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근성=거지근성'이라는 최 회장과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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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뜨거운 이슈, 언론은 조용..."권력.자본과 멀어지면 독자와 가까워진다"


경동나비엔 vs 귀뚜라미 보일러

사고는 귀뚜라미그룹 최진민 회장이 쳤는데, 정작 화들짝 놀란 것은 경쟁업체인 경동나비엔이었습니다.

민주노총 정호희 대변인 트위터
민주노총 정호희 대변인 트위터
지난 18일 귀뚜라미 그룹 최진민 회장(SBS 2대 주주, TBC 대구방송 대표이사 회장)이 사내 게시판을 통해 제시한 무상급식 관련 ‘황당한 투표지침’ ("서울시민 모두 오세훈 황산벌 싸움 도와야“, “공짜근성=거지근성”)이 진보신당 보도자료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한겨레나 경향, 인터넷신문 등 진보성향의 언론을 제외한 대부분 언론이 침묵한 이 사안은 SNS에서는 뜨거운 이슈였는데요. 해당 행위를 비판하는 의견과 함께 재미있는 패러디가 급속도로 확산되었습니다.

패러디 중에 가장 으뜸은 민주노총 정호희 대변인(@baltong3)이 트위터를 통해  "여보, 아버님댁에 보일러 놔드려야겠어요" "당신 빨갱이야? 그건 '거지 근성' 키우는 거라구!"라는 글과 함께 패러디물을, 문화평론가 진중권 씨(@unheim)도 트위터를 통해 "귀뚜라미 보일러 새 광고. '여보, 아버님 방에 보일러 놔드려야겠어요'. '안 돼. 그럼 아버님 거지 근성만 키워드려"라는 내용이었는데요.

정작 진화에 나선 것은 경쟁업체 경동나비엔이었습니다.
진보신당 박은지 부대변인(@ejparkchoi)은 19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경동나비엔에서 전활 받았습니다. 귀뚜라미 보일러 최진민 회장의 주민투표 강요파문과 관련해 ‘아버님댁에 보일러 놔드려야겠어요”패러디가 많은데요. 이건 귀뚜라미가 아니라 경동나비엔 광고카피입니다. 귀뚜라미는 “거꾸로 타는 보일러”. 경동나비엔에서 그 카피 패러디 땜에 고충이 많답니다.“고 밝혔습니다. 

역시 이 내용 또한 트위터를 통해 200여건이 RT('리트위트'(re tweet)의 약자로 누군가 쓴 메시지를 재전송했다는 의미다.)재전송되기도 했습니다.

진보신당 박은지 부대변인 트위터
진보신당 박은지 부대변인 트위터

사건의 당사자인 귀뚜라미 그룹은 별다른 대응이 없고, 기성언론은 침묵했고, KBS는 사장의 전화한통에 뉴스를 삭제하는 등 과거 권위주의시대에 ‘통’했던 방법으로 이 사건은 덮히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SNS공간에서 이 문제는 뜨거운 이슈였는데요. 18일 한 포털사이트에 ‘귀뚜라미’, ‘최진민’이 실시간 검색어에 3,4위권에 등록되었고, 수많은 패러디와 따끔한 질타가 재전송(RT)되고, 보일러 경쟁업체가 진보신당측에 전화해 고통을 호소하는 등 또 다른 세상이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19일, 서울시 선관위는   “귀뚜라미 그룹 최진민 대표는 방송사업을 경영하는 자로서 투표운동을 할 수 없는 자임에도 불구하고 기업체 사내 통신망에 2회에 걸쳐 주민투표에 참여와 특정 안에 대한 지지를 유도하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여 「주민투표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며 해당 인물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습니다.

귀뚜라미 복지재단 vs 무상급식
- 사회복지 정책을 바라보는 최진민 회장의 이중적 태도

문제의 핵심은 귀뚜라미 그룹 최진민 회장의 ‘무상급식’에 대한 생각이라기 보다는 일관성 없는 그의 태도입니다. <회장님 메일 공지>라는 형태로 사내 게시판에 등록된 두 글은 보수논객 지만원씨와 문화일보 윤창중 주필의 글을 인용해 최진민 회장이 직접 작성한 것인데요.

최진민 회장이 무상급식이라는 복지정책에 대한 생각 그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보편적 복지라는 사회정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은 표출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중요한 것은 ‘생각’이 아니라 그 생각이 원칙과 일관성 있게 진행되는지 여부입니다. 우리가 비판해야 할 지점은 여기에 있습니다.

귀뚜라미그룹 계열사 / 출처. 귀뚜라미그룹 홈페이지
귀뚜라미그룹 계열사 / 출처. 귀뚜라미그룹 홈페이지

예를들어 귀뚜라미 그룹 산하에 귀뚜라미 재단에는 문화재단과 복지재단을 함께 두고 있는데요. 귀뚜라미 복지재단에서는 △사회복지시설 지원 △ 의료비 지원△ 난방시설지원 사업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습니다.

최진민 회장의 생각에 따른다면, 귀뚜라미 복지재단의 설립취지 즉 “사회취약, 소외계층에 대한 처우개선, 자기계발 기회 제공 등을 통해 사회복지수준을 향상시킨다”가  ‘공짜근성 = 거지 근성’을 심어주기 위함입니까?

최 회장이 인용한 글에 따르면 “무상급식 = 빨갱이들과의 싸움”이라고 제시하고 있는데요. 역시 이 생각에 따르면 귀뚜라미 복지재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원활동가, 사회복지사 즉 복지정책을 확산시키는 분들이 ‘빨갱이’라는 이야기(너무 확대해석하고 있나요?)인데요.

귀뚜라미 봉사단 '자원봉사 정보실' / 출처. 귀뚜라미재단 홈페이지
귀뚜라미 봉사단 '자원봉사 정보실' / 출처. 귀뚜라미재단 홈페이지

그런 탓일까요? 2003년 1월에 설립한 귀뚜라미 복지재단 홈페이지 귀뚜라미 봉사단 자원봉사 정보에는 2011년 8월 현재 한건의 글도 등록되지 않았습니다. 귀뚜라미 복지재단에서 직접 양성하고 있는 ‘빨갱이’들을 애써 공개하지 않겠다는 회장님의 뜻이 통했던 것일까요? 

최회장님께 묻습니다. 귀뚜라미 복지재단에서 진행하는 사회복지사업,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편하게 밥 한끼 먹이자는 ‘무상급식’이라는 복지정책이 어떤 차이가 있는 것입니까? 귀뚜라미 그룹 내부에서는 ‘빨갱이’를 키우면서, 다른 곳에서 하는 복지정책은 ‘빨갱이 짓’이 되는 ‘사회복지정책’을 둘러싼 최 회장님의 이중적 태도. 문제의 핵심은 여기에 있습니다.

'보스를 지켜라' / SBS 홈페이지
'보스를 지켜라' / SBS 홈페이지

재벌, 메이저언론 닮아가는 귀뚜라미, 지역언론

SBS드라마 <보스를 지켜라>가 꽤나 재미있는데요. 재계순위 10위권내 속하는 DN그룹을 무대로 ‘불량재벌 길들이기’라는 화두로 진행되는 이 드라마에서 가장 흥미를 끄는 점은 재벌에 대한 직설적인 비판입니다. 그 비판의 한 축에는 DN그룹의 회장 차봉만(박영규)이 자주 던지는 그 말 ‘이 기사 막아’라는 것인데요.

재벌들은 자신에게 흠집이 될 수 있는 뉴스는 어떤 형태로든 막고자 합니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메이저언론을 포함해 현직 대통령 낙하산 사장(특보 사장)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 언론사는 재벌과 짬짬이 속에 이 사실을 묵인하기도 하는데요. 이런 관계가 대기업-메이저언론만의 관계가 아니라 중소기업-지역언론으로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특보 통해 밝히고 몇몇 언론에 보도된 바 대로 “KBS김인규 사장이 귀뚜라미 회장 기사 삭제를 지시”했다는 정황이 포착되었는데요. KBS노동조합은  진보신당이 ‘귀뚜라미 최 회장 논란’에 대한 보도자료를 발표한 시점인 18일 저녁 메인뉴스를 통해 이 사실을 보도하려고 했으나 사장의 전화 한통에 해당 기사는 삭제되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귀뚜라미 그룹 최진민 회장이 ‘이 기사 빼’지시가 있었을까요?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특보 (8.22, 48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특보 (8.22, 48호)

이런 사실이 비단 KBS뿐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거의 없을텐데요. 지난 18일 귀뚜라미 그룹 최 회장의 ‘황당한 투표지침’이 일부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고, 19일 서울시 선관위가 주민투표법 위반으로 최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22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기사 삭제’정황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실에 대해 기성언론 특히 지역언론은 너무나 조용합니다.

귀뚜라미그룹은 대구의 대표적 중견기업이고, 공중파 방송인 SBS 2대 주주, TBC 대구방송 대표이사 회장 즉, 지역사회 지도급 인사라고 볼 수 있는데요. 지역기업 또는 인물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지역언론의 침묵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24일(수)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돌입했습니다. '공정방송 복원과 조중동방송 광고 직거래 저지'를 주요 화두로, △조중동방송 광고 직거래 금지 미디어렙법 제정 △공정방송 파괴 부적격 사장 퇴출 △도청 의혹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지역MBC 강제통폐합 저지 △ '소셜테이너 출연금지법' 폐지 △ 황금채널 배정 등 조중동방송 특혜 저지 △SBS미디어홀딩스의 미디어렙 소유 저지 △언론다양성 보장을 위한 신문 및 지역․종교방송 등 매체균형발전 보장 △보복인사 철회 및 보도제작 자율성 보장 △공안검열 중단을 비롯한 10대 요구안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미디어생태계변화에 따라,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지역언론을 살리자는 주장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조중동이라는 언론권력, 낙하산 특보사장단으로 구성된 권력과 자본에 굽신거리는 언론문화를 추종하는 지역언론을 살리자는 주장에 얼마나 많은 분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까요?

대기업의 권위적 문화를 지역 중소기업이 따라하고, 저널리즘 원칙 조차 무시한 메이저언론의 행동을 지역언론이 답습하고자 한다면, 지역언론은 자신의 정체성, 존재이유를 스스로 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권력과 자본과 멀어지면 독자와 가까워진다’고 했습니다. 지역언론은 무엇을 선택할 것입니까?

 
 

 

 

 

[평화뉴스 미디어창 147]
허미옥 /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pressang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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