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에서 일하는 급식노동자 폐암 검진을 지원하는 조례가 전국 처음으로 대구 수성구에 제정됐다.
대구 수성구의회(의장 조규화)는 17일 본회의를 열어 '대구광역시 수성구청 급식종사자 폐암 검진 지원 조례안'을 제적의원 22명 가운데 재석의원 17명의 전원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조례 제정에 따라, 수성구청장(김대권)은 ▲수성구청 본청과 보건소에서 고용한 급식노동자들에 대한 폐암 검진 지원 시행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 ▲폐암 검진비 지원·이상 소견 판정 시 추가 검사를 지원하고, ▲조리 중 유해물질, 급식노동자 노동강도, 안전사고 최소화 기구를 비롯해 ▲공기정화장치·공기질 정화 장치도 설치해야 한다.
수성구청은 구내식당 급식노동자들에게 2년에 1번씩 건강검진비 30만원을 지원해 폐CT 검사를 받게 하고 있다. 다만 희망자에 한해서는 매년 검진비를 지원한다. 현재까지 급식노동자들의 건강 이상이 생긴 적은 없지만, 급식노동자들의 폐암 검진과 환경 개선을 위해 지원할 수 있는 사항들을 규정해 폐암을 조기에 예방하자는 취지다.
현재 수성구청에는 본청과 보건소를 포함해 급식노동자 6명(영양사 1명, 조리사 5명)이 근무하고 있다. 모두 무기계약직이다. 아침 7시부터 8시간을 근무한다. 음식 조리와 급식실 청소 등을 도맡아 한다.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차현민(48.수성구 마선거구) 수성구의원은 17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조례안이 통과돼 다행"이라며 "수성구에 있는 민간기업 등에서도 급식노동자 폐암 진단 등을 실시하고 있는지 알아볼 것"이라고 밝혔다.
또 "폐암뿐만 아니라 수성구청의 경우 구내 식당이 지하에 있어 급식노동자들이 음식물 찌꺼기 등 무거운 것들을 들고 1층으로 올라와 골격근에도 무리가 많이 따른다"면서 "이와 관련한 대책으로 음식물 건조기를 설치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어 "대구 민주당 기초의원협의회장으로서 지역 내 기초의원들에게 제안해 조례를 대구 전체 지역으로 확대해보고 싶다"며 "대구에서 시스템이 갖춰지고 나면 중앙당에도 보고해 전국의 각 기관에 조례 제정을 추진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대구지역 기초단체는 구청에서 근무하는 급식노동자들을 위해 폐암 검진 지원, 시설 개선 사업은 하고 있으나, 조례를 제정해 이를 제도화한 것은 수성구가 처음이다. 다른 지역의 광역단체나 기초단체도 폐암 검진 지원 조례를 시행하고 있지는 않다. 관련 조례를 제정한 곳은 전남·전북교육청 2곳뿐이다.
대구 9개 구.군에 17일 확인한 결과, 구청 급식노동자 폐암 예방을 위해 지난 2023년부터 건강검진비를 지원하거나, 별도로 예산을 편성해 폐CT 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검진 주기는 1~2년에 1번씩이다. 조례로 제정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미 건강검진비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검토해본 적 없다"고 설명했다.
남구청 행정지원과 관계자는 "국가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는 해에 복지포인트 40만원 정도를 지급하고 있다"면서 "2년 전에 급식실 후드도 모두 교체했다"고 했다. 이어 "이미 촬영 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별도로 조례 제정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달서구청 총무과 관계자도 "1인당 5만원씩 폐CT 비용을 지급하고 있고, 올해부터 예산을 편성해 정기적으로 검진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조례 제정은 검토해보지 않았지만,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성군청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지난 2023년 대구 학교 급식노동자 폐암 이슈가 발생하고 나서 직원 건강검진 예산을 1인당 40만원~50만원 배정해 폐CT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조례 제정은 별도로 검토한 적 없다"고 밝혔다.
대구지역 노동계는 조례 제정을 환영했다. 이어 모든 구.군이 조례 제정을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본부장 이길우)는 지난 14일 성명을 내고 "조례 발의는 급식노동자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의미있는 첫 발"이라며 "조례 발의를 환영한다"고 했다.
또 "수성구의회가 식당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조례 제정에 나선 것처럼 다른 지자체와 기초의회 역시 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조례 제정, 사업 시행에 나서야 한다"며 "더 나아가 지역 공공·민간부문에서 일하는 노동자,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역할 역시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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