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으려면 우선 목이 제 자리에 붙어 있어야 한다. 언론이 언론다우려면 무엇보다 보도가 진실해야 하며 교육이 교육다우려면 학교가 정직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올 여름 예고된 장맛비와 관련된 ‘4대강’ 보도는 얼마나 사실에 바탕을 두어 진실했는가? ‘대구대 정이사체제’ 관련 보도는 지성의 전당 대학의 존립 토대인 정직성을 얼마나 점검한 위에서 다루었는가?
청와대 고위인사, ‘왜관철교 자연붕괴 홍보’전화
지난 달 6월 27일자 매일신문 3면. < “다리 붕괴 4대강과 무관, 홍보해달라”/靑는 “전화한 적 없어…수사의뢰 하겠다”/‘칠곡군 관계자와 통화’/청와대고위층은 부인/국토부 “자연발생사고” > 제목의 보도는 왜관철교-‘호국의 다리’가 붕괴한 것은 물론 ‘4대강’과 관련한 진실이 얼마나 권력에 왜곡/은폐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우선 이 기사의 진실게임 관련 대목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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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고위인사’가 앉은 ‘자리의 높이’(권력의 세기)를 모를 리 없는 칠곡군 공무원이 ‘청와대 고위인사’를 전화한 주체로 밝힌 것만 보더라도 그는 자리를 걸고 말해야 했을 것이다. 왜관 ‘호국의 다리’를 관리하는 것은 물론 일상적으로 그 다리를 봐왔고 건너도 다녔을 터이니 칠곡군 공무원이 ‘호국의 다리’ 붕괴 원인이 ‘낙동강사업에 따른 준설로 유속이 빨라지면서 노후교량의 교각이 무너진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합리적이고 일반의 통념과 부합한다.
권력이 만드는 '허위의 진실'...MB정부, '4대강' 관련 초조
‘낙동강사업에 따른 준설로 유속이 빨라지면서 노후교량의 교각이 무너진 것’과 ‘호국의 다리가 붕괴된 것은 4대강과 무관하다(자연발생설)고 홍보해달라’는 차이는 단순히 사실을 어떻게 보느냐 하는 시각의 차이가 아니다. 진실 對 권력에 의한 허위의 진실 만들기의 차이인 것이다(‘청와대고위인사가 칠곡군 관련 공무원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는지, 수사를 받았는지는 후속 보도가 없어 알 길이 없다).
MB정부가 ‘4대강’을 얼마나 내심으로 조마조마하게 보고 있는지는 ‘청와대고위인사의 홍보당부전화’ 외에도 왜관 ‘호국의 다리’ 붕괴, 구미 송수관로 파손으로 인한 물 대란 등과 관련한 MB정부의 뒷북 비상대책을 지역에서 친여보수지로 일반 독자들이 알고 있는 매일신문이 다음과 같이 제목을 달아 보도한 것만 보더라도 넉넉히 유추할 수 있다.(7월 5일 1면 머릿기사)
그러면 정작 ‘4대강사업’의 절반을 차지하는 ‘낙동강사업’ 현장에서는 어떤 피해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번 장맛비와 관련한 보도 한 둘을 통해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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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준설토로 일년농사 망쳐
농민들이 성수기를 앞두고 농자금 대출받아 갓난아이 돌보듯 정성들여 가꾼 땀의 결실 참외?수박을 출하를 며칠 앞두고 ‘4대강사업’으로 일순간에 몽땅 날려버려 빚더미에 올라앉게 생겼는데 이번에도 농어촌공사는 단지 많은 비 때문에 생긴 천재(자연발생설)라고 우겨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책임회피를 일삼는 행태는 정작 재해피해를 먼저 챙겨야 할 경상북도도 마찬가지였다. TBC의 ‘‘경북도 낙동강사업 효과’ 논란’(7월 13일 프라임뉴스)는 경상북도가 얼마나 현장과 동떨어진 억지주장을 펴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는데 억지논리 강도가 높은 만큼 농민들의 가슴은 무너져 내리고 있다.
'4대강사업'이 홍수대비효과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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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논리 진원지는 국토부장관
그러면 이 같은 억지논리 진원지는 어디? 바로 국토부장관. 한겨레 신문 6월 28일자 2면
<‘황당’ 국토장관/왜관철교 붕괴?상주제방 유실에도/“4대강 준설로 수해방지 효과 있었다”>
제목 보도에서 억지주장 진원지를 찾을 수 있다. 보도에 따르면 권도엽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비 걱정을 했는데 4대강 준설 효과를 상당히 본 것 같다”며 “4대강 사업이 완공되면 앞으로 홍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장관은 “왜관철교가 무너졌는데 이것도 준설 효과로 볼 수 있는가, 비슷한 양의 비가 온 예년과 비교해 최근 4대강 본류의 비 피해가 줄었다는 근거가 있는가”란 질문에 “자세한 데이터는 앞으로 분석해 봐야 하지만 4대강 현장을 육안으로 봤을 때 물이 제방 한참 아래에서 흘러가더라”고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결국 경북도는 국토부장관의 억지주장을 교과서 삼아 그대로 답습한 셈이다.
'비상작전' 펼치면서도 '안전' 나팔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4대강’ 지키기에 MB정부와 지방정부가 총력전을 펼치는 한 ‘4대강’ 유역의 주민은 항상 불안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당장 낙동강 송수관로가 내려앉고 철교가 무너지고 제방이 붕괴돼 정부조차 비상작전을 펼치고 있음에도 ‘4대강’ 홍보 나팔은 ‘안전하다’ ‘자연히 발생했다’고만 하는 사이에 이러다간 송유관?가스관이 터지지나 않을까 정부조차 조마조마 한 실정이다(매일신문 앞 기사 참조).
그런 가운데 안동MBC 7월 12일 ‘안동댐 아슬아슬’ 보도는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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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으로는 부인…국민생명?재산 걸고 '안전 도박'
안동MBC의 안동댐 수위 관련 보도를 보면 이미 안동사람들은 안동댐 수위가 크게 높아져 농사에 큰 어려움과 함께 손해를 보고 있다. 안동사람들은 또 댐 하류의 ‘4대강’ 공사현장(즉 속도전으로 치달리는 ‘4대강사업’)의 안전을 의식해 댐을 비우지 않는 위험한 도박을 수자원공사가 하고 있는 현실을 잘 알고 있다. 그 때문에 안동사람들은 지금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안동댐 미스터리, ‘비공식보도’ 근거
안동댐의 미스터리를 지켜본 안동MBC의 이 보도는 ‘‘4대강사업’ 공식보도(발표)=허위, 비공식 보도=진실’의 공식이 대놓고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안동지역사회에 널리 퍼져 있음을 웅변으로 전한다. 생활에서 접하는 비공식보도는 (칠곡군청 공무원의 전언처럼) 진실에 바탕을 둔 자연발생적 언론이다.
MB정부, ‘늑대소년’ 될 수도
안동MBC의 보도, 안동댐을 비우지 않아 농사 피해를 본 농민들, 칠곡군청 공무원의 고백, 무너진 근대문화유산 왜관 ‘호국의 다리’, 성주군 참외 재배 농민들의 항의…는 고스란히 ‘4대강사업’의 진실을 말해준다. ‘4대강’과 관련, MB정부가 ‘늑대소년’으로 기록될지 모를 일이다. ‘늑대소년’과 다른 것은 그 피해가 ‘늑대소년’ 한 사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4대강’ 유역 전 주민과, 우리가 후손에게 물려줄 자연 상태의 4대강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준다는 점이다.
댐 수위 올라가는데도 댐 방류 안 해
주목되는 것은, 안동MBC의 이 보도는 ‘4대강사업’과 관련해 ‘공식보도’와 ‘비공식보도’가 지역사회, 아니 언론인 의식 안에도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공식보도는 잇따르는 재난이 ‘4대강’ 때문임을 부인하는 것이고 ‘비공식보도’는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는 것을 기자도, 안동사람도 피부로 생생하게 느껴 알고 있는 사실(진실)이다.
진실은 그 입을 억지로 막아도 스스로, 힘 있게 말하는 법이다. 안동댐 수위가 나날이 올라가고, 그러면 폭우에 대비해 댐을 비워야 하는데도 댐을 비우지 않는 것은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것이고, 자연의 순리를 거스를 때 자연은 대재앙으로 바로잡는다는 것을 안동사람들은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공식보도’ 허구성 깨는 것은 기자들의 몫
그런 점에서 MB정부의 ‘4대강사업’과 ‘공식보도’는 대재앙의 ‘예고’이다. 그 ‘공식보도’의 허구성을 깨고 4대강 유역 주민=국민의 생명과 재산, 국토를 안전하게 지키는 것은 깨어 있는 기자들의 몫이다.
[평화뉴스 - 미디어 창 143]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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