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끝으로 평화를 찾아갑니다"

평화뉴스
  • 입력 2004.08.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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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사이버 평화박물관] 개관.
...대구 송필경씨, 운영위원으로 참여
"현 정부의 친일.친미는 국민을 속이는 자기배반
...평화를 위한 교육.사회적 연대 필요"


반전평화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국내 최초로 평화를 주제로 한 [사이버 평화박물관(http://www.peacemuseum.or.kr/)]이 어제(8.19) 문을 열었다.

지난해 11월 전국의 각계각층 사람들이 참여한 가운데 꾸려진 [평화박물관 건립 추진위원회]는 평화박물관 건립에 앞서 실제로 세워질 박물관의 주춧돌이 될 [사이버 평화박물관]을 우선 개관했다.

[사이버 평화박물관]은 [전시관], [평화교육], [평화네트워크], [평화박물관] 등 네 부분으로 이뤄져있는데, 특히 [전시관]은 남북분단과 베트남.이라크 전쟁, 민간인 학살, 일본군 위안부, 핵폐기물 등 주제별로 나눠져 사진과 증언, 예술작품 등의 자료를 제공한다. 그밖에 [평화교육] 코너에는 교육 프로그램 및 학술 자료가, [평화네트워크]에는 국내외 평화박물관 소개 등 다양한 자료가 전시된다.

대구에서는 [베트남 평화의료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송필경(48, 범어연세치과원장)씨가 추진위원회의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어제(8.19) 송위원를 만나 그동안의 과정과 반전평화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대구에서 유일하게 [평화박물관 건립 추진위원회]에 운영위원을 참여하고 있는 송필경(48.베트남 평화의료연대)씨.
대구에서 유일하게 [평화박물관 건립 추진위원회]에 운영위원을 참여하고 있는 송필경(48.베트남 평화의료연대)씨.
- [평화박물관 건립 추진위원회]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사람들이 참여하나?
= 지난 2000년, 한국군의 베트남 양민학살 문제가 제기되면서 [베트남전 진실위원회]가 꾸려져 진상조사와 사죄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당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문명금 할머니와 김옥주 할머니가 더 이상 전쟁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좋은 일에 쓰라며 이들 단체에 7천만원을 내놓았고, 이들은 할머니들의 뜻에 따라 한국에 평화박물관을 세워야겠다고 결심했다. 당시 나는 [베트남 평화의료연대]를 조직해 이들과 연대하며 무료의료 활동을 하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평화박물관 건립 추진위원회]에 참여하게 됐다.
지난해 11월 전국에서 70여명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평화박물관 건립 추진위원회]가 정식으로 꾸렸고, 현재 이해동 상임대표([베트남전 진실위원회 공동대표)]를 비롯해 [한겨레 신문사] 고희범 사장과 건축가 정기용씨, 동국대 강정구 교수 등이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 [사이버 평화박물관]의 역할과 기대는?

= 우선 사이버 공간에 있기 때문에 누구나 손쉽게 평화에 관련된 시청각 자료와 문헌을 접할 수 있다. 또, 실제로 세워질 평화박물관의 제한된 공간을 보완하고, 전국의 평화연대 구축과 교육 프로그램 마련 등 평화박물관의 주춧돌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하지만 추상적인 평화, 기존의 흐름과 차이가 없는 평화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남북통일과 이라크파병, 북핵문제, 친일 과거사 규명 등 끊임없이 현실적인 사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도 병행돼야 한다.


- 실제 평화박물관은 언제 세워지고, 어떤 내용을 담게 되나?

= 아직 평화박물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덩치만 큰 박물관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위해 사람들이 실천하고 있는 작은 노력들을 담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반전평화를 알리기 위한 전쟁기념관이 있다. 전쟁기념관은 전쟁의 참상을 알려 경계심을 일으켜주지만 한편으로는 군사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전쟁 무기나 군사문화 등의 힘을 과시하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와 비교해 평화박물관은 단순히 전쟁의 참상을 알리고 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의 평화가 얼마나 중요한 것이고, 생활의 한 부분에서 얼마든지 평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대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가령, 교실과 복도, 벽 등의 생활 공간을 꾸미는 것에서부터 이라크 어린이와 우리나라 어린이가 주고받은 편지도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 앞으로 계획은?

= 아직 걸음마 단계다. 역사자료와 더불어 우리나라에는 현재 많은 평화운동단체들이 있고 지금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박물관을 만드는 것은 한국에서 전례가 없었던 일이라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우선은 외국의 평화박물관을 토대로 좀더 고민하고 기획하고 있다. 또, 나라마다 그 역사와 성격이 달라서 한국의 평화박물관이 어떤 방향성을 담고 지어져야할지, 추진위원회의 성격은 어떻게 정해야할지 확실하게 규명하는 일도 시급하다. [사이버 평화박물관]도 문을 열었고 전국적인 연대와 후원이 좀더 이뤄지면 앞으로의 계획이 차츰 뚜렷해질 것이다.


- 현정부의 외교.평화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친일.친미 행위는 자기배반이라고 생각한다. 현정부는 파병문제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는 말만하고, 일본 과거사에 대해서는 아예 "묻지도 않겠다"고 한다. 이것은 우리나라와 일본.미국간의 관계가 겉으로는 평등을 말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예속돼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을 벗어나지 않는 한 우리 정부는 계속해서 스스로를 속이고, 국민을 속이는 자기배반의 역사를 되풀이 할 뿐이다.
경제와 정치가 맞물려있는 한 미국으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이 힘들지도 모르지만 자주성 확보에 대한 노력에 따라서 우리의 가장 큰 과제인 통일도 이뤄질 것이다. 또, 국민들은 미국의 제국주의에 대해 반미를 넘어 "승미-미국을 거부하고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기겠다"는 생각의 전환도 필요하다.


- 대구에서 유일하게 참여했는데, 앞으로 대구의 과제는?

= 대구는 정치적 질곡에서 가장 먼저 벗어나야 한다. 이데올로기적 픽션(fiction), 즉 자신들이 TK라는 이유만으로 기득권 세력에 속해있다는 허구적인 자만심을 버려야한다. 실질적인 정치 기득권 세력은 정치인일 뿐 대구경북의 지역민이 아니다. 이것을 벗어나지 않는한 대구의 수구보수 분위기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 송위원이 생각하는 평화는?
= 평화는 전쟁처럼 눈에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인기도 없다. 더구나 평화로울 때는 평화에 대해 아무리 말해도 잘 모른다. 하지만 반드시 필요하고, 누구나 원하는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이라크 파병이나 남북 통일 등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지만 실제로 피부에 와 닿는 비극이 없기 때문에 평화의 중요성은 잊어버리고 있다. 평화는 전쟁에 반대되는 것만이 아니다. 진정한 평화는 생활속에 녹아있을 때 한사람, 한 사람의 가슴에 뿌리내릴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빨리 가기보다 평화 교육과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며 차분히 한 걸음씩 확실하게 밟아 가야한다.

사이버평화박물관 : http://www.peacemuseum.or.kr/
전화 : 02-3675-5810 / 이메일 : peacemuseum@empal.com


글.사진 평화뉴스 배선희 기자 pnsun@pn.or.kr








◇ [사이버 평화박물관(http://www.peacemuseum.or.kr/)]의 초기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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