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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1년 반밖에 안됐는데...포항 현대제철 청년노동자 산재 사망, 노동부 "중대재해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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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계약직 직원 20대 A씨
쇳물 찌꺼기 제거 작업 중 추락
노동부, 해당 공정에 "작업중지"
경찰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수사
노조 "추락 위험에도 조치 안해"
..."위험성평가·개선책 수립" 촉구
사측 "배상 진행 중, 재발방지책"

경북 포항시 현대제철에서 입사한 지 1년 반밖에 되지 않은 20대 청년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사업장 자체가 위험해 재해 빈도가 높은 철강업종의 업무를 갓 입사한 비숙련 노동자가 맡아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다.

심지어 작업할 때 안전장치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가 "안전대책 미비로 발생한 사고"라며 "개선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노동부는 "중대재해 수사"에 나섰다.

포항시 남구 제철동에 있는 현대제철 포항공장 / 사진 출처.현대제철
포항시 남구 제철동에 있는 현대제철 포항공장 / 사진 출처.현대제철

◆ 현대제철 포항공장·금속노조 포항지부·고용노동부 포항지청·포항남부경찰서에 18일 확인한 결과, 지난 14일 오후 1시 16분경 포항시 남구 제철동 현대제철 포항1공장에서 20대 A씨가 용광로 쇳물 슬래그(찌꺼기) 제거 작업을 하던 중 12m 아래 포트로 추락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A씨는 휴직자 등의 빈자리를 채워 온 계약직 직원으로, 2023년 6월 입사해 6개월 단위로 계약을 연장하며 1년 6개월 동안 근무했다. A씨는 지난해 말부터 현대제철이 건설경기 악화로 포항2공장 가동을 축소 운영하고 있고, 기존 작업과 동일한 업무를 한다는 이유로 3개월 전 2공장에서 1공장으로 옮겼다. 

사고 당시 용기 안에 슬래그는 없었으나, 내부 온도가 100°C 이상이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안전모는 쓰고 있었지만, 추락 위험이 있는 곳에 필수적으로 착용해야 하는 안전띠나 안전줄은 체결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부는 사고 당일 해당 공정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으며, 현재까지도 해당 명령이 이어지고 있다. 또 5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수사 중이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6조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는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 관계자는 18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안전줄을 연결하는 시설은 있는데, 사고 당시 작업자가 하지 않은 건지, 또는 사측에서 관리하지 않은 것인지는 조사해봐야 한다"면서 "사고 당일 해당 공정과 함께 동일한 작업을 하는 공정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 측에서 사고 공정에 대해 안전조치를 다 해서 고용부에 신청하면, 산하 위원회에서 승인 절차를 거쳐야 작업중지를 해제할 수 있다"며 "5인 이상 사업장이기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수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별개로 경찰도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포항남부경찰서 형사과 관계자는 "사고 당일부터 노동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 원인과 경위, 절차 등을 전반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면서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현대제철 포항공장 중대재해 사망 규탄 기자회견'(2025.3.18.고용노동부 포항지청) / 사진 제공.금속노조 포항지부
'현대제철 포항공장 중대재해 사망 규탄 기자회견'(2025.3.18.고용노동부 포항지청) / 사진 제공.금속노조 포항지부

◆ 포항지역 노동계는 사고 작업 현장에 대해 "사측이 추락 위험을 알고 있었는데도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모든 위험요인에 대한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금속노조 포항지부(지부장 신명균)는 18일 오후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제철 자본은 재해자가 일하던 장소에 추락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엉터리 안전대책으로 한 청년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 간 현대제철은 비상 안전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사고 당시 재해자는 엄청난 온도의 슬래그 포트 위, 10미터 높이에서 고소(높은 곳) 작업 중이었지만 안전고리를 체결하지 않고 있었고, 체결할 수 없었다"며 "그네식 안전대에 안전고리를 체결할 경우 폭발이라는 다른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사고 역시 명백히 안전보건조치를 하지 않아서 발생한 사망사고"라면서 "안전 대책에 의지가 없는 현 경영진을 그대로 둔다면 현대제철 노동자들은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중대재해 위험 속에서 계속 일해야 할 것이다. 현대재철 자본은 제대로 된 위험성평가와 개선 대책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제철 안전보건경영 목표..."중상해 및 중대재해 Zero" / 화면 캡처.현대제철
현대제철 안전보건경영 목표..."중상해 및 중대재해 Zero" / 화면 캡처.현대제철

◆ 현대제철 측은 A씨에 대한 장례 절차는 완료됐고, 피해자 유족 지원과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 포항공장 총무과 관계자는 이날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산재 사망 노동자의 유족들과도 연락하고 있으며 배상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장례 절차는 회사 지원으로 현재 끝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노동자 안전 교육이나 작업 표준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띠 미착용 여부나 위험성 평가 등에 대해서는 노동부 조사 결과를 봐야 한다"면서 "이번 사고와 관련해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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