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조남호 한진중 회장 "국회 결정 존중하겠다"

민중의소리 김보성 기자
  • 입력 2011.08.1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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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호크레인 불법행위 즉각 중단해야” 기존입장 되풀이

 
조남호 회장이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해 공식석상에 얼굴을 드러냈다. 조 회장은 10일 오전 부산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진 사태에 대한 호소문을 발표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조남호 회장이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해 공식석상에 얼굴을 드러냈다. 조 회장은 10일 오전 부산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진 사태에 대한 호소문을 발표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정리해고 사태와 관련해 공식입장을 밝히고 고개를 숙였다. 53일 동안 해외에 체류했던 조 회장은 지난 주말 극비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처음으로 전면에 나서면서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였으나, 85호크레인 고공농성과 관련해 별다른 타협책을 내놓지 않아 결과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고개숙인 조남호 회장, 53일 만에 극비 귀국.. “큰 심려 끼쳐 사과드린다”

조 회장은 10일 오전 10시 30분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퇴직자 지원 및 회사 정상화 방안이 포함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국회 청문회에 불출석하면서 정치권과 재계, 노동계로부터 ‘해외도피’ 비판을 받아왔던 조 회장은 다소 지친 표정을 보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조 회장은 이재룡 사장, 김성회 부사장 등 임직원 4명을 대동했다.

조 회장은 우선 “부산시민과 영도구민, 국민 여러분과 협력사 분들께 크나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예상치 못한 세계경제 위기로 경영여건이 악화된 지난 3년간 참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53일만에 극비귀국해 10일 기자회견을 가진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한진 사태'와 관련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53일만에 극비귀국해 10일 기자회견을 가진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한진 사태'와 관련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해외출장에서 극비 귀국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10일 부산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자 수십명의 취재진이 모여 열띤 보도경쟁을 벌였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해외출장에서 극비 귀국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10일 부산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자 수십명의 취재진이 모여 열띤 보도경쟁을 벌였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해외출장과 관련한 비난에 대해 “국회청문회를 비롯한 공개석상에 나타나 상황을 설명해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회사와 임직원들의 회생을 위해 모든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덧붙여 “(해외출장 동안) 한 척의 배라도 더 수주하기 위해 동분서주 했다”라며 “이런 일정으로 본의 아니게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야기시킨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정리해고 사태와 관련해서 조 회장은 “경영상의 이유에 의한 인적 구조조정은 회사의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정당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회사의 불가피한 선택에 대해 무조건 정리해고 철회는 회사의 생존에 필수적인 체질개선 및 구조조정을 포기하고 경쟁력 없는 상태로 돌아가라는 말”이라며 “기업과 임직원들이 다 같이 생존을 포기하라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일부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게 된 결과에 대해서 경영자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다시 한번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그동안 각계와 소통하고 이해를 구하지 못한 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한 해결책으로는 △지역주민을 위한 발전기금 조성 △매년 경영성과에 따른 실질적 보상 △희망퇴직자 자녀 학자금 지원 등을 제시했다. 조 회장은 “퇴직자에 대한 예우를 최대한 갖추겠다”며 “퇴직자 400명 중 희망퇴직자와 희망퇴직으로 전환하는 분에 대해 한 분당 자녀 2명까지 학업기간에 관계없이 대학 졸업시까지의 학자금 전액을 지원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당사 임직원은 물론 지역 주민을 위한 발전기금을 조성하겠다”며 “협력사에 대해서는 동반성장 정신에 부응해 매년 경영성과에 따른 실질적 보상을 이루어지게 하겠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조 회장은 “한진중공업이 영도조선소를 포기하거나 부산 영도를 떠나는 일이 절대 없을 것임을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회사가 정상화될 때까지 현 상태의 고용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17일 국회청문회와 관련, 조 회장 “국회결정 존중하겠다”


이날 조 회장은 85호 크레인 농성에 대해 “외부세력들의 개입으로 불법 고공농성, 시위와 집회 등 불법적 압력에 의해 합법적인 경영활동이 힘들어진다면 이는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본원칙을 저버리는 결과”라며 기존 사측의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또한 “법원의 결정을 무시한 채 크레인 불법점거 행위는 사태해결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못한다”고 날 선 비판을 되풀이했다.

17일 국회청문회와 관련해서도 “국회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다소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회에서 우선 청문회 합의부터 되어야 하는 상황임을 고려한 것”이라며 “참석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한편, 조남호 회장이 한진중공업 사태 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얼굴을 드러내자, 한진중공업 가족대책위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특별위원회 소속 해고자들도 부산시청을 찾아 “해고자들과 가족들에게도 직접 사과하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그러나 경찰이 이날 오전 9시 40분께부터 부산시청 입구 출입을 통제하면서 조남호 회장과의 만남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조남호 회장이 53일간의 해외체류를 중단하고 극비 귀국해 10일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자 한진중공업 해고자들이 부산시청 후문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조남호 회장이 53일간의 해외체류를 중단하고 극비 귀국해 10일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자 한진중공업 해고자들이 부산시청 후문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민중의소리] 김보성 기자 2011-08-10 (민중의소리 = 평화뉴스 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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