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애인 등 '친밀한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여성 대상 폭력과 참극이 대구경북에서도 잇따르고 있다.
(사단법인)대구여성의전화의 2024년 총회 보고서(1월)를 보면, 남편과 애인, 시아버지 등 '친밀한 관계'에 의해 지난해 발생한 여성 대상 살인과 살인 위험에 처한 폭력 사건은 10건이다.
2023년 언론에 보도된 대구경북 가정폭력, 살인사건 중 친밀한 관계 남성에 의한 여성 폭력 실태를 분석한 결과다. 특수상해(가정폭력), 특수협박 6건, 살인과 살인미수 4건이다.
특수상해와 특수협박에 관한 사건 중 3건은 남편이 아내를 대상으로, 1건은 시아버지가 며느리와 손녀에게 방화로 협박했다.
살인과 살인미수 관련 사건은 ▲이혼 문제로 아내와 말다툼을 벌이다가 아내를 살해하고 아내의 친구에게도 흉기를 휘두른 사건 ▲부부싸움 중 필리핀 출신 귀화자인 아내 목을 졸라 살해한 사건 ▲가정폭력으로 별거 중인 상황에서 반찬을 챙겨주러 온 아내가 이혼을 요구하자 살해한 사건 ▲집을 나간 아내를 찾아다니던 남편이 아내가 다른 사람과 함께 있었다는 이유로 차로 아내를 친 사건 등이다.
언론에 보도된 사건만 집계한 것으로 최소 수치다. 알려지지 않은 사건들이 더 많다.
최근에도 비슷한 사건이 지역에서 발생했다. 전 남편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여성이 이혼 후에도 스토킹 범죄에 시달리다 끝내 살인 미수 범죄 피해자가 됐다.
대구지법은 가해자인 전 남편 A씨에게 살인미수 혐의 등을 적용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전자장치 부착명령은 기각했다. A씨는 결혼 생활 7년간 부인 B씨에게 심각한 가정폭력을 행사했다. 이혼 후에도 B씨의 가게와 집을 찾아가 스토킹했다. 결국 A씨는 B씨 집을 침입해 흉기로 10차례 상해를 입혔다.
B씨는 13시간 대수술을 받고 깨어났지만 일부 장기가 영구적으로 손상되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검찰은 형량이 낮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에서 A씨에 대해 징역 10년 6개월을 구형했다. 항소심 선고공판 오는 30일 열린다.
(사단법인)대구여성의전화와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는 23일 대구고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정폭력과 스토킹에 의한 살인미수 사건 가해자 A씨 대해 법원은 강력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가정폭력, 스토킹, 흉기로 살해 미수 범죄까지 저질렀다"며 "피해자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1심 재판부는 '계획된 행동이 아니다', '우발적 사건'이라며 징역 5년형을 선고했다"면서 "형량이 너무 낮을 뿐만 아니라 재범 위험성에 대한 판단이 결여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친밀한 관계 내 여성 폭력이 발생하는 구조적 원인을 외면했다"며 "피고인이 출소 후 언제 어떻게 보복할지 몰라 피해자는 남은 여생을 불안과 두려움 속에 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항소심 재판부는 이러한 상황을 인지해 피고에 대해 엄한 처벌을 내려야 할 것"이라며 "피해 여성이 안전한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전자장치 부착명령도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여성단체는 A씨에 대해 "강력 처벌"을 청원하는 시민 1,000여명의 탄원서를 이날 대구고법에 접수했다.
송경인 대구여성의전화 대표는 "국가가 가정폭력을 막지 못했고, 스토킹도 막지 못한 결과 한 여성이 살인 미수로 인해 참극을 겪었다"며 "1심 재판부의 솜방망이 처벌로는 피해자의 일상이 회복되지 못한다"고 규탄했다.
이정미 대구경북여성연합 상임대표는 "남편과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의한 여성 폭력은 해마다 늘어나고,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대구경북도 예외가 아니다. 사법부가 형량을 현실화하고 정부가 제대로된 대책을 내놔야 이 같은 비극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대구고법 형사1부(판사 정성욱)는 23일 일면식도 없는 20대 여성을 따라가 상해를 입히고 성폭행을 시도하고 이를 막던 남자친구를 살해하려고 한 이른바 '대구판 돌려차기' 사건 범인 20대 남성에 대한 항소심을 열었다. 재판부는 징역 50년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7년을 선고했다. 절반 가까운 형량을 감형해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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