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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결정에 대한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대구경북교수연구자연대회의’ 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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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결정에 대한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대구경북교수연구자연대회의’ 성명서

 

길고 긴 고난의 여정이 일단락되었다. 12.3내란의 우두머리 윤석열이 탄핵 소추된 지 무려 111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종결된 지 38일 만에 드디어 끝이 났다. 참으로 지긋지긋한 이름 윤석열 앞에 붙은 대통령의 직함을 회수하는 일, 국민이 공복(公僕)에게 위임했던 권한을 거두어들이는 일이 이리도 어려운 것임을 우리 시대가 알게 되었지만, 너무도 큰 대가를 치른 정치적 경험이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지극히 당연하고 마땅한 이 판결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목도한 대한민국의 민낯은 앞으로 우리 공동체가 잊지 말고 청산해야 할 엄중한 과제이다. 우리의 현대사는 무도한 권력자들의 불법을 국민들의 피와 눈물로 바로잡아온 역사적 도정이었다. 1960년 4.19가 그러했고, 1979년 5.18이 그러했으며, 1987년 6월도 그러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8년 전 겨울 수백만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어 부패한 권력자를 끌어내렸건만, 또다시 우리는 지난 겨울을 내내 거리에서 보내야만 했다. 제대로 눈길도 주지 못했던 올해 벚꽃이 벌써 지고 있다. 한국 현대사에서 봄은 참으로 잔인한 계절이다. 우리 공동체는 언제까지 이러한 수난과 고통을 반복할 것인가. 

헌법의 3선 금지조항을 없애고 종신대통령이 되고자 했던 부패한 권력자 이승만이 국부로 추앙받고, 자신의 권력 연장을 위해 수많은 국민들을 참혹한 고통 속에 몰아넣었던 독재자 박정희의 동상이 곳곳에 세워지고 있는 현실, 내란 및 반란죄 수괴 혐의로 1심에서 사형,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받은 5.18의 학살자 전두환은 구속 2년 만에 사면·복권되어 90년을 누리다 죽었으니, 수난은 국민의 몫이고 영광은 독재자의 것이 된 셈이다. 이것이 어찌 정상적인 나라의 역사인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고 청산하지 않은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단죄하지 않은 쿠데타의 망령이 윤석열이 획책한 12.3 내란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니, 이제 우리 공동체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사악하고 교활한 윤석열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났지만, 아직도 내란은 종결되지 않았다.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면서 내란 진압을 교란시켰던 타락한 공직자 한덕수와 최상목, 내란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했던 국무위원들, 그리고 인권위원회를 비롯한 다수의 공공기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내란에 협력하여 헌정질서를 유린하였던 공직자들과 군인들을 엄정 수사하여 그 죄를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정권의 가장 강력한 후원세력인 부패한 검찰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더불어 정치 검찰을 대대적으로 개혁하는 일은,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우리 공동체의 당면과제이다. 윤석열, 김건희 부부를 둘러싼 다수의 권력형 비리들, 이와 관련한 수많은 비호 세력들을 청산하는 일은 불행한 역사의 반복을 끊어내는 유일한 길이다.

사회적 포용, 공동체의 화합, 혹은 미래를 위한 화해라는 미명으로 권력자들의 범죄를 덮거나 용서하는 일은 결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화합과 미래는 엄정한 사법적 정의 위에 구축되는 법이다. 불법 사실에 대한 엄정하고 단호한 사회적 응징이야말로 되풀이되는 국가적 불행을 차단하는 방법이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가혹한 법이 왜 권력자에게만 한없이 관대한 것인가. 공직자들의 범죄는 더 엄격하고 무겁게 다루어야 하며 이를 공직사회에 분명하게 각인시켜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국민주권과 사회정의를 온전히 실천하는 길이다. 그것이 이땅에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파사현정(破邪顯正), 삿된 것을 깨뜨리고 올바른 것을 드러내는 일, 그것은 갈등과 분열로 찢긴 우리의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업이다. 사악하고 교활한 윤석열 정권을 통과하며 우리의 공동체는 수치를 모르는 뻔뻔함이 창궐하는 사회가 되었다. 파사현정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정교하게 구성해야 할 것이다.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사적(私的)으로 남용하고 부패한 권력을 위해 동원하는 반민주적 행태를 국민이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실질적 수단도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혐오와 폭력을 조장하는 극우세력이 진압될 수 있도록 공동체의 자정능력을 키우는 일 역시 중요하게 논의되어야 한다.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 생명과 노동을 존중하는 건강한 공동체 건설을 위해 우리 교육에 대한 근본적이고 대대적인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배타적 경쟁이 아닌 상호 존중과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삶의 교육을 건설해야 한다. 건강한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일은 우리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무엇보다 중대한 과업이다.

탄핵 정국은 우려와 두려움을 증폭시켰지만, 우리 공동체가 갖고 있는 건강한 자산을 확인하는 계기도 되었다.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거리에 나선 수많은 시민들의 자발적 헌신에서, 다양한 개성이 존중되고 만발했던 아름다운 광장에서, 그리고 거리의 시민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것을 내놓아 미안함과 고마움을 건네는 손길에서, 우리 민주주의의 미래를 본다. 이제 그 어떠한 권력도 우리의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없는 민주공화국을 건설해야 한다. 우리는 반드시 생명과 노동이 존중받는 참 민주, 참 평등의 나라에 당도할 것이다.

앞으로 나흘이 지나면, 1975년 4월 9일 인민혁명당재건위 사건으로 형장에서 목숨을 잃은 4.9인혁 열사들의 50주기를 맞는다.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역사를 거스르는 무도한 자들이 세워놓은 독재자 박정희의 동상 앞에서, 우리는 민주주의 정신과 가치를 되새길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동대구역광장을 비롯해 대구경북 곳곳에 세워진 박정희 동상은 끌어내려질 것임을 우리는 의심하지 않는다. 권력은 결코 민심을 이길 수 없고, 역사는 결국 전진한다.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대구경북교수연구자 연대회의’는 공화국의 건강한 미래를 만드는 이 과업에 끝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2025년 4월 4일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대구경북교수연구자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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