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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못 넘는' 대구 편의점들...GS25 절반 이상 '경사로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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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가보니 계단 있거나, 물건 적재
휠체어 등 이동약자들 이용 어려워
'장애인접근성 모니터링' 실시 결과
대구 324곳 중 209곳 경사로 없음
300㎡ 이상 시설 설치 의무 시행령
'접근권침해' 대법원 인정에도 여전
장애인단체 "접근권 보장, 개선책"
점주들도 "장애인 편의 위해 있어야"
대구시 "올해 구.군 예산지원 계속"
GS리테일 "유관부서 전달하겠다"

#1. 대구 중구 동인동 중구청 인근 GS25 편의점 3곳 모두 휠체어를 타고 다닐 수 있는 경사로가 없었다.

차도 위에 설치된 한 곳은 계단만 있었고, 다른 한 곳은 연석 위 계단에 경사로는 설치돼 있었지만, 정작 연석에는 경사로가 없어 휠체어를 끌고 편의점 안에 들어가기는 어려웠다.

#2. 또 다른 한 곳은 방지턱 위 경사로도 없는 데다가, 한쪽 문은 생수와 간이 냉동고 등으로 막혀 있었다.

매장 안쪽에도 진열대가 놓여 있어 사실상 휠체어를 비롯해 이동약자들이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기 불가능했다. 

휠체어를 탄 한 장애인이 대구 중구의 한 편의점에서 계단에 막혀 들어가지 못하는 모습(2025.2.17) / 사진 제공.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휠체어를 탄 한 장애인이 대구 중구의 한 편의점에서 계단에 막혀 들어가지 못하는 모습(2025.2.17) / 사진 제공.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은 눈앞에 편의점을 두고도 경사로가 있는 곳으로 가거나, 밖에서 점원을 불러 필요한 물건을 찾아야 해 답답해했다.

당사자인 김시형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팀장은 17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편의점에 계단이 있으면 아예 들어가지 못하거나 밖에서 직원을 부른다"면서 "내가 원하는 물건을 점원이 잘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편의점에 휠체어 접근이 어려운 점이 있어 불편을 호소하는 장애인들이 많다"며 "장애인 불편 해소를 위해 경사로 설치 등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편의점 점주 A씨는 "근처에 병원이 있기 때문에 노인이나 장애인, 또는 다리가 다친 사람들이 편의점을 많이 찾는다"면서 "이곳은 다른 곳보다 땅 높이가 낮아 비가 오면 물이 고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도 위라면 굳이 계단을 안 만들어도 되지만, 차도 위에 있기 때문에 계단을 놓은 것 같다"며 "경사로가 있으면 장애인 편의를 위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구 중구 소재 한 편의점에 휠체어 경사로 없이 계단만 설치돼 있다.(2025.2.17)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 중구 소재 한 편의점에 휠체어 경사로 없이 계단만 설치돼 있다.(2025.2.17)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생필품과 의약품 등을 사기 위해 지역 주민들 근처에 늘 있는 편의점들. 하지만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에게 15cm 정도 되는 문턱은 높기만 하다. 장애인들이 편하게 올라가 물건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경사로가 설치되지 않은 대구지역 편의점이 절반 이상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 대구 'GS25' 편의점 3곳 중 2곳이 경사로를 설치하지 않아 휠체어 장애인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사)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대표 노금호)'가 지난해 3월~8월까지 대구 GS25 편의점 324곳을 대상으로 '장애인 접근성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64.5%인 209곳에 휠체어 경사로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중구 17곳(51.5%) ▲동구 26곳(45.6%) ▲서구 33곳(75%) ▲남구 21곳(53.8%) ▲북구 23곳(42.6%) ▲수성구 32곳(58.2%) ▲달서구 31곳(60.8%) ▲달성군 26곳(43.3%)이 경사로가 없었다.

경사로가 있어도 폭이 좁거나(29곳), 가팔랐다(44곳). 경사로를 만들고도 안전바가 없는(75곳) 경우도 있었다.

대구 중구의 또다른 편의점에는 문 앞에 냉동기기와 생수가 놓여 있다.(2025.2.17)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접근로의 경우 휠체어 유효 폭 1.2m 이상을 충족한 점포는 91.7%였다. 또 점포 24.4%는 가로등과 간판, 전신주 등 장애물이 있었다. 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유도 블록이나 바닥 질감을 달리한 시설은 6.2%에 불과했다. 호출 벨도 조사 대상 점포 중 6.5%만 설치돼 있었다.

이들 단체는 "조사 결과는 장애인과 교통약자들이 편의점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는 데 있어 여전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형식적 설치에 그친 편의시설이 장애인의 실질적 접근권 보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편의점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필수적인 시설이지만, 조사 결과는 장애인들이 기본적인 접근조차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며 "민간기업과 정부·지자체가 협력해 법적,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중이용시설에 대한 장애인 차별 구제 3심 선고 기자회견'(2024.12.19.대법원 정문 앞) / 사진 출처.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공중이용시설에 대한 장애인 차별 구제 3심 선고 기자회견'(2024.12.19.대법원 정문 앞) / 사진 출처.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 장애인 접근권 제한에 대해 국가가 당사자들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도 있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바닥 면적이 300㎡(90평) 이상인 소매점에 한해 경사로 등 설치 의무를 규정했다.

장애인들은 점포 규모를 기준으로 한 시행령이 장애인 접근권을 침해하는데도 국가가 개정하지 않았다며 배상을 청구해 승소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지난해 12월 김명학 노들장애인야학 교장 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차별 구제 소송에서 원심의 일부 승소 판결을 깨고 파기자판(원심 판결을 깨며 사건을 직접 판결하는 것)을 통해 "각 1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국가가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은 것은 위법"이라며 "장애인이 겪었을 고통을 위로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 명확하다"고 판시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시행령을 개정해 올해 5월부터 바닥 면적 50㎡(15평) 이상의 시설에 편의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신축 건물에만 적용된다는 한계가 있다. 

대구 중구에 있는 한 편의점은 경사로는 있으나 연석 때문에 휠체어가 올라갈 수 없게 돼 있다.(2025.2.17)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 중구에 있는 한 편의점은 경사로는 있으나 연석 때문에 휠체어가 올라갈 수 없게 돼 있다.(2025.2.17)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대구시는 지역 내 편의시설의 휠체어 경사로 설치를 위해 산하 기초단체에 예산을 지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강경희 대구시 장애인복지과장은 "바닥 면적 50㎡ 이상의 편의시설에 휠체어 경사로 설치를 하도록 돼 있지만, 2022년 5월 이전에는 300㎡였다"며 "2022년 이후 신축 건물이 아니면 종전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구시는 경사로 설치가 안 돼 있는 소규모 편의시설에 대해 지난해 기준 9,700여만원 예산을 편성해 지원하고 있다"며 "올해도 이 사업은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GS25 본사인 GS리테일 측에도 관련 입장을 물었으나, "유관 부서에 전달하겠다"는 짧은 답변만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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