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광고'와 '기사'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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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명당 아파트' 보도...이병철 관련 '설', 입소문, 풍수감결서까지


언론은 사회를 보는 창. 한편으로는 생활정보원이다. 그런데 그 창이 흐리다면? 정보는 간 데 없이 분위기 몰이만 한다면? 매일신문의 최근 광고와 기사의 상관관계를 살폈다.

'풍수마케팅' 대대적 부각

매일신문 12월 15일자 11면.
「이병철 회장이 찍은 명당에 아파트 서네」제목의 3단 기사, 「아파트시장 풍수 마케팅/구(舊) 제일합섬터 홍보하고/대통령 배출 입소문내」기사는 경북 경산시 중산지구 펜타힐즈 서한 이다음 아파트를 주로 하고 화성산업이 분양 중인 화성 파크드림 경산 사동2지구, 포스코건설의 대구 동구 이시아폴리스를 다룬 소개 기사다. 그런데 이 기사는 ‘풍수마케팅’이란 아파트업자들의 판촉용어를 끌어들여 아파트를 소개하는데 ‘설’, ‘입소문’, ‘풍수지리감결서’가 근거.

<매일신문> 2011년 12월 15일자 11면(경제)
<매일신문> 2011년 12월 15일자 11면(경제)

'카더라'를 '진실'로 포장


이 기사가 도드라지는 것은 아파트 업자들이 펼치는 ‘풍수마케팅’ 내용을 진실인지 ‘카더라’인지 확인하고 공정하게 보도해야 할 신문이 ‘카더라’를 진실인양 포장, 보도해 독자들에게 믿게 하고 있는 점. 그 구체적인 내용을 보자.

1. ‘대구의 보수적 구매성향을 겨냥, 풍수지리적 장점을 부각시키는 ‘풍수마케팅’을 도입하는 건설사가 늘고 있다. 사진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회장이 풍수를 보고 사업부지(제일합섬)로 낙점한 곳에 들어선 경산 중산지구 펜타힐즈 서한 이다음 부지 전경.’
⇒매일신문은 ‘경산 중산지구 펜타힐즈 서한 이다음’ 아파트단지를 강조하면서 ‘이병철 삼성그룹회장’이 마치 제일합섬을 풍수를 보고 낙점한 듯이 보도하고 있다. ‘이병철 삼성그룹회장이 낙점한 땅은 아파트부지로도 명당’인 듯이 독자들을 유도하고 있다.

2. 16일 분양하는 펜타힐즈 서한 이다음(경산시 중산동)은 ‘명당’이란 키워드를 대대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펜타힐즈는 과거 제일합섬 자리로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한눈에 좋은 터임을 알아보고 그곳애 공장을 세웠다는 설이 있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공장을 세웠다는 설’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야말로 ‘카더라’이다. 그런데 이 기사의 사진설명에는 ‘이병철 회장이 풍수를 보고 낙점한 곳’이라고 ‘설’ 정도가 아니라 ‘단정’지었다. 매일신문에서는 ‘설’=‘카더라’를 듣고 기사를 쓰는지, ‘설’을 단정으로 바꿔도 되는지?

"풍수지리감결서까지 받았다"?

3. 실제로 서한은 펜타힐즈 부지가 명당자리임을 증명하기 위해 저명한 풍수지리학자(교수)에게 땅을 보인 뒤 풍수지리감결서까지 받았다. 오늘의 삼성이 있게 한 터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매일신문은 이 아파트를 소개하면서 ‘풍수지리감결서’를 2011년 연말을 살아가는 독자들이 신용할 근거인 듯 강조하고 있다. 아파트 업자들이야 아파트를 팔기 위해 무슨 수인들 못쓰랴. 그런데 신문은 사실 여부를 학인하고 보도하는 것이 생명. 매일신문이 확인할 것은 아파트 업자가 풍수지리감결서(17~18세기에 풍미한)를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가 아니다. 생활에 적합한지, 가격은 적당한지, 분양이나 청약조건은 어떤지, 청약자가 상투를 잡히는 것은 아닌지, 투자가치는 과연 있는지 등을 독자 대신 꼼꼼히 따져야 할 텐데 이 기사는 이런 대목은 모조리 생략한 채 독자들을 전통시대 ‘정감록’ 세계로 유도하고 있다. ‘분위기 몰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풍수설 내세워 청약 부추겨

4. 업계에 따르면 풍수는 예로부터 집터를 정하는 중요한 잣대로서 아파트 입지를 결정할 때도 많은 영향을 끼쳐왔다. 부산의 한 대학교수는 아파트에도 ‘풍수값’이 존재한다는 논문을 발표, 일반적으로 주택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 이외에 배산임수(背山臨水), 동서사택(東西舍宅), 입수룡(入水龍), 득파론(得破論) 등의 풍수변수 4가지를 도입해 부산 해운대 신시가지 31개 아파트 1천64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하기도 했다. 그는 풍수적으로 적합한 가구는 그렇지 않은 가구에 비해 평당 평균 36만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매일신문은 어떤 교수의 주장(‘논문’이라고 함)을 인용하면서도 최소한 그의 이름이나(이니셜 포함) ‘논문’의 제목 등 아파트값에 영향을 미친다고 독자들이 알아보거나 따져볼 만한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않은 채 ‘풍수적으로 적합한 가구는 그렇지 않은 가구에 비해 평당 평균 36만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이 교수의 주장을 그의 풍수 관련 ‘이론’을 곁들여 믿을 만한 진실(근거)인양 제시했다. ‘아파트 값 상승’으로 ‘풍수지리 효과’에 솔깃하게 만든 것이다.

솔깃한 말로 아파트 업자 위해 '멍석 깔기'...장점만 나열

매일신문은 이 아파트 업자의 주장이 독자들로 하여금 지갑을 열게 하려는 데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매일신문은 ‘이병철 회장’ ‘대통령 배출 터’ 등 무언가 권위가 있어 보이게 하고, 그래서 독자들이 솔깃하게 느낄 말들을 늘어놓아 아파트 업자를 위해 ‘멍석’을 깔아줬다.

매일신문의 아파트 소개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12월 13일 15면(부동산) 기사를 보자.

<매일신문> 2011년 12월 13일자 15면(부동산)
<매일신문> 2011년 12월 13일자 15면(부동산)

 「사월역 330m…6,500가구 펜타힐즈 지구 1차 단지」의 기사는 ‘경산 중산지구 펜터힐즈 서한 이다음 아파트’를 속속들이 알리고 있다. 매일신문 인터넷판을 보면 12월 9일에도 대동소이한 내용의 기사로 이 아파트를 소개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문제는 이 아파트를 소개하면서 장점만 나열하고 있다는 것. 그러면서 “생활면에서나 투자면에서나 상당한 가치를 가진 아파트 단지가 될 것”이라며 ‘문의전화가 잇따르고 있다’고 했다(전화번호까지 곁들임). 아파트 구매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 짚어야 할 사항은 외면했다. 바로 이 점에서 이 기사를 ‘홍보성’이라고 할 수 있다. 아파트 광고 ‘찌라시’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타 신문은 '아파트 업자 제공' 출처 밝혀

그런데 이와 같은 기사는 12월 16일치 매일경제 인터넷판 종합 면에서도 볼 수 있다. 다만 다른 것은 [자료제공 : 서한 이다음]을 밝혀 독자들이 이 기사가 아파트 업자의 홍보내용일 수 있음을 알게(짐작이라도 하게) 함으로써 위험부담도 스스로 지게 했다는 점에 있다(12월 15일치 세계일보 인터넷판 경제면에도 실려 있다). 영남일보는 이 아파트 분양과 관련해 분양/청약 현장 분위기를 사진을 곁들인 스케치 기사로 다뤘다.

<영남일보> 2011년 12월 17일자 12면(경제)
<영남일보> 2011년 12월 17일자 12면(경제)

전면광고 잇따라 게재...광고 나가자 관련 보도 반복

매일신문은 왜 ‘설’ ‘입소문’ ‘풍수지리감결서’…를 아파트 거래할 때 참고서나 되듯이 들먹이며 열을 올릴까. 해답은 따로 있다-매일신문 12월 7일 7면 전면광고, 12월 14일 7면 전면광고.

<매일신문> 전면광고 - 2011년 12월 7일자 7면 / 12월 14일자 7면
<매일신문> 전면광고 - 2011년 12월 7일자 7면 / 12월 14일자 7면

광고와 신문기사 게재날짜를 보자. 7일에 전면광고가 실리고 9일에 관련 기사가 나갔으며 14일에 전면광고가 실리고 15일에 ‘명당’ 기사가 나갔다. 이만하면 매일신문의 ‘서한 펜타힐즈 이다음’ 광고와 기사에  관련성이 과연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신문기사(확인하고 내보내는) 따로, 광고 따로 라면 문제될 게 없을 것이다.

4대강 '추가준설 불가피' 공론화

우리 언론보도에서 늘 부족한 것으로 지적되는 것 중 하나는 후속보도가 없다/부족하다는 것.
지난 12월 10일 MBC의 「추가준설 불가피」보도(투데이뉴스)는 MB정부가 국민의 공감대를 얻지 못한 가운데 속도전으로 진행한 ‘4대강사업’이 ‘역행침식’ 을 야기하는 등 언론보도가 숱하게 지적한 문제점이 사실이었음을 보여준 확인보도, 후속보도란 점에서 주목됐다. 나아가 ‘대책 없는 사업’-‘4대강사업’에 대한 공론화라는 시각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MBC 뉴스투데이(2011년 12월 10일)
MBC 뉴스투데이(2011년 12월 10일)

낙동강 하류인 경남의 창녕 함안봅니다. 음향수심측정기를 이용해 10여km에 걸쳐 퇴적량을 측정해 봤습니다. 준설이 끝났다고 발표한지 한 달 만에 모래가 10% 정도 다시 쌓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류에는 보시는 것처럼 모래가 다시 쌓여 준설 작업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상류는 퇴적 정도가 더 심합니다. 창녕 합천보 상류에는 준설단면 보다 최대 60%, 상주보도 25%까지 재퇴적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MBC, 12. 10. 투데이뉴스, 「추가준설 불가피」).

함안보 10% 합천보 60% 상주보 25% 모래 퇴적

준설을 한 강바닥에 본류 준설로 인한 지류의 역행침식으로 모래가 다시 쌓이고, 그러면 또 준설해야 하고, 그러자니 또 천문학적인 돈이 들 것(악순환)이란 지적이 창녕 함안보, 합천보와 상주보에서만도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는 내용. 이날 보도에 따르면 준설이 끝났다고 발표한 지 한 달 만에 창녕 함안보에는 모래가 10% 정도 쌓였다. 준설 단면보다 창녕 합천보는 최대 60%, 상주보는 최대 25%가 재퇴적됐다.

역행침식이 원인…준설비용 1조

보도진과 함께 한 전문가(박재현 교수/인제대 토목공학과)는 재퇴적이 벌써 평균 잡아서 20% 정도라고 밝혔다. 다시 준설하려면 1조원에 가까운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기자는 강바닥 준설로 지천과 만나는 곳이 깎이는 역행침식(두부침식)이 주요 원인이고, 강 본류 벽면이 깎여 나간 흔적도 곳곳에 남아 있는 것을 화면으로 보여주었다(‘미디어창’ 6월 21일 ‘4대강사업, '속도전'과 관료주의가 부른 물 대란’, 7월 5일 ‘4대강, 통제 불능 이전에 특단의 조치를’에서 다룸).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문제는 ‘4대강’에 모래가 빠른 속도로 재퇴적됨에 따라 재준설 등 유지보수에 해마다 6천억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경비가 들 것이란 점을 MB정부가 알고 있었다는 사실. 한겨레신문(12월 13일 1면「4대강 유지비 ‘매년 6천억원’」)에 따르면 국토연구원의 ‘국가하천(4대강) 유지관리방안’ 용역보고서는 ‘4대강’ 유지를 위해 해마다 6,126억원이 필요한데 이 금액은 정부가 2012년 ‘4대강’ 관리비용으로 신청한 1,997억원의 3배가 넘는다고 밝히고 있다.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격인데 그 경비는 고스란히 국민의 혈세로 충당해야 한다.

'경비 조달' 목적세 등 검토

그런데 MB정부는 ‘4대강’ 유지관리 경비를 조달하기 위해 ‘4대강목적세’를 신설하고, 수돗물을 민영화하고, 하천수(농업용수, 공업용수, 생활용수) 사용료를 부과하고, 친수공간 조성 및 관광이용이나 하천공원조성 등을 민간위탁하는 등 갖가지 방안을 검토했다는 것(한겨레신문 12월 13일 4면 「‘4대강목적세․수돗물 민영화…’ 4대강 재원확보 ‘꼼수’ 총출동」). 보도를 보면 MB정부의 ‘4대강’ 대책은 그야말로 ‘꼼수’ 백과사전이 아닐 수 없다. 박정희 시대에 난무했던 목적세가 재거론되는 것은 ‘4대강사업’이란 첫 단추를 잘 못 꿰었기 때문이다.

'4대강' 후속보도로 공론화해야

문제는 대책.
‘4대강사업’이 일부 토건업자들에겐 보약(또는 앰플)이 됐을지 모르지만 국토환경/생태 파괴는 물론이고 기약 없이 국가경제/재정을 왜곡시키고, 국민경제를 휘청거리게 하고, 그래서 부담을 국민들에게 떠넘겨 가뜩이나 어려운 국민들의 허리띠를 졸라매게 하고, 지자체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 외에 더 이상의 대책이 없다면 ‘4대강사업’은 괴물로 변하기 전-완공 전에 근본적인 대책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4대강’ 후속보도는 그 공론화 과정일 수 있다. ‘4대강사업’ 후속보도는 그래서 절실하다.






[평화뉴스 - 미디어 창 165]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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