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 고용해 조합원 폭행, 노조 탈퇴 강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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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공단 <마사-한덕(주)> / 민주노총 "노조 가입한 것 뿐인데...유례가 없는 일"

 

성서공단의 한 중소기업이 용역업체 직원을 고용해 노조원들을 폭행하고 노조 탈퇴를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노총 대구본부 성서공단노조는 8월 16일 성서공단의 콘크리트벽돌 제조기계 생산업체인 <마사-한덕(주)>이 용역직원을 고용해 노조원들을 협박하고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노조의 주장에 대해 사측은 "시간이 없어 답변이 곤란하니 며칠 뒤 이야기하자"며 답변을 피했다.

<마사-한덕(주)> 간부와 용역업체 직원들이 조합원들을 폭행하고 있다 (2011.08.16) / 사진 제공. 민주노총 대구본부 성서공단노조
<마사-한덕(주)> 간부와 용역업체 직원들이 조합원들을 폭행하고 있다 (2011.08.16) / 사진 제공. 민주노총 대구본부 성서공단노조

노조는 16일 오전 사측이 고용한 용역직원 5명과 이날 입사한 노무관리 담당직원 1명이 노조원들을 둘러싼 뒤 "이런 식으로 하면 곤란하다", "똑바로 해라", "겁이 없네", "맛을 덜 봤네"라고 협박하며 노조 탈퇴를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 소식을 들은 성서공단노조 김희정 위원장과 김용철 운영위원, 민주노총 대구본부 김형계 사무처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오전 9시 30분쯤 <마사-한덕(주)> 공장을 찾았으나, 용역직원들과 사측이 정문을 봉쇄해 사업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주먹으로 때리고, 목 조르고, 내동댕이 쳤다"

그 뒤 <마사-한덕(주)> 노조원들이 쉬는 시간을 이용해 오전 10시쯤 공장 정문을 열어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공장 안으로 들여보냈고, 이 과정에서 용역직원 5명과 노무관리 담당직원 1명, 회사 간부 1명이 노조원들을 폭행 했다는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민주노총 대구본부 김희정 성서공단노조위원장은 "현장에 있던 <마사-한덕(주)> 노조원과 민주노총 조합원 20여명가량이 용역직원 5명과 회사 측 간부 2명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이날 새로 온 노무관리 담당직원은 윗옷을 벗은 채 조합원들에게 '한 번 붙어보자'고 말하는 등 언어적, 물리적 폭력을 가했다"고 말했다. 특히 "용역직원에게 주먹으로 얼굴을 맞은 조합원과 목이 졸린 조합원도 있었고, 한명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지기까지 했다"며 "나도 용역직원에게 뒷목을 졸렸다"고 밝혔다.

공장 정문을 지키고 있는 용역업체 직원들 (2011.08.16)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공장 정문을 지키고 있는 용역업체 직원들 (2011.08.16)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이처럼 사측이 용역업체 직원을 고용해 조합원들에게 노조 탈퇴를 강요하고 폭행한 까닭은 그동안 노조가 없었던 <마사-한덕(주)>의 생산직과 사무직 근로자들이 지난 2일 성서공단노조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노사 상견례 미루자던 사측, 용역 고용해 '뒤통수' 쳤다"

성서공단노조 김희정 위원장은 "사측이 지난 2010년부터 올해까지 생산직 근로자들의 임금을 동결했고, 특히 올해의 경우 여름휴가조차 주지 않았다"며 "사무직의 경우 직원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올해 임금체계를 연봉제로 전환하면서 일방적으로 연봉계약서를 작성하도록 강요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이유로 근로자들이 사측에 처우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지난 8월 2일 노조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김희정 위원장은 "노조가 쟁의행위를 벌인 것도 아닌데 단지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사측이 용역직원을 고용해 조합원들을 폭행했다"며 "이는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또 "당초 12일 오후 단협 체결을 위한 노사 상견례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사측이 갑자기 광복절 연휴 뒤로 미루자고 요구해 17일로 연기했다"며 "그런데 사측은 연휴가 끝나자마자 용역직원을 동원해 노조의 뒤통수를 쳤다"고 비난했다.

<마사-한덕(주)> 노조원들과 성서공단노조 조합원들이 공장 휴게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2011.08.16)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마사-한덕(주)> 노조원들과 성서공단노조 조합원들이 공장 휴게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2011.08.16)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김희정 위원장은 "3차례 면담을 통해 '용역직원 철수'와 '폭행 가담자 사과', '재발방지'를 약속 받았으나, 새로 고용한 노무관리담당 직원에 대해서는 '해고는 어렵기 때문에 노무 관련 업무 대신 사장의 개인 수행 업무를 맡기겠다'는 입장을 사측이 밝혔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부터 회사에 배치됐던 용역직원들은 오후 6시쯤 철수했다.

이에 노조는 "용역직원과 함께 조합원들을 협박하고 노조 탈퇴를 강요한 노무관리 담당직원이 앞으로도 계속 노조를 탄압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퇴사 조치할 때까지 계속 사측에 항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 탈퇴 강요"..."노조 와해" 의혹

노조는 또, 사측이 조합원들에 개인적으로 연락해 노조 탈퇴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김희정 위원장은 "사측이 직접 노조탈퇴를 강요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내 하청업체인 B업체 관계자를 통해 지난 주부터 조합원들을 설득했다"며 "사측은 6명의 조합원이 노조 탈퇴서와 사직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측이 조합원들 가운데 과반 수 이상을 기존 노조에서 탈퇴시킨 뒤 '어용노조'를 새로 만들거나, 외주업체에 취직시키는 방법으로 노조를 와해시키려는 속셈인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같은 노조의 주장에 대해 <마사-한덕(주)> 마케팅팀 허강덕 부장은 "시간이 없어 답변하기 곤란하니 나중에 이야기하자", "30분 뒤 연락하겠다", "1시간 뒤 연락하겠다"는 등 수 차례 답변을 피했다.

한편, 콘크리트벽돌 제조기계를 생산하는 업체인 <마사-한덕(주)>은 지난 1976년 '한덕기계'라는 이름으로 설립됐으며, 1998년 독일 '마사'社가 이 회사의 지분 70%를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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