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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더 해야 할 것 같아요"...대구권 사립대, 등록금 줄줄이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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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 5.4%, 계명대 4.87% 인상
대구대 5%·대구가톨릭대 "인상 검토"
사립대 4곳 올해 등록금 잇딴 인상
학생 부담감 커져..."알바도 없는데"
"해주는 것도 없으면서 돈만 비싸져"
총학 '인상 반대' 투쟁 움직임은 없어
대학들 "16년 동결, 물가상승·현실화"
경북대 등 국립대 17년째 동결 '양극화'

"해주는 것도 없으면서 돈만 비싸집니다"

"알바(아르바이트) 더 해야 하네요"

● 경북 경산시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손유민(21)씨는 지난해 2학기 등록금 291만3,000원을 냈다. 영남대가 올해 등록금을 5.4% 인상하면서 3월부터 시작되는 1학기에는 15만원 가량이 오른 307만원을 내야 한다.

대구권 사립대학들이 올해 등록금을 줄줄이 인상하기로하자, 지역 대학생들이 사회소통관계망(SNS)에 이 같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알바를 더 구해야 한다며 한숨을 짓는 학생들도 있다. 

대학생들이 "등록금 인상 반대" 피켓을 한 학기 등록금 계열별 금액 표에 붙였다.(2025.1.10) / 사진 출처.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대학생들이 "등록금 인상 반대" 피켓을 한 학기 등록금 계열별 금액 표에 붙였다.(2025.1.10) / 사진 출처.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대학들은 16년 동안 등록금을 동결해 이제는 현실화 해야 한다고 인상을 강변하지만, 당사자인 대학생들과 학부모들은 큰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국립대들의 경우 대다수 등록금 동결을 결정해 국립대와 사립대 사이의 경제적 양극화도 커지는 모양새다.     

손씨는 "등록금을 부모님이 내주시다 보니 부담이 될 것 같다"면서 "학교 기숙사비까지 합하면 금액이 더 늘어나니 부담이 더 커지는 것 같아 걱정이다"라고 한탄했다.

"학생 의견 반영 없는 등록금 인상 규탄한다" 피켓팅(2025.1.10) / 사진 출처.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학생 의견 반영 없는 등록금 인상 규탄한다" 피켓팅(2025.1.10) / 사진 출처.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 영남대, 대구대 등 대구권 사립대학들이 16년 만에 등록금을 인상한다.

대구권 5개 대학(경북대학교, 영남대학교, 계명대학교, 대구대학교, 대구가톨릭대학교)에 24일 확인한 결과, 국립대인 경북대는 2025학년도 등록금을 동결했고, 사립대 4곳은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거나,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사립대 중 영남대는 5.4%를 인상했고, 대구대는 5% 인상 결정을 내렸다. 계명대도 이날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열고 등록금 4.87% 인상안을 가결했다. 총장 승인만 남았다. 대구가톨릭대는 인상을 검토 중이다. 

지역 사립대들이 등록금을 인상한 것은 16년~17년 만이다. 영남대는 2009년부터 16년 동안 등록금을 동결했다. 대구대도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6년간 등록금을 동결했다. 2012년과 2013년에는 각각 3%, 1.7% 인하하기도 했다. 대구가톨릭대도 2008년부터 17년째 등록금을 동결했다. 계명대는 지난해 등록금 4.9% 인상에 이어 올해도 등록금을 올렸다.

대학 측은 ▲물가상승 ▲우수 교수 초빙 ▲수업의 질 향상 ▲시설 개보수 ▲현실화 등을 등록금 인상 이유로 들었다. 또 학생, 교직원, 외부 위원 등으로 구성된 '등록금심의위원회' 합의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2025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2025.1.22) / 사진 출처.교육부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2025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2025.1.22) / 사진 출처.교육부

● 정부가 등록금 인상 자제를 요청했음에도 사립대들은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셈이다. 교육부는 올해 등록금 인상 한도를 5.49%로 정했다.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을 막기 위해 올해 등록금을 동결·인하하는 대학의 대학혁신 지원 사업 인건비 집행 한도를 25%에서 30%로 상향하는 등 규제를 완화한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2일 '2025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서 "국가와 민생의 어려움을 고려해 등록금 동결 기조를 지속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임을 양해해주길 바란다"며 "대학 재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대학의 수익 다각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립대들은 입장이 다르다. 영남대 홍보팀 관계자는 "학생과 교직원 등으로 구성된 등록금심의위원회의 전원 합의를 통해 등록금 책정을 완료했다"며 "16년간 등록금이 동결돼 인재 양성에 어려움이 있었다. 인상한 등록금은 교육환경 개선과 교육서비스 향상을 위해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명대 대외홍보팀 관계자는 "등록금을 동결하면 인건비도 같이 동결된다"면서 "그렇게 되면 지방대는 우수한 교수를 지역에 임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수십년 전 지은 대학의 시설 개보수도 필요하다"며 "대학교 강의실이나 실습장이 최신화된 초·중·고등학교 수업 공간보다 못한 경우도 많아 기자재들을 교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5년도 학부 등록금 인상 규탄 대학생 긴급 기자회견'(2025.1.10.정부서울청사 앞) / 사진 출처.전국대학생네트워크
'2025년도 학부 등록금 인상 규탄 대학생 긴급 기자회견'(2025.1.10.정부서울청사 앞) / 사진 출처.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 전국적으로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결정이 이어지자, 학내에서는 학생들의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는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학생 3,778명을 대상으로 '2025년도 등록금 인상 인식'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88.9%(3,362명)가 학교 측의 학부·대학원 등록금 5.49% 인상안에 반대한다고 답변했다. 이 중 인하해야 한다는 답변이 49.1%(1,858명)이고, 동결해야 한다는 응답도 38.8%(1,50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화여대·서울여대·동덕여대 총학생회 등으로 구성된 '전국 대학 등록금 인상 공동행동'은 지난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와 대학 본부는 학생들에게 재정 부담의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고 규탄했다.

반면 대구권 사립대에서는 총학 등을 중심으로 '등록금 인상 반대 투쟁' 관련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영남대학교 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등록금 인상 관련 게시글과 댓글(2025.1.18) / 화면 캡처.에브리타임
영남대학교 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등록금 인상 관련 게시글과 댓글(2025.1.18) / 화면 캡처.에브리타임

● 올해 등록금을 인상하는 영남대 학생들은 SNS에서 부담감을 보이고 있다.

영남대 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지난 15일부터 이날까지 등록금 인상 관련 게시물 10여건이 올라왔다. "해주는 것도 없으면서 돈만 비싸진다", "알바 더 해야 한다", "16년 전에도 400(만원)이었던 거냐. 정말 비쌌다"라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강동엽(영남대 정치외교학과 22학번)씨는 "영남대가 등록금을 16년째 동결했다가 이번에 올린 것이면 인상할 때가 됐다고 많이 이야기하지만, 10여만원 인상하는 것도 형편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부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모(영남대 휴먼서비스학과 23학번)씨는 "등록금을 인상해도 학생들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크지 않을 것 같다"며 "국가장학금을 신청하거나 부모님이 등록금을 내 주기 때문에 학생들이 예민하지 않은 느낌도 있는 듯하다"고 했다. 

반면 "물가상승률을 감안해야 한다", "16년간 동결해준 건 생각 안하냐", "등록금 올려서 좋은 프로그램, 좋은 시설에서 공부하면 이득 아니냐"며 일부 인상에 찬성하는 댓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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