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 국립공원 토함산 일대에서 "산사태 100배 위력"으로 알려진 '땅밀림' 현상이 발견됐다.
땅밀림은 폭우나 지진 등 외부 충격이 발생할 경우 산의 지반 전체가 무너져 내리는 특성을 갖고 있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경주 땅밀림이 도로와 마을 방향으로 진행돼 "연쇄 붕괴"를 우려했다.
지자체는 땅밀림으로 인한 산사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사방댐 건립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 경주시는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토함산 일대 땅밀림 현상이 발견된 3곳 중 2곳에 대해 사방댐 1개소 건립 추진을 확정했다"며 "2개소는 추가 협의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문무대왕면 범곡리 유역에 대해 사방댐 1개소 설치를 확정했고, 945호선 계곡부에 대해서는 사방댐 2개소 추가 설치를 관계 기관과 협의하고있다"고 덧붙였다. 또 "계곡부 모니터링 CCTV를 설치해 호우특보시 긴급 상황에 신속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지난 5월부터 이미 두 차례 경주 국립공원 지역을 대상으로 환경부와 산림청, 경상북도, 국립공원공단이 공동 조사를 펼쳐 산사태 위험지역 73곳을 확인했다"며 "당시 산림기술사 등 외부 전문가들도 참여해 땅밀림 예상지 3곳도 사전에 발견했다. 환경단체 주장에 따른 대응이 아니라 지자체와 정부의 자체 조사를 통한 대응책 발표"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산사태 피해 방지에 행정력을 집중한다. 산림청은 '전국 땅밀림 위험지도'를 연구개발 중이고,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호우 전후 주기적으로 땅밀림 지역을 드론으로 모니터링한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집중호우가 예보될 경우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조속한 대피를 진행하고, 지방도 945호선 사전통제를 위한 기준을 마련하는 등 선제 안전대책 방안을 수립하겠다"고 했다.
■ 녹색연합은 지난 16일 '경주 대형 산사태 대책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토함산과 무장산, 함월산 등 73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며 "경주시 황용동 2곳과 문무대왕면 1곳에서는 땅밀림 현상까지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5월 토함산 여러 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국보 석굴암도 위험에 처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어 녹색연합과 경주국립공원사무소, 국립산림과학원은 산림청과 경주시 협조를 받아 조사를 진행해 이번에 보고서를 내놨다.
'땅밀림'은 땅 속에 물이 차올라 땅이 비탈면을 따라 서서히 무너지는 현상을 말한다. 산림청은 산사태보다 큰 피해를 유발할 수 있어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땅밀림이 발견된 전체 3곳 중 황용동에서 발생한 땅밀림 2곳 규모는 각각 ▲1만2,231㎡(3,700여평)과 ▲2,701㎡(820여평)이다. 지방도 제945호선을 위협하고 있다. ▲문무대왕면 땅밀림 규모는 4,561㎡(1,380여평)으로 범곡리 마을이 영향권에 포함됐다.
특히 문무대왕면 범곡리 땅밀림 현장의 경우 지반이 내려앉은 모습이 발견됐다. 폭우가 쏟아지면 아래 지반 전체가 아래 범곡리 마을로 쓸려 내려갈 위험이 높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땅밀림 전문가'로 알려진 박재현 경상대학교 산림융복합학과 교수는 "밀림 경사도가 35도 이상"이라며 "붕괴될 경우 도로에 이르까지 2분이 채 안 걸린다. 폭우나 지진이 발생하면 1만5,000㎡에 가까운 면적의 산이 무너져 언제 도로를 덮칠지 모른다" 고 지적했다.
■ 지난 2016년 규모 5.8의 큰 지진으로 피해를 입었던 경주에서 산사태보다 강력한 땅밀림 현상이 장마철에 발견돼 녹색연합은 "지자체와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녹색연합은 "지난 2018년 10월 문무대왕면 범곡리 인근에서 땅밀림 현상으로 국도 4호선 노반이 붕괴됐다"며 "당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매우 위험한 사고였다"고 지적했다.
또 "토함산, 무장산, 함월산은 지질이 불안정하고, 몇년 전 경주와 포항에서 강진이 발생해 땅밀림에 취약하다"면서 "기후위기로 국지성 집중호우가 수시로 내리는데 정부와 지자체가 산사태를 비롯한 수해 대응에 모든 자원과 기술을 집중시켜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경주시와 경북도는 땅밀림 대응을 긴급히 진행해야 한다"며 "신속한 대응만이 산사태로 인한 인명 피해를 막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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