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어머니, 그 삶을 가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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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소선 여사 대구 추모제...""노동자가 자랑스러운 시대를"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어머니, '영원한 노동자'의 어머니 고(故) 이소선 여사를 기리는 '추모의 밤' 행사가 고인의 영결식을 하루 앞둔 9월 6일 저녁 대구 2.28공원에서 거행됐다.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노동단체로 구성된 '노동자의 어머니, 이소선 민주사회장 대구지역 추모위원회'가 주관한 이날 '추모의 밤'은 시민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저녁 7시부터 1시간 20분가량 진행됐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어머니, 노동자의 어머니 고(故) 이소선 여사를 기리는 '추모의 밤'이 시민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 2.28공원에서 거행됐다 (2011.09.06)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어머니, 노동자의 어머니 고(故) 이소선 여사를 기리는 '추모의 밤'이 시민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 2.28공원에서 거행됐다 (2011.09.06)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41년 전 청계천 다리 위에서 분신한 아들의 뜻을 이어받아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힘쓰다 세상을 떠난 고인의 추모 분위기는 엄숙했다. 고인을 애도하는 추모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추모의 밤'을 찾은 시민들은 고인의 생전 모습을 회상하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조촐하게 치러진 이날 '추모의 밤'은 ▶이소선 여사의 약력 보고와 추모영상 상영, ▶추모사와 추모공연, ▶추모기도와 헌화 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고인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과 부산 한진중공업, 제주 강정마을, 울산, 창원, 광주를 비롯한 전국 6곳에서도 '추모의 밤'이 동시에 열렸다.

이날 '추모의 밤'을 주관한 대구추모위원회는 <민주노총 대구본부>와 <대경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단체연대회의>, <진보민중공동투쟁본부>,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를 비롯한 4개 시민사회단체, 노동단체로 구성돼 있으며, 민주노총 박배일 대구본부장과 인권운동연대 함철호 대표, 대구경북진보연대 백현국 대표, 이웃교회 오규섭 목사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대구추모위원회 공동대표인 민주노총 박배일 대구본부장과 인권운동연대 함철호 대표, 대구경북진보연대 백현국 대표, 이웃교회 오규섭 목사가 고인의 영정 앞에 분향과 헌화를 하고 있다 (2011.09.06)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대구추모위원회 공동대표인 민주노총 박배일 대구본부장과 인권운동연대 함철호 대표, 대구경북진보연대 백현국 대표, 이웃교회 오규섭 목사가 고인의 영정 앞에 분향과 헌화를 하고 있다 (2011.09.06)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인권운동연대 함철호 대표는 추도사에서 "부모의 유지를 자식이 이어받는 경우는 쉽게 볼 수 있지만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의 유지를 이어받아 평생을 산 경우는 흔치 않다"며 "이소선 여사는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국가라는 엄청난 왜곡된 힘을 가진 세력과 타협하지 않고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싸워온 분"이라고 고인을 회상했다. 이어 "전태일 열사와 이소선 여사 두 분의 삶을 가슴에 안고 인간의 영원한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우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박배일 대구본부장은 "고인은 41년 전 전태일 열사를 먼저 보내고 수많은 노동자들의 죽음을 보셨기에 자본의 탐욕과 권력의 탄압에 의해 또 다시 노동자들이 죽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며 "군사정권의 혹독한 탄압과 옥살이를 하면서도 굴하지 않고 투쟁이 있는 곳이라면 언제든지 먼저 달려가신 모든 노동자들의 어머니셨다"고 고인을 기억했다.

(왼쪽부터) 인권운동연대 함철호 대표, 민주노총 박배일 대구본부장, 대구경북진보연대 백현국 대표, 이웃교회 오규섭 목사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왼쪽부터) 인권운동연대 함철호 대표, 민주노총 박배일 대구본부장, 대구경북진보연대 백현국 대표, 이웃교회 오규섭 목사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대구경북진보연대 백현국 상임대표는 "이소선 여사는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노동자의 어머니, 그리고 핍박받는 민중의 어머니"라며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는 사람다운 세상의 물꼬를 트신 분이 바로 전태일 열사와 이소선 어머니였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이어 "노동자라는 말이 자랑스러운 시대를 만드는 것이 바로 살아있는 자들의 몫"이라며 "부끄럽지 않은 노동자가 되도록 하늘에서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이웃교회 오규섭 목사는 추모기도를 통해 "고인은 인간은 기계가 아니라며 청계천에서 온몸을 불살라 산 재물로 역사의 재단에 온 영혼을 내려놓은 전태일 열사를 통해 하나님의 소리를 벼락처럼 들었다"며 "인간과 노동을 자본으로부터 해방시키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놓지 않고 평생을 살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나 여기 있다', '힘내라'하는 사랑이 가득 찬 고인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다시 듣고 싶다"며 "가시는 길, 그리고 다시 되돌아오시는 길 활짝 열리길 간절히 기도드린다"고 두 손을 모았다.

한 시민이 대구 2.28공원에 차려진 고(故) 이소선 여사의 분향소 앞에 헌화하고 있다 (2011.09.06)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한 시민이 대구 2.28공원에 차려진 고(故) 이소선 여사의 분향소 앞에 헌화하고 있다 (2011.09.06)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1927년 경북 달성군 성서면 감천리에서 태어난 고(故) 이소선 여사는 19세 때 봉제공장을 운영하던 전상수씨와 결혼해 1948년 장남 전태일을 낳았다. 그 뒤 전태삼, 전순옥, 전순덕 3명을 차례로 낳아 슬하에 2남2녀를 뒀다.

잇따른 남편의 사업실패로 서울에서 홀로 식당 일을 하다 병을 얻은 이소선 여사는 요양을 한 뒤 중앙시장에서 우거지 장사를 하며 오갈 곳 없는 빈민 아이들을 자식처럼 돌봤고, 장사를 해서 번 돈으로 남산동 판자촌에 셋집을 얻어 떨어져 있던 가족들과 함께 살게 됐다.

대구 2.28공원에서 거행된 고(故) 이소선 여사의 '추모의 밤'에 참가한 시민들이 고인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을 감상하고 있다 (2011.09.06)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대구 2.28공원에서 거행된 고(故) 이소선 여사의 '추모의 밤'에 참가한 시민들이 고인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을 감상하고 있다 (2011.09.06)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그 뒤 평화시장 피복공장에 다녔던 아들 전태일에게 <근로기준법>을 배웠고, 1970년 11월 13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청계천 다리 위에서 분신한 아들 전태일의 유언에 따라 41년 동안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에 평생을 바쳤다.

1977년 민청학련 수배자 장기표 재판과 관련해 법정모독죄로 실형을 선고받아 옥고를 치뤘으며, 1987년 8월 27일 거제도 대우조선 이석규 장례위원장을 맡았다는 이유로 내사를 받아 수배된 뒤 같은 해 12월 대통령 선거 이후 쌍문동 자택에서 연행됐다가 석방됐다. 그 뒤 1988년 11월 기독교회관에서 의문사 진상규명을 위한 농성을 135일간 펼쳤으며, 1989년 3월 범민족대회 판문점 예비회담 남측대표로 참가하려다 불구속 입건됐다.

고(故) 이소선 여사의 '추모의 밤'에 참석한 시민들 (2011.09.06)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고(故) 이소선 여사의 '추모의 밤'에 참석한 시민들 (2011.09.06)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또,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공동의장과 <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현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초대 회장, <전국민족민주연합> 고문, <전국해고자협의회 지원대책위원회> 상임의장을 지냈으며,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 집회(2006년)와 이랜드 뉴코아 노동자 명동성당 농성장(2007년), 기륭전자 노동자 단식 농성장(2008년)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집회현장을 찾아 노동운동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그 뒤 지난 7월 13일 서울 창신동 자택에서 심장이 멎은 채 쓰러진 이소선 여사는 48일 동안 의식을 찾지 못했고, 양대 노총 위원장과 가족, 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9월 3일 향년 82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 민중가수 임정득씨가 고(故) 이소선 여사의 '추모의 밤'에서 추모공연을 하고 있다 (2011.09.06)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 퓨전밴드 '그리go' 이동우 대표와 대구민예총 이대우 부회장(경북대 러시아학과 교수)가 추모공연을 하고 있다 (2011.09.06)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고인의 빈소는 3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으며, 장례는 '노동자의 어머니, 이소선 민주사회장'으로 5일 동안 치러진다. 발인은 7일 오전 8시며, 서울 대학로에서 오전 10시 영결식을 갖고, 오후 2시 청계천 전태일다리에서 노제를 치른 뒤 아들 전태일 열사가 잠들어있는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 묘지에 안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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