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 지역 독자 속에서 거듭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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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신공항, 지역신문 필요성? / <영남> 신공항, 한나라당이 시동 걸어라?


언론의 생명은 공정성이다. 또 형편 따라 이랬다저랬다 오락가락 하지 않는 것이다. 한 입으로 두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곡필이다. 그러면 대구의 <매일신문>과 <영남일보>는 어떤가?

지난 7월 25일 매일신문(10면 미디어)은 ‘신공항, 지역신문 필요성 일깨웠다’ 제목으로 자체 독자서비스국과 자체 기자들을 동원해 대구를 중심으로 한 신문구독자를 대상으로 5월 1일부터 15일까지 설문조사한 내용을 게재했다. 매일신문에 따르면 이 설문조사는 ‘지역지, 서울지역신문, 병독(지역지와 서울지역신문을 함께 구독하는 경우) 구독 선택에 미치는 지역민의 성향분석’이란 제목으로 실시됐다.

설문대상은 지역신문 구독자 100명, 서울지역신문구독자 100명, 병독자 100명이다. 매일신문이 이 기사에서 강조한 것은 지역현안으로서 ‘신공항’을 들고 이 문제를 다룬 지역신문과 서울지역신문에 대해 △지역지 구독자는 10점 만점에 7점 이상을 준 독자가 75명, △서울지역신문 독자는 7점 이상을 준 독자가 16명, △병독 독자 중 지역신문에 7점 이상을 준 독자는 64명, 서울지역신문에 7점 이상을 준 독자는 23명이란 점을 그래프로 강조했다.

<매일신문> 2011년 7월 25일자 10면(문화)
<매일신문> 2011년 7월 25일자 10면(문화)

설문조사 결과 보도의 문제

그러면 매일신문의 이 설문조사결과 보도는 무엇이 문제인가?
첫째, 설문의 내용이 무언지 제시하지 않았다. 아무리 그럴듯한 설문이라도 설문내용을 어떻게 작성했느냐에 따라 답변 내용은 크게 달라지는데 그 내용을 제시하지 않아 무엇을 물었는지 알지 못하게 했다.
둘째, 설문 조사를 전화 방식으로 했는지, 개인 면접 방식으로 했는지를 밝히지 않았다.
셋째, 설문조사의 주체가 매일신문이란 점이다. 매일신문 기자와 직원이 묻고 정리하는 설문조사라면 응답자는 일단 조사주체에 부정적인 응답을 쉽게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공정성은 일단 조사 과정에서 일정하게 훼손됐을 가능성이 있다.

넷째, 지역신문이든 서울지역신문이든 구독자의 연령, 직업 등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구독계층을 알리지 않았다. 신문 보급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서울지역 신문(특히 조중동) 경우 특정 신문을 구독하면 현금이나 고가의 선물을 즉석에서 제공하는 것을 아파트 단지에서 심심찮게 보게 된다. 지역신문 보급 업무에 종사하는 이들은 한 결 같이 신문 판매가 아니라 광고전단으로 지국경영의 수입원을 삼는 게 이미 오래된 일이다. 젊은 층은 신문보다는 인터넷 매체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설문조사와 관련해 이런 기초적인 몇 개 사항만 검토하더라도 매일신문의 7월 25일자 ‘신공항, 지역신문 필요성 일깨웠다’ 보도는 신뢰도․공정성 면에서 구멍이 숭숭 뚫린 기사임을 알게 된다.

지역신문 판촉수단?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기사는 보도문장과 그래프, 사진(대구의 한 시민단체가 동성로 모 백화점 앞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조중동에 방송(종편-종합편성채널, 케이블 TV에서 뉴스·드라마·교양·오락·스포츠 등 모든 장르를 방송할 수 있는 채널)을 허가하는데 항의하는 캠페인 관련)으로 구성돼 있다. ‘대한민국이 '조․중․동의 나라’입니까?'라는 큰 글씨가 선명한 이 사진은 이명박 정부가 '친정부신문' 조중동에게 방송을 나눠준 데 항의하는 내용이다. 조중동이 자본의 힘으로 여론을 좌지우지 독점하려는 데 항의하는 캠페인 사진인 것이다.

그런데 매일신문은 이 기사에서 ‘서울지역 신문을 보는 지역의 한 독자가 지난 동남권 신공항 유치 실패와 관련, ‘대한민국 1등 신문이라는 조선일보를 끊어버렸다’고 강조했다(조선일보가 어떻게 대한민국 1등신문인지도 말하지 않았고, 매일신문이 지역의 새끼 조선일보라는 세간의 인식도 언급하지 않았다). 기사흐름을 봐 매일신문이 지역문제와 관련해서는 조선일보보다 낫다는 점을 강조하려한 듯하다. 서울지역 신문보다는 지역신문을(매일신문을) 보라는 의도를 은근히 내비친 것이다. 최소한 서울지역 신문 독자들에게 지역신문도 병독할 것을 권하는 의도를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자본의 힘으로 여론을 독점하는 폐해를 규탄하는 언론운동 사진을 단순히 조선일보를 끊고 지역신문을 보도록 우회적으로 권유하는 매일신문 메시지에 이용한 것이다. 결국 이 기사는 매일신문의 판촉수단이란 성격이 강했다.

매일신문 정체성

매일신문의 본질을 보면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매일신문은 서울(수도권)공화국이 되는 것을 막는 데는 ‘지역신문이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 줄 때’ 가능하다고 도입부에서 강조했다. 그런데 웬걸. 이 신문의 간판 칼럼인 ‘수암칼럼’ 다음 대목을 보면 매일신문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정말 지역발전을 원하기나 하는지 헷갈리기 딱 좋다.

<매일신문> 2010년 3월 8일자 27면(오피니언)
<매일신문> 2010년 3월 8일자 27면(오피니언)


























이번 정권이 결정적인 소생의 기회요 부흥의 시기다. 때 맞춰 찾아온 대통령은 충고를 참고 듣는 힘을 가진다면 힘을 보태 주겠다고 까지 했다. 지역의 살길을 뚫고 나가기 위해서는 그런 바깥 충고를 참고 들어야 한다. 정치적인 호․불호(好․不好)에만 빠져 ‘불행한 도시’로 가는 길을 계속 걸어가서는 안 된다. 충고 끝에 약속한 R&D특구 지원은 연간 600억원의 정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큰 보따리다. 우리의 숙원사업인 영남권 신공항도 우리가 하는 걸 보고 도와줄지 말지 생각하겠다는 뉘앙스를 던졌다. (매일신문 2010년 3월 29일 ‘대통령의 충고’)


이 칼럼 필자의 주장에 따르면 영남권 신공항이 무산된 것은 결국 지역의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란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데 그러면 ‘2천만의 염원 밀양신공항’ 캠페인을 주도한 매일신문이 지역 기층 여론의 번지수를 잘못 짚었든지, 아니면 ‘어느 한 군데 토 달 데 없이 맞는 말’로 충고를 한 이명박 대통령을 구세주로 잘못 찍었든지, 아니면 이명박 대통령이 지역 출신으로 행세했으나 정작 속내는 딴판이었든지 셋 중의 하나일 것이다. 아마 정치권에 안테나를 돌리고 ‘찍기’를 잘못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영남권 신공항’ 유치 실패는 자생적 여론을 대변하기보다는 지역민을 동원한 결과가 초래한 한계로 볼 수 있다.

매일신문의 7월 25일자 ‘신공항, 지역신문 필요성 일깨웠다’ 기사는 자본의 힘으로 지역의 여론을 좌지우지 하려는 또 다른 과시성 기도로 보이므로 ‘지역신문, 지역독자 속에서 거듭나야’ 제목으로 다시 써야 한다.

지역 바탕하고서도 '정치 해바라기'

지역에 바탕을 두면서도 정치 해바라기 구조를 탈피하지 못하는 게 매일신문이라면 영남일보는 일관되게 정치성향을 보인다는 점이 특징인데, 다음 사설 ‘신공항 재추진, 한나라당이 시동 걸어라’를 보면 이 점은 확실해 보인다.

<영남일보> 2011년 7월 27일자 31면(오피니언)
<영남일보> 2011년 7월 27일자 31면(오피니언)

'신공항' 고리로 특정정당 홍보?


영남일보의 이 사설을 보면 ‘신공항’은 여론이고 뭐고 할 것 없이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게 제격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한나라당이 신공항 공약 채택 발언(채택되든 말든 간에)을 했고 각 지역별로 지역발전특위를 꾸렸으니 제격이란 말인데 지난 3월 모 일간신문이 신공항캠페인을 벌였을 때 잇따른 지지성명이나 대구 골목골목마다 내걸린 지지 현수막에 한나라당, 민주당을 비롯한 지역 야당, 하다못해 동네 청년회 이름까지 모두 오른 것을 고려하면 한나라당이 ‘신공항의 총대를 멜 가장 적절한 주체’라는 영남일보 사설의 주장은 그야말로 ‘뱉으면 모두 말이 되는’ 객설(客說)로 치부하면 그만일 만큼 억지논리의 궤변이다.

하지만 영남일보가 ‘TK 뉴 리더 발굴 육성하자’ 캠페인을 벌일 때 나온 우리 지역의 심상치 않은 증상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정치권력이 해결사 노릇을 하고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할 시민사회 구석구석에까지 정치권력이 장악하고 있는 정치과잉․권위주의과잉․연줄문화를 청산하자는 고언을 지역 유력 인사의 기고를 통해 토한 것(5월 30일자)을 고려하면 영남일보의 ‘신공항…’ 사설은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시민은 털끝만큼도 안중에 없어

더욱이 ‘총선과 대선의 영남지역 표밭갈이에 동남권 신공항 재추진’이 제격이라거나 ‘영남권 민심을 다독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도 바로 신공항 재추진’이라고 (시민은 안중에도 없이) 대놓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것을 보면 영남일보는 과연 시민여론 형성을 위한 신문(공기)인지, 아니면 지역발전이라면 일단 애향심을 가지고 바라보게 마련인 독자를 ‘신공항’을 고리로 특정 정당으로 몰아가는 특정 정당 홍보지(홍보참모)인지 구분이 안 된다. 이 정도에 이르면 이미 영남일보의 이 사설은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선언문이나 다를 바 없다.

매일신문․영남일보가 진정한 지역신문으로 서는 길은 독자 위에 올라서거나 독자를 특정 정당에 길들이려는 의도를 포기하는 것이다. 그것은 두 귀를 열고 독자 속에 설 때 가능하다.






[평화뉴스 - 미디어 창 145]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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