 구미 4대강 임시보 붕괴였다. 그런데도 처음에 언론은 상황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 그래서 한국수자원공사가 현장 감시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대구MBC 5월 8일 뉴스데스크 ‘불편속출’ ‘이번에도 인재’) 작게 본 것이었다. 그런데 물 대란 한 달 보름 만에 사태의 원인은 ‘4대강 속도전’ 때문임이 드러났다. 한겨레 신문 보도에 따르면 ‘4대강추진본부’는 구미 해평취수장의 보강이 필요한 것을 알았으나 한국수자원공사는 협의과정에서 ‘공기를 줄이기 위해’ 임시보를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한국수자원공사는 수압을 견디도록 한 650m 길이의 돌망태임시보 대신 65m 구간에만 돌망태를 쌓았다. 이유는 ‘공기를 줄이기 위해서’-바로 ‘속도전’에 있었다.

'의지' 받드는 관료주의

구미 식수-산업용수 대란의 원인은 ‘4대강사업’이다. ‘4대강사업’의 특징은 ‘속도전’ 한 마디로 압축된다. 그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와, 낙동강 등 국가 하천이 파괴되든 구미시민이 물 대란을 겪든 강 수위가 낮아져 농민들이 모내기에 차질을 빚든 말든 ‘의지’만 하늘처럼 받들어 시행하는 관료주의로 한층 강화된다. 국민의 불편, 국민이 의지해서 살아가야 하는 자연의 파괴는 ‘의지’ 앞에서는 1차적인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시스템이 공고하게 구축된 것이다.

<한겨레> 2011년 6월 16일자 1면
<한겨레> 2011년 6월 16일자 1면

이런 시스템 아래서는 정보는 당연히 차단될 수밖에 없다. 한겨레 신문 6월 16일치 보도 「“취수장 보강 필요” 4대강본보 보고서도 묵살/4대강 속도전 ‘구미 단수’ 불렀다」는 ‘의지’의 속도전과 국민 불편 외면의 상관관계를 잘 보여줬다. 그러면 대구의 세 공중파TV는 어떻게 다뤘나?

< KBS대구 > 2011년 6월 16일 '뉴스9'
< KBS대구 > 2011년 6월 16일 '뉴스9'


KBS대구 뉴스9, 6월 16일 ‘알고도 방치’

<앵커멘트>
지난달 초 발생한 구미 일대의 대규모 단수 사태는 이미 2년 전에 예견됐습니다.
국토해양부가 대책까지 마련해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4대강 사업에 속도를 낸다는 이유로 뒷전으로 밀려났고, 결국은 주민피해로 현실화됐습니다.
<리포트>
구미와 칠곡 일대 17만여 가구가 닷새 동안 단수사태를 겪었던 해평취수장 임시 물막이보 유실 사고,
준설공사로 강물 수위가 낮아진데다 모래에 박힌 철제 보가 강물에 쓸려나가 발생한 사고였습니다.
국토해양부가 4대강 사업 착공에 앞서 지난 2009년 9월 작성한 보고섭니다.
해평취수장은 준설을 많이 하는 구간으로 수위변화에 따라 취수에 지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특히, 주요 취수원인만큼 임시보를 쌓거나 수중 펌프 설치, 임시 취수장 건설 등 3가지 대책까지 제시했습니다.
수자원공사는 이 가운데 비용이 가장 적은 임시보를 선택했지만, 이마저도 권고된 설치 기준을 무시하고 모래와 흙으로 쌓았습니다.
<전화녹취> 수자원공사 구미권 관리단
"가장 단기간에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준설공정을 늦출 수 없었기 때문에.."
단수사태에 따른 주민피해보다 4대강 사업에 속도를 내는 것이 더 중시됐다는 얘깁니다.
<인터뷰>구미YMCA
"뻔히 예상되는 사실을 간과해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끼친 것 용서할 수 없어.."
보고서는 해평취수장 외에도 낙동강에서만 취수장 10곳에서 문제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속도전'은 'MB의지'의 다른 이름

구미 주민.산업 피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속도전’이었음을 이 보도는 다시 확인시키고 있다. 그런데 ‘속도전’은 대통령의 ‘정치적 고려’의 우회적인 표현일 뿐이다. 바로 이 점에서 ‘4대강사업’은 구미 식수/산업용수 대란으로 나타나는 국민의 이익이나 여론과는 담 쌓은 정치적 산물이란 실체를 드러낸다.

자연, '4대강 파괴'에 '역행침식'으로 경고


대구의 공중파 TV 보도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4대강사업’을 다루는 태도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애당초 대구의 세 공중파TV는 ‘4대강사업’은 거창하고 화려한 기공식, 공사 진행 일정표를 중계방송하는 듯한 보도가 대부분이었다. ‘4대강사업’에 비판적이거나 우려를 표시하는 시민․환경단체나 종교단체의 활동은 행사보도 정도로 외면했다. 그런데 최근 보도는 ‘4대강사업’이 작은 비에도 매우 취약하다는 점을 입체적으로 보도할 정도로 보도방향을 확 바꾸었다. 보도 태도 변화의 상징어는 ‘역행침식.’ ‘낙동강 본류의 준설로 지류와 높이 차가 커지면서 유속이 빨라져 지천 제방이 깎이는 역행침식’의 실상이 시․도민-국민 앞에 제 모습을 드러낸 것. 그 동안 낙동강 ‘개발’ 환상에 가려 정작 국민이 절실하게 알아야 할 몫이었음에도 개발에 목 맨 언론 탓에 외면당했던 정보가 뒤늦게 제 자리를 잡은 것. ‘역행침식’과 관련해서는 대구 공중파TV 세 채널이 모두 관심을 가지고 보도했다.

< TBC > 2011년 6월 17일 '프라임뉴스'
< TBC > 2011년 6월 17일 '프라임뉴스'

특히 TBC 보도 ‘낙동강 ‘역행침식’ 수해 우려’(17일 프라임뉴스)는 거대한 협곡으로 변해버린 달성군 용호천에 앵글을 맞춰 ‘역행침식’이 가공할 만큼 심각한 사실을 현장 상황 영상과 역행침식 개념도(그래픽)로 자세히 다뤄 ‘4대강사업’이 특정정당  주장과 달리 4대강과 그 지천을 생활기반으로 삼아 살아가는 시․도민-국민에게는 ‘괴물’임을 생생히 전달했다(이 보도는 ‘역행침식’으로 상징되는 ‘4대강사업’의 파괴성을 부각한 효과가 영상효과가 두드러진 점에서도 주목됐다).

대구MBC, 5부 연속 '4대강집중점검'

그러나 ‘4대강사업’은 장마-홍수를 앞둔 지금 당장도 그렇지만 국토 지형도의 변개란 점에서도 단발성 보도로 다룰 수 없는 ‘문제적 대상’이 아닐 수 없다. 계획상의 미세한 판단착오, 현장의 순간적인 부주의도 구미 물 대란에서 생생히 드러났듯이 국민의 생활, 국가 산업에 파괴적 재난을 불러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 누구보다 직접 피해를 받는 주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지역주민의 문제란 점에서 지속적인 보도는 절실하다.

<대구MBC> 2011년 6월 1일 '뉴스데스크'
<대구MBC> 2011년 6월 1일 '뉴스데스크'

그런 점에서 대구MBC의 5회 연속 ‘4대강 집중점검’ 보도는 ‘4대강 사업’에서 드러난 문제점, 당연히 예상되는 재난에 대한 예방책을 다룬 저강도-지속보도란 점에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았다(6월 1일-“편법 임시보가 원인”, 6월 3일-우려가 현실로, 6월 6일 “홍수대책 바로 세워야”, 6월 8일-“홍수위험”, “계산착오”, 6월 10일-철저한 안전대책 필요.)

'공정보도' 칼 갈기 노력 절실

아쉽다면 이 보도가 낙동강 등 4대강 파괴가 본격화한 이후 나왔다는 점에서 일정부분 ‘사후약방문’이었다. 그렇다면 정부-정치권이 철저한 검증 없이 밀어붙이는 ‘개발사업’을 초롱 들고 앞장서는 보도를 막으려는 진지한 내부 노력을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언론계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특히 국민의 전파를 이용하는 방송으로서는 더욱 절실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노조를 중심으로 한 공정보도 시스템을 점검해야 할 필요성은 그래서 한층 강조되어야 한다.

'고엽제'...시간 끌기, 주민 배제

미군부대 고엽제 매몰 대책은 미군 측의 시간 끌기로 원점을 맴돌고 있다. 정부의 미지근한 대책은 미군 측의 태도를 가늠하게 하는 지표가 되고 있다고 할 만큼 국민들에게, 특히 고엽제 매몰 의혹 지역 주민들에게 불신을 사고 있다. 캠프 캐럴이 있는 칠곡군청에 정부합동지원반이 뒤늦게 설치됐으나 과연 제구실을 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것이다(대구MBC, 6. 14. 뉴스데스크, 제 역할을 할까?). 제1 당사자인 주민을 배제했다는 불만이 나오자 민심을 달래려 부랴부랴 내놓은 대책이기 때문이다. 그 목적이 ‘공동조사 계획과 상황 등을 주민에게 알리고, 주민대표 등의 캠프캐럴 출입 지원, 정부와 지자체 간 소통을 지원하겠다’는 것인데(지원반의 위상을 보더라도 한심스러울 정도다. 보도에 따르면 지원반은 ‘환경부도 아닌 대구환경청의 과장과 국방부 대위, 행안부 사무관, 경북도의 주무관, 칠곡군 계장,미군 등’이다. 그야말로 시늉 내기다. 고엽제 사태를 ‘변방의 하찮은 일’로 치부하려는 태도가 엿보인다. 만일 일이 커지면 그때 가서 위상을 높여도 된다는 오만함이 깔린 것으로도 보인다.) 지금 가장 절실한 문제는 주민 지원과 함께 고엽제 매몰 현장을 발굴 조사하는 바로 것이다.

'고엽제 기록 없다' 이젠 안 통해

미군 측의 대응은 처음부터 애매모호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미군이 묻었다는 고엽제의 양이 하도 엄청난데다 인류가 만든 화학물질 가운데 가장 독성이 강한 물질이 매몰된 사실을 여태 우리 국민들은 몰랐기 때문이다. 정보를 차단해왔기 때문에. 이제 미군부대 고엽제 매몰은 잇따르는 증언, 미군 공병대 보고서존재 등 은폐돼 왔던 사실이 속속 드러남으로써 사실이 아니라거나 몰랐다거나 ‘고엽제란 말’이 없다거나 하는 정도로 어물어물 넘어갈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섰다. 주한 미군부대 주변 등이 맹독성 화학물질로 오염됐다는 보고가 미국 의회에까지 제출된 상황인 것이다(대구MBC 뉴스데스크, 6월 9일,  ‘비밀보고서’ 파문). 

<대구MBC> 2011년 6월 9일 '뉴스데스크'
<대구MBC> 2011년 6월 9일 '뉴스데스크'

미군 측이 여태껏 해온 행태를 보면 기록이 없다는 단계→미군 부대 안으로 들어가고 못 들어가는 문제로 실랑이하는 단계→미군부대 내 문제지역을 모두 조사한다 못한다 하는 단계→합동조사 운운 단계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고엽제 매몰 여부로 문제가 되는 현장이 대한민국 영토이고, 잇따른 증언과 미군 공병대 보고서, 의회보고서 등으로 볼 때 고엽제가 매몰된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피해 당사자는 우리 국민인데 정작 조사의 칼자루는 미군이 쥐고 있다. 만일 정부(우리 수사기관)가 어떤 사건에서 이 정도의 증언과 공문서 증거가 있다면 그 사건을 차일피일 할 것인가? 만일 입장을 바꿔 미국의 주권 침해가 문제가 되고 미국 국민과 관련된 상황이라면 미국은 어떻게 할까?

당연히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텐데 보도에 따르면 ‘소통지원’이 고작이다. 1970년대 화학물질 저장소였던 칠곡 왜관 캠프 캐럴 41구역 맞은 편 아파트 주민들은 이 지역 지하수를 20년 동안 식수로 사용해오고 있는데 그 지하수에서 발암물질이 기준치 2배 넘게 검출됐다(TBC 프라임뉴스, 6월 16일,  발암물질 기준치 초과)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고작 ‘소통 지원’일까?

해결책은 멀리 있지 않다. 미군 측은 고엽제 매몰 의혹과 그로 인한 불신을 제거하기 위해 적극 협조해야 한다. 기계장치를 이용한 조사도 물론 필요하지만 발굴 조사가 가장 확실하다. 여기에는 고엽제 매몰 의혹이 제기돼 있는 미군부대 인근 주민들과 환경․시민단체도 참여해야 한다. 스티브 하우스 등이 왜관 캠프 캐럴 고엽제 대량 매몰 의혹을 제기한지 한 달이 훨씬 넘도록 정부가 한 일(신뢰받지 못하는)을 보면 이제는 주민과 NGO가 나설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고엽제 진실 캐기, SOFA 개정' 언론 과제

미군부대 고엽제 매몰 조사는 더 이상 미군 측의 시간 끌기에 끌려갈 수 없다. 수많은 과정-단계가 고엽제 매몰 의혹 사태를 속 시원하게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의혹을 확인하고 불신을 떨어내려면 현장 발굴조사 등 핵심 조사를 미군 측과 정부 측이 적극성을 가지고 벌여야 한다. 고엽제 매몰 의혹 사태가 흐지부지 된다면 언론도 불신의 대상에서 빠질 수 없다. 고엽제 매몰 의혹 밝히기와 사태 재발 방지책(SOFA 개정) 마련-언론의 심층적 보도와 새로운 캠페인으로 풀어야 할 과제인 것 같다.






[평화뉴스 - 미디어 창 139]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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