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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쪘네", "사귀자", "시집 가겠니"...대구 여성노동자 고충상담 51% '직장 내 성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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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살 많이 쪘네. 그래서 시집가겠니?"

"이제 여자로 보인다. 나랑 사귀자."

"한 번씩 나를 위해 시간을 내줬으면 좋겠다."

"네가 너무 예쁘다, 안고 자고 싶다."

여성 노동자들이 직장에서 일하다가 들은 말들. 모두 성희롱이다. 

지난 한해 동안 대구지역 여성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발생한 고충 상담한 건수의 절반 이상이 '직장 내 성희롱'이다. 상담자들 고민 1위가 성희롱인 셈이다. 특히 가해자 2명 중 1명은 상사나 사장, 대표 이사 등 상급자로, 언어적 가해뿐 아니라 신체적 성희롱 피해도 있었다. 

대구여성노동자회는 30일 2023년 '평등의전화 상담실' 전체 상담 내용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상담 건수는 448건으로 상담자 중 90.6%(406건)는 여성, 남성 상담은 22건(4.9%), 성별 '알 수 없음'은 20건(4.5% 카카오채팅 상담)이다. 

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 상담실' 홈페이지 화면 캡쳐
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 상담실' 홈페이지 화면 캡쳐
2023년 대구 '평등의전화' 상담 분석 자료 / 자료.대구여성노동자회 
2023년 대구 '평등의전화' 상담 분석 자료 / 자료.대구여성노동자회 

상담 유형 중 가장 많은 내용은 51.8%를 차지한 '직장 내 성희롱'이다. 232건이 직장 내 성희롱으로 상담을 받았다. 2위는 '근로조건' 관련 상담이 147건으로 32.8%를 차지했다. 3위는 '고용평등'(28건, 6.3%), 4위는 '모부(母父)성권'(17건, 3.8%), 5위는 기타 1.1%(5건), 6위는 '성차별' 1건(0.2%)이다. 

'직장 내 성희롱' 상담 내용을 보면, 내담자는 20대에서 60대로 전 연령층에 골고루 분포했다. 근속 년수는 3년 이하가 64%를 차지했다. 성희롱 행위자는 상사, 사장, 법인 대표가 69%를 차지했다. 성희롱 피해 발생 이후 고충 신고를 하거나 상급자에게 이야기한 경우는 78.5%로 과거에 비해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사례가 늘었다. 

A피해자는 "행위자가 법인대표와 사장일 경우, 퇴사를 생각해야 한다"며 "대표의 성희롱은 주변 동료의 도움을 받기도 힘들다"고 했다. 또 "직장 내 성희롱 조사 시 신고 내용을 그대로 행위자(가해자)가 알게 된다"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하다. 대표의 성희롱은 더 강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상담했다. 

피해자들이 사내에서 직장 내 성희롱을해결하려는 의지로, '사내 고충 신고' 또는 상급자에게 이야기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지만, '남녀고용평등법'에 있는 피해자 보호조치와 사내 고충 신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2023년 평등의 전화 '직장 내 성희롱 상담분석' 결과 / 자료.여성노동자회  

두번째로 상담이 많았던 근로조건 상담 내용을 보면, 임금체불과 부당해고, 산업재해, 사대보험(실업급여), 부당행위 등 상담이 많았다. 특히 내담자의 72%가 50인 이하 사업으로 작은 일터가 많았다. 근로기준법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대구여성노동자회는 "대구 여성들의 노동 현실은 매우 열악하다"며 "생존을 위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직장생활을 원하지만, 최소한으로 보장된 법적 권리와 직장 내 성희롱과 근로조건 상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안턴한 일터가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배현주 대구여성노동자회 정책국장은 "2022년 상담 1위는 근로조건이였는데, 지난해 직장 내 성희롱이 많아져 순위가 바뀌었다"며 "법과 제도가 있지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작동하지 않거나, 지역의 직장 문화가 보수적이라 잘 바뀌지 않는 것 같다"고 밝혀다. 이어 "특정 세대뿐만 아니라 전 세대에 걸쳐 피해자들이 분포해 있어 속상하다"면서 "당신의 잘못이 아니니 혼자 고민하지 말고 언제든 전화해 상담을 해달라"고 덧붙였다. 

직장 내 성희롱은 가해자가 회사의 징계처분을 받을 뿐 형사처벌은 받지 않는다. 하지만 '직장 내 성추행'의 경우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에 해당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에 따라 처벌받는다.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남녀고용평등법'상으로도 직장 내 성희롱 행위자를 직접 처벌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업주가 행위자일 경우에는 처벌 대상이 된다

한편, 근로조건, 직장 내 성희롱과 성차별, 모부성권 침해, 직장 내 괴롭힘 등과 관련해 대표번호 1670-1611(여성노동전문상담실), 053-428-6340(대구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로 전화하면 누구나 상담 받을 수 있다. 여성노동자회는 전국 11곳에서 평등의전화 여성노동전문상담실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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