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노동계 인사 22명에 대해 법원이 무더기로 '집시법 위반' 유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5월 1일 세계노동절 대구 집회 당시 '차로 확보'를 놓고 노동계와 경찰이 물리적으로 충돌한 사건과 관련해, 1년여 만에 경찰 측 손을 들어준 셈이다. 노동계 인사들은 "표현의 자유 제한"이라며 항소를 검토한다.
대구지법 제5형사단독(부장판사 안경록)은 8일 '2024년 세계노동절 대구대회'에서 대구지방경찰청의 질서유지선을 지키지 않아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일반교통방해죄' 혐의로 기소된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소속 조합원들과 진보정당,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모두 22명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형량은 벌금형에서 징역형까지 다양했다.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해 실형은 면했다.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장에게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이정아 사무처장에게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를 포함한 12명에게는 "동종 전력이 있거나 단순 가담을 넘어서는 것들이 증거로 확인되고 있다"며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나머지 8명에 대해서는 "범죄 전력이 없고, 단순 가담 정도만 확인된다"면서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찰의 경고와 제지에도 불구하고 다중의 완력으로 질서유지선을 이동시키고 도로를 점거해 교통을 방해하는 범행을 주도했다"면서 "집회·시위와 관련한 실정법 위반 전력도 확인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범행 과정에서 완력이 동원된 것 이외 폭력적 행위는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이동 중이던 차량들을 통과시킨 후 질서유지선을 이동시킬 것을 지시하는 등 피해 발생을 그나마 줄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면서 "당시 교통 상황과 장소적 특성, 범행 지속 시간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또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법질서가 유지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면서 "엄한 처벌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해 고민했지만,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를 갖고 있다는 점을 참작했다"고 말했다.
선고 직후 노동계는 "과도한 형량"이라며 "항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장은 이날 선고 이후 "검찰 구형과 같은 형량을 내렸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지난해 노동절 집회 당시 경찰이 집회를 제한했던 부분이 있기 때문에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선영 조직국장은 "검찰 구형 그대로 나온 상황이고, 예상과는 조금 다른 판결이 나왔다"면서 "이날 선고를 받은 조합원들에게 항소 의사가 있는지 묻기 위해 개별적으로 연락하고, 노조 법률원과도 함께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1일 오후 '2024 세계노동절 대구대회' 시작 전 노조와 경찰 간 충돌이 발생했다. 노조는 이날 집회를 위해 대구 중구 공평네거리~교동네거리 구간 5개 차로를 사용하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대회 전 "시민 교통 불편"을 이유로 이 구간 5개 차로 중 1개를 제외한 4개 차로만 펜스를 설치했고, 병력 1,100여명을 배치했다.
노조는 "정당한 집회신고를 했는데도 경찰이 차로를 제한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나머지 1개 차로 확보에 나서며 충돌이 발생했다. 20분가량 충돌이 이어진 끝에 5개 차로를 모두 확보한 상태에서 집회가 진행됐다. 경찰은 대회 중 "질서유지선을 침범한 행위는 '집시법 위반'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으니 이탈행위를 중단하고 집회 장소를 준수하라"고 요구했다. 대구경찰청은 지난해 5월~6월 조사를 진행했고, 지난해 11월 검찰에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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