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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너도 나처럼 좋은 부모를 만났으면..." - 은재식
"우리 가정에서 자녀를 맞이하는 방법...공개입양운동으로 입양문화 바꿔야"
2004년 08월 26일 (목) 09:51:43 평화뉴스 pnnews@pn.or.kr

올 여름 우리 가족은 아주 특별한 캠프에 참가했다.
한국입양홍보회 주최로 나주 이화영아원에서 2박 3일간 개최된 ‘별캠프’로,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인 입양한 딸 아이를 위해 참가하게 되었다.
지난해에 이어 2회째인 ‘별캠프’는 초등학생 입양가정 아동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입양캠프로, 올해는 34명의 입양가정 아동이 참가해 입양전문 캠프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캠프라 갯벌체험, 집단활동, 캠프파이어 등의 보편적인 프로그램들이 포함되어 있지만, 모든 프로그램들 속에 ‘입양’이라는 주제가 담겨 있어 자연스럽게 입양에 대한 이해와 학습을 돕고 있다.
자기 이름의 의미와 가족구성원을 생각하면서 색깔, 동물, 계절로 표현하는 ‘라이프스토리’를 통해 입양아동의 자아정체성 확립을 돕고, 대나무 마디마다 삶의 시간대를 적용하여 과거의 마디가 형성될 때마다 나와 우리 가족이 어떤 단계를 거쳤는지도 되새겨 본다.

무엇보다 감동스러웠던 장은 입양가정의 아동이 이화영아원의 어린 아기들을 돌보는 체험활동 시간이었다. 아직 입양되지 못해 영아원에서 부모를 기다리고 있는 아기를 돌보면서 아이들은 자신의 입양됨과 형제 자매의 입양됨에 대해 새롭게 인식할 수 계기가 되었고, “내가 좋은 부모를 만난 것처럼 너도 좋은 부모를 만났으면 좋겠다”는 롤링페이퍼를 남긴 아이도 있었다.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인 우리 딸이 영아원의 한 아기를 품에 안고 잠들 때까지 꼼짝도 않고 보살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는 나 역시 가슴뭉클한 감동을 느꼈다.
또 현대의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해 토론하면서 입양가정에 대해서 보다 명확한 이해를 가지게 된 아이들이 직접 만든 입양동화와 꼴라쥬는 얼마나 유쾌한지, 우리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가늠케 했다.
대부분의 공개입양 가정의 자녀들이 이 캠프에 참가하는데, 입양아동이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입양에 대해 터놓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문화에서는 가히 혁명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아이들의 캠프에 대한 이 모든 이야기들을 전해들은 입양부모들은 캠프에 참가한 아이들보다 더 흥분하고 기대에 찬 감동에 빠져들었다.
아이들이 캠프에 참가한 2박 3일 동안 입양부모들은 인근 지역의 입양가정에서 함께 머무르며 열정적인 시간을 보냈다. 낮에는 보성 녹차밭, 영랑시인 생가, 황토마을 등을 돌아보며 관광을 즐겼고, 밤에는 날이 밝도록 끝도 없이 이어지는 대화의 장으로 내내 잠을 설쳐야 했다.

이처럼 공개입양 부모들은 모이기만 하면 밤을 지새며 이야기를 나누곤 하는데, 이는 혈연을 중시하는 우리 문화권에서 공개입양을 실천한다는 것이 근거없는 편견과 낭설로 빚어진 무자비한 언어적 폭력과 오해의 시선들을 최일선에서 감당해내는 도전과 용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지난 '54년부터 지금까지 국내외 입양아동 21만명..."나처럼 너도 좋은 부모를 만났으면..."

1954년 현대적 입양이 시작된 이래로 그동안 입양법에 따라 국내외로 입양된 아동은 약21만명 정도이며, 이중 국내에서 입양된 아동은 6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2001년 기준). 공식적인 입양인구가 전체 인구에 비하면 그리 높지 않지만, 비공식적인 입양 인구와 그 가족들의 수를 고려하면 전체 인구에서 입양과 관련된 인구(입양아동, 입양부모, 친생부모 등 입양의 세 당사자와 그들의 확대가족을 포함한)의 비율은 상당히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들어 모 방송국에서 공개입양 프로그램을 방영하듯이, 이제는 입양이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경험할 수 있는 현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가족문화에 뿌리를 둔 비밀입양 전통과 해외입양 중심의 입양기관의 실무로 인해 아직도 우리 사회는 입양에 대한 제대로 된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입양제도를 살펴보면 민법에 의한 불완전입양제도와 ‘입양촉진 및 절자에 관한 특례법’(이하 입양특례법)에 의한 완전입양제도로 구분된다. 민법에 의한 입양은 호적에 양자로 공시되고 친생부모의 성명이 기재되며 입양후에도 입양부모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반면 ‘입양특례법’에 의한 입양은 양자와 친생부모 간의 친족관계를 단절하고 입양부모와의 관계만을 인정하며 파양도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또 입양사실에 대한 공개성의 정도에 따라 비밀입양, 공개입양, 개방입양으로 구분한다. 비밀입양은 아동을 입양하는 입양부모가 입양아동과 타인에게 입양사실을 숨기고 입양모가 입양아동을 출산한 것처럼 입양의 비밀을 계속 유지하는 것을 뜻하며, 현재 국내입양은 비밀입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반대로 공개입양은 입양사실을 입양아동은 물론 입양가정 주위의 사람에게 공개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개방입양은 친생부모와 입양부모가 지속적으로 의사소통을 하거나 만나는 형태이다.(유렵과 미국은 완전입양제도를 채택하고, 공개입양을 넘어서 개방입양의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

또한 입양을 하는 주체에 따라 개인입양과 기관입양으로 구분되는데, 우리나라는 입양기관을 통해 입양이 가능하도록 법에 규정하고 있으나, 개인입양(개별입양) 또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구실 못하는 입양특례법...거짓말과 불법입양 덧씌우는 입양 현실...

우리 부부가 처음 입양을 결정하고 공식적인 입양절차를 밟다가 당황한 부분이 2백만원 상당의 입양수수료를 입양기관에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입양수수료는 정부지원이 절대 부족한 입양기관이 관련 절차를 추진하는데 필요한 일종의 비용이다. 그러나 대다수 입양부모들은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으며, 입양수수료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입양수수료는 입양아동이 ‘사고 파는 것’으로 인식될 수도 있으며, 특히 입양동기가 불임이 아닌 경우 많은 잠재적 입양부모들이 입양을 포기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다른 한편으로 과거 입양기관은 수수료가 국내입양보다는 3∼4배가 높은 국외입양에 더 집중해 왔는데, 국내입양의 여러 가지 어려움을 감안하더라도 입양기관이 국내입양의 활성화에 기여하기 보다는 손쉽게 국외입양을 택했다는 비판을 면하기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둘째로 입양이 성사되면 공식적으로 가족이 되기 위해 법적인 절차로 호적에 입적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런데 대부분 입양아동을 친자로 입적하기 위해 동사무소 등에 출생신고를 하면서 '거짓말'을 하게 되고, 이는 불법입양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만든다. 그런데 이같은 과정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입양부모가 제대로 모른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현행 호주제도에서 입양기관의 장은 입양될 아동이 호적이 없는 경우, 그 아동에 대한 호적절차를 거쳐 일가창립을 할 수 있다. 관할 시군구청에서 아동의 단독호적을 부여받은 이후 입양이 되면 양자로서 다른 호적을 갖게 되며, 입양부모가 원하면 양친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입양부모는 입양비밀을 위해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아동의 단독 호적 없이 직접 자신들의 친자로 입적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병원에서 발급하는 출생증명서 대신 2인의 가짜 보증인을 내세워 자신들이 직접 출산한 것으로 신고하고 있다.

또 출생신고가 늦은 것에 대한 벌금도 납부한다. 아이를 맞이하는 바로 첫 과정에서 거짓말과 불법입양이라는 딱지를 덧씌우는 현실은 입양부모에게 엄청난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 최근까지 입양부모들은 출생신고에 의한 친자입양이 불법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았고, 입양기관에서도 이러한 방법이 유일한 방법인양 조장해 왔다. 최근의 공개입양운동이 활성화되기 전까지 대부분의 입양부모들이 이같은 방법을 통해 입양절차를 밟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일반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다시 줄어드는 국내 입양..."공개입양운동으로 입양문화 바꿔야"

우리 가정은 호적이 있는 아이를 입양했다. 생후 4개월때 처음 만나 위탁양육하다가 5세때야 우여곡절을 거쳐 합법적인 입양절차를 마칠 수 있었다. 설령 호적이 있다 하더라도 출생신고를 하면 쉽게 친자입양이 이루어진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늦장 출생신고에 따른 벌금만 내면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소위 합법적 절차와 ‘입양특례법’에 의해 아동의 성이 양부의 성을 따르는 방안을 선택했고, 이는 곧 공개입양으로 이어졌다.

절차를 밟는 동안 ‘입양특례법’이 있는지에 대해 법원이나 행정기관의 어느 누구도 모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 딸은 합법적인 양자입양절차에 의해 입양된 대구에서의 첫 번째 사례인 듯하다. 구청에 입양서류를 접수하는데만 사흘이 걸릴 정도로 ‘입양특례법’은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투쟁 끝에 합법적인 절차를 마칠 수 있다니...

어려운 경제 현실로 인해 증가일로에 있던 국내입양이 다시 줄고 있다고 한다.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은 늘어나고 있다. 입양아동을 줄이기 위한 정부와 시민사회의 근본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입양문화를 바꾸는 운동이 절실하다.

한해 1천7백명 가량의 아동이 국내입양 되고 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아동이 외국으로 입양되고 있는 현실을 개탄만 할 문제가 아니다. 바로 우리들 중 누군가가 내 가정을 열어 한 아이를 자녀로 맞이하지 않는 한 해외입양은 중단되기 어려울 것이다. 또 평생을 가정이 아닌 시설에서 자라야 하는 것 보다 외국 가정에 입양되는 것이 아동의 입장에서 보면 훨씬 나을지도 모른다. 일부 해외입양아동의 파양사례를 입양의 전부인 것처럼 과장하는 것도 문제다. 또 몇 퍼센트에 불과한 파양율을 들먹이며 우리의 치부를 애써 변명하거나 숨기려 한다면 너무 구차하지 않을까.

따라서 공개입양운동을 통해 입양문화를 바꾸는 운동이 필요하다. 이 운동은 이제 공개입양을 선언한 입양부모들에 의해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 가족도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바로 입양한 첫째 아이와 곧 우리 가족으로 맞이할 둘째 아이를 위해서...

은재식(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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