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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사립대 '기초학문의 죽음' 장례식...대구대, 사회학과 45년 만에 폐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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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6개 학과 신입생 모집 중단 
법학부·전자전기공학부 등 폐과 결정
대구대 "수요 맞게 대학의 체질 개선" 
사회학과 교수들, 학생들 마지막 행사  
11.7~8일, 사회학제 '메모리얼 파티' 
"구조조정되는 학문의 소멸을 추모" 

경북 경산에 있는 사립대 대구대학교 캠퍼스에서 이색적인 행사가 열린다. 바로 '장례식'이다.

고인(?)은 사회학과다. 대학본부가 폐과를 결정하자 해당 학과 교수들과 학생들이 추모행사를 열기로 했다. 

우리 사회의 발전을 학문적으로 논의하면서 한때는 촉망 맏았던 사회학과. 이제는 취업하기 어려운 지방대, 문과, 비인기전공으로 분류되면서 대학에서 구조조정되는 형편에 놓였다.

사회학과 교수들과 학생들은 기초학문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장례식 이름을 단 마지막 행사를 연다.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사회학과 '송' 학생회, 메모리얼 파티 행사준비위원회, 대구대학과 사회학과 동문회는 오는 11월 7일과 8일 이틀 동안 대구대학교 사회과학대학 누리마당에서 '2024 대구대학교 사회학제(DU Sociology Festival) 메모리얼 파티(Memorial Party)'를 연다고 25일 밝혔다. 

사회학과 측은 "대학 본부의 결정에 따라 올해 신입생 모집을 끝으로 지난 45년 동안 이어왔던 사회학과의 역사를 마무리하게 됐다"며 "지금 우리는 고통스러운 시기를 느리게 통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북 경산에 있는 사립대학교 대구대학교의 경산 캠퍼스 / 사진.대구대학교
경북 경산에 있는 사립대학교 대구대학교의 경산 캠퍼스 / 사진.대구대학교
2024 대구대학교 사회학제 '메모리얼 파티' 웹포스터 / 사진.대구대 사회학과 '송' 학생회
2024 대구대학교 사회학제 '메모리얼 파티' 웹포스터 / 사진.대구대 사회학과 '송' 학생회

이어 "우리는 사회학과가 사라지더라도 사회학은 영속하며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면서 "사회학과의 소멸을 지켜보는 대신 사라짐을 추모하고, 사회학의 가치를 가슴 속 깊이 새겨놓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또 "사회학과 장례식을 통해 졸업생과 재학생이 모여 더 나은 세상을 꿈꾸게 해 준 사회학과의 죽음을 애도하겠다"며 "이번 장례식은 사회학과를 서둘러 봉인해 대학 밖으로 추방하려는 시도에 맞서, 아직 이곳에서 사회학을 배우고 실천하고 있음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기 위한 축제의 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사회학제 당일인 오는 11월 7일 오후 3시 대구대 사회과학대 2호관 강당에서 오찬호 박사가 '흑백 사회학자'를 주제로 강연하고 사회학과 15학번 권민조 연구원은 '사회학은 이야기다'를 주제로 강연을 한다.

같은 날 오후 4시 30분 '사회학의 렌즈로 현대 사회를 조망하다' 주제의 학술 발표대회를 연다. '영화 <F20> 속 조현병의 문제적 재현(강경민 사회학과 21학번)', 'OTT로 인한 문화 콘텐츠 다양성 감소(김민정, 심현지, 유혜림, 임주효 사회학과 22학번)', '학과 폐지 경험에 대한 사회학적 고찰(이동현 사회학과 20학번)'을 주제로 재학생들이 발표한다. 이희영 사회학과 교수의 종합토론을 끝으로 첫날 행사는 끝난다. 뿐만 아니라 사회학과 장례식과 체험부스, 홈커밍파티 등도 이틀간 펼쳐진다. 

대구대에 확인한 결과, 사회학과를 포함해 법학부(법학전공, 공공안전법학전공), 산림자원학과, 전자전기공학부(정보통신공학전공), AI학과, 주얼리디자인학과 등 모두 6개 학과를 폐과하기로 결정했다. 2025학년부터 이들 6개 학과의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고 더 이상 운영하지 않는다. 대신 해당 학과의 재학생들에 대해서는 오는 2030년까지 수업을 이어가고, 전과도 가능하도록 했다. 올해 8개 학과에 이어 내년 6개 학과를 추가로 없애면서 모두 14개 학과가 한꺼번에 문을 닫았다.

대구대 관계자는 "학생들의 수요에 맞춘 대학 체질 개선 과정에서 폐과를 결정한 것"이라며 "대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매년 전체 학과에 대한 평가를 통해 이 같은 결정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폐과되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특별 전과제도 등 여러 수업권 보호 장치를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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