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응원단이 남긴 편지..."

평화뉴스
  • 입력 2004.08.2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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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U대회 1년의 추억 ③]
... "형제 같은 너와 나는, 아 한집안 식솔(?)"









무더운 대구 8월 29일.
세계 대학생의 축제인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가 끝나갈무렵,
대구인터불고호테에서 밤늦도록 남북공동연회가 열렸다.

둥근 탁자마다 7-8명씩 마주 앉은 남북.
남측 사람들과 북측 응원단과 선물이나 편지를 주고 받았고,
취주악단이라는 한 북쪽 여대생은 기자에게 통일의 꿈을 담은 편지를 건넸다.

사춘기처럼 말 건네기도 어색하던 그 날.

지도원 동무라 불리던 무뚝뚝한 북측 아저씨의 허락(?)을 받아,
남북 남녀들은 서로 준비해 온 선물을 주고 받았다.
어떤 남측 여성은 북녀들에게 예쁜 반지를 선물했고, 또 어떤 이들은 손수건을 건네기도 했다.

나는 취재만 생각했지 아무 것도 준비하지 못해 당황했다.
갖고 있던 것은 취재수첩 하나와 목에 걸고 있던 출입증 뿐. 결국, 취재수첩에 편지를 써 주었다.
정성을 다해 썼지만, 손도 떨리고 땀도 나고...

그렇게 2장을 적어 곁에 앉은 박윤희.송일미 학생에게 건넸고,
목에 걸고 있던 출입증 뒤쪽을 함께 슬적히 내밀었다.
그리고, 기대하지 않았던 그녀들의 편지를 받았다...


(위) 유지웅 선생님

6.15북남공동선언이 열어준 길을 따라 북과 남이 우리 모두 힘을 합쳐,
또한 외세의 간섭이 없이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조국통일의 활로를 열어나갑시다.
통일되는 그날 우리 다시 만납시다.

주체92(2003) 8.29일. 청년취주악단 : 박윤희



(아래) 유지웅 선생님

고향은 다릊만 뜻이 같아 뜻에 살고 떠난 곳 어디어도 정에 끌려 정에 사네.
흘러서 흘러 모여서 모여 형제같은 너와 나는 아 한집안 식솔...
6.15북남공동선언의 리정표인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조국을 통일합시다.
조국통일을 위한 투쟁에도,
힘있게 우리 청년들을 불러일으키는 좋은 글을 많이 써주시는 통일의 선봉투사가,
우리 다같이 조국통일의 기수가 됩시다.
조국이 통일되는 그날 크나큰 기쁨 속에 다시 상봉합시다.

송일미(평양음악무용대학 2년)


송일미 학생이 적은 편지 앞부분은 조금 놀라운 말도 있었다.
"...형제 같은 너와 나는 아 한집안 식솔 장군님 식솔"
나는 그들에게 받은 2장의 편지를 한동안 갖고 다니며 남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는데,
그 뒤 기자실이나 통일단체 사이에서 나의 별명은 '장군님 식솔'이 됐다.
"어이 유기자, 장군님 식솔은 잘 있나? 돈 잘벌어야 식솔들 먹여 살리지..."
(사진에는 그 '장군님 식솔'이란 말이 빠져있다...뭔가 불안했기 때문이다)

그날 공동연회는, 모두 어울려 기차놀이하듯 춤을 추며 막을 내렸다.
음식을 나르던 호텔 직원들까지 모두 꼬리를 이어 하나가 되었다.
손 잡기도 어색하던 처음과 달리, 북녀들은 더 먼저 손을 내밀어 춤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나는 행사가 열린 그 호텔에서 한참을 걸어나왔다. 그리고 벌써 1년이 지났다...

아직도 그날의 설레임과 감동은 선한데,
언제 그랬냐는 듯, 대구는 또다시 통일의 무풍지대로 스산하다.

지난 해 연말, 나는 북측 응원단이 무척이나 생각났다.
언제 또 만날 지, 내가 언제 한반도 북쪽을 밟아 볼 지 모르지만,
북쪽으로 가는 사람이 있으면 꼭 전해주고 싶었다.
나의 짝사랑이어도 좋다.
나는 그 북녀들이 '언젠가 피어날 통일의 꽃'이라 믿는다고...

"그대가 아름다운 건 철책선 넘어 핀 통일의 꽃이기 때문입니다.
그대가 그리운 건, 우리 만날 때마다 통일의 꿈도 영글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꼭 다시 만날 북녀와 북녀의 함성을 되새겨본다.
"우/리 민/족/끼/리 조 - 국 - 통 - 일"


글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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