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 대봉동 수성교 인근 신천은 29일 오전 강 중심부까지 흙이 들어차 있다. 하천 왼쪽 가장자리 일부분은 흙이 제방을 형성해 하천을 막아 메말랐다.
돌무더기가 강 중심을 따라 길게 늘어져 있는 곳도 있었다. 강바닥을 파헤쳐 오리들이 헤엄칠 공간이 줄어들었다. 수성교~대봉교 구간에는 "공사 중", "진입 금지" 안내판과 현수막이 군데군데 세워져 있었다.
하천 오른쪽 가장자리에는 잉어 떼가 모여 있었다. 신천 둔치를 지나는 시민들은 "공사 전에는 잉어가 더 많이 모여 있었다"며 "오늘은 평소보다 잉어가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잉어들과 오리들의 산란 시기인 4월~6월. 대구시가 신천 둔치를 중심으로 대규모 하천 공사를 벌여 논란이 일고 있다. 환경단체는 "생태계 교란 행위"라며 "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대구시 도시관리본부에 29일 확인한 결과, 지난 4월 1일부터 북구 침산교~달성군 가창교 구간 '신천 하상퇴적토 제거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사 기간은 오는 7월 31일까지다. 지난해 말 정부로부터 재난안전특별교부세를 받아 전액 국비로 진행된다. 공사 비용은 8억여원이다.
지난해 집중 호우로 신천 바닥에 퇴적토가 많이 쌓여 이를 걷어내는 공사다. 대구시 도시관리본부 측은 신천 상류에 퇴적토가 쌓여 비가 오면 고수부지로 하천이 범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인섭 대구시 도시관리본부 하천관리과장은 "6~10월 우수기 전에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시장에게 보고한 사항"이라며 "우수기가 지나고 공사를 진행하게 되면 홍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사업이라는 취지에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전에 동식물들의 상황을 감안해서 사업하면 가장 좋지만, 사업 취지가 재해·재난 방지를 위한 준설공사라서 우수기 전 사업을 끝내야 한다"며 "신천에 사는 생물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최단기간에 사업을 완료하겠다"고 덧붙였다.
지역 환경단체는 반발했다. 잉어들이 알을 낳는 시기인 4~6월에 하천 바닥을 파헤치는 준설공사를 하게 된다면 물가 가장자리나 물속 자갈이 없어져 산란하지 못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물고기뿐 아니라 오리들도 산란을 많이 하는 시기인데도 하천공사를 한다는 것은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는 비상식적 행위"라며 "홍수를 예방한다는 공사 근거도 불확실하고, 공사 시점도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채병수 민물고기보존협회 박사(경북대 생물학 박사)는 "4~5월은 잉어를 포함한 어류들의 산란철"이라며 "준설공사를 하게 되면 신천 바닥에 있는 돌들이 없어져 어류들이 산란할 장소가 없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수를 방지하기 위한 공사라고 하는데, 그럴 거면 둔치를 없애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며 "인간이 이용하기 위해 둔치를 만들어 놓고, 홍수를 막기 위해 준설공사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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