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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20m 바로 옆 '골프연습장' 논란...대구 달서구청에 "허가 취소" 민원 빗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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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바로 옆에 대규모 골프연습장 건축 허가를 내주자 구청에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대구 달서구 도원동 523 삼각형 모양의 대지. 도원고등학교와 900세대 롯데캐슬레이크 아파트 사이에 자리 잡고있다. 인근에는 도원중, 도원초등학교가 있고, 위쪽으로는 수변공원 도원지가 있다. 

초.중.고등학교와 대단지 아파트, 공원에 둘러싸인 마을이다. 특히 도원지는 멸종위기종인 수달이 사는 곳으로 '수달생태섬'으로 지정됐다. 조용한 이 동네가 지난주부터 갑자기 시끄러워졌다. 

대구 달서구 도원동 523 골프연습장 예정 부지 뒤로 도원고등하교가 보인다.(2024.5.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달서구 도원동 523 골프연습장 예정 부지 뒤로 도원고등하교가 보인다.(2024.5.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도원고 교실 앞 실외골프연습장 웬말이냐"...대구 달서구 도원동 롯데캐슬레이크 아파트 입주자들이 건 현수막(2024.5.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도원고 교실 앞 실외골프연습장 웬말이냐"...대구 달서구 도원동 롯데캐슬레이크 아파트 입주자들이 건 현수막(2024.5.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주민 의견 무시하는 이태훈 구청장 사퇴하라"...골프연습장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건 규탄 현수막(2024.5.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주민 의견 무시하는 이태훈 구청장 사퇴하라"...골프연습장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건 규탄 현수막(2024.5.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30일 마을 곳곳에 현수막이 붙었다. "학교 학습권 침해하는 실외 골프연습장 취소하라", "주민 의견 무시하는 이태훈 달서구청장 사퇴하라", "도원고 교실 앞 실외 골프연습장 웬말이냐"

■ 달서구청이 동네에 골프연습장 건축 허가를 내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다. 사유지인 도원동 523번지에 A사업시행사가 '스포츠센터 신축 사업'을 신청했고, 달서구청은 지난해 12월 이를 허가했다. 

사업자는 '운동시설', '근린생활시설'이라고 사업 개요를 설명했는데 알고보니 25m 철제 구조물을 줄줄이 세워 만드는 골프연습장이었다. 58타석, 연면적 1만4,000여㎡, 건축물 높이만 33.10m에 이른다. 

예정지에서 직선거리 18m~20m 바로 옆에 있는 도원고등학교는 구청이 건축 허가를 내 준 사실을 5월이 돼서야 알았다. 바로 인근 롯데캐슬 아파트 주민들도 비슷한 시기에 이를 알았다.

대구 달서구 도원동 523 '스포츠센터 신축 사업' 골프연습장 조감도 
대구 달서구 도원동 523 '스포츠센터 신축 사업' 골프연습장 조감도 

도원고와 아파트 주민들은 발 등에 불이 떨어졌다. 도원고는 지난 27일 학교운영위원회를 소집했다. 학부모, 교사, 학생, 교직원 등 대표자 20여명은 "골프연습장 반대"에 한 목소리를 냈다.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골프공을 탕탕 치는 소리다. '소음 공해'로 인해 고등학생들이 학습권을 침해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3층 복도에서 보면 20m 옆 골프연습장 부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수업 중인 한 교실에서는 교실문과 창문을 열고 수업을 했는데 작은 소음도 크게 들렸다. 

'안전 위험'도 걱정거리다. 하늘로 솟은 철탑 같은 철제 구조물은 골프연습장과 그물 등을 지탱한다. 지역 특성상 학교 쪽으로 바람이 부는데 이 구조물이 돌풍과 태풍을 무사히 견딜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도원고등학교에서 바라본 골프연습장 부지...직선거리 20m 바로 옆이다.(2024.5.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도원고등학교에서 바라본 골프연습장 부지...직선거리 20m 바로 옆이다.(2024.5.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일단 공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도원고가 공사에 동의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시행사가 달서구청에 '착공' 신청을 넣었지만, "주변 학교들(도원초, 도원중, 도원고)과 사전 협의를 조건으로 승인해달라"는 대구시교육청 요구에 따라 협의를 시도 중에 있다. 

'교육환경보호에 관한 법률(제6조 제1항)'상 교육환경평가서 승인 대상(위락시설 등 10만㎡ 이상)은 아니지만, 비산 먼지와 소음, 진동 등으로부터 학습권과 통학안전 등을 확보하기 요구 사항이다.

박대호 도원고 교장은 "아무리 합법적인 절차를 밟았다고 해도 대형 골프연습장을 학교 바로 옆에 짓는데 사전에 간담회 한번 없이 허가를 내준 것은 부적절하다"며 "골프연습장이 들어서게 되면 평온한 학습 환경을 훼손하게 되어 학생들은 영구적 피해를 입는데 대안도 없이 추진하는 것은 안된다"고 밝혔다. 

■ 롯데캐슬 아파트 주민들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골프연습장 높이가 아파트 9층 높이라고 보고 소음, 조망권, 빛 공해를 우려했다. 골프공이 그물을 뚫고 민가로 날아와 시설을 파손하고 사람에게 상해를 입혔다는 타 지역 소식도 공포다. 통상 골프연습장이 오전 6시~밤 11시까지 운영한다고 가정해 "행복추구권, 재산권, 주거권 침해는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비대위까지 꾸렸다. '롯데캐슬레이크 실외골프장 건축반대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나채동)'는 지난주부터 아파트 일대에 현수막을 붙이고, 구청 민원 게시판에 40여개 가까운 항의성 글을 도배했다.

롯데캐슬레이크와 도원고등학교 사이의 도원동 골프연습장 예정 부지. 뒤쪽으로 수달이 사는 수변공원 도원지 뚝길이 보인다.(2024.5.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롯데캐슬레이크와 도원고등학교 사이의 도원동 골프연습장 예정 부지. 뒤쪽으로 수달이 사는 수변공원 도원지 뚝길이 보인다.(2024.5.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30일에는 달서경찰서에 한달치 집회 신고까지 냈다. 오는 6월 초 달서구청 앞에서 "건축 허가 취소", "이태운 구청장 규탄" 집회를 열 예정이다. 만약 달서구청이 건축 허가에 이어 공사 허가까지 내줄 경우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황선주 롯데캐슬레이크 비대위 사무국장은 "주민과 공청회 한 번 없이 골프연습장 건축 허가를 내준 거 달서구청은 주민을 무시하고 있다"며 "내집에서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매일 골프연습장 철탑을 바라보고 하루 종일 골프공 탕탕하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어떤 누가 이를 반기겠냐"고 말했다. 

■ A사업시행사가 해당 부지에 골프연습장 건축을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5년 처음 시도했지만, 당시 학교와 학부모, 시민단체의 거센 반대 운동으로 건축 허가를 받지 못했다. 몇 년 전에도 도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삼수 만에 달서구청이 건축 허가를 내줬다.

골프연습장 예정 부지에서 900세대 롯데캐슬레이크 아파트가 정면으로 보인다.(2024.5.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골프연습장 예정 부지에서 900세대 롯데캐슬레이크 아파트가 정면으로 보인다.(2024.5.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달서구청은 건축 요건을 제대로 갖춰 행정적,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소음의 경우, 사업시행사가 전문 기관에 의뢰해 '법적 허용 기준 이하'라는 생활소음예측보고서를 구청에 냈다는 것이다. 빛 공해도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에서 규정하는 허용기준 이하의 조명시설을 설치하고 사용 승인 신청 시 해당 조명기구의 조명측정평가표를 제출하기로 했다. 

사유지에 대한 건축 허가 취소를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달서구청 건축과 한 관계자는 "객관적으로 신뢰할만한 업체들로부터 법적 기준 이하라는 수치들을 받았기 때문에, (건축) 허가를 안 할 근거가 없다"며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허가를 득한 사업자에 대해 이제와서 (건축 허가) 취소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학교의 경우에는 소통 부족이 아쉽다"면서 "무조건 (건축이) 안된다고만 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양측이 만나서 어떤 부분에서 대안을 만들 수 있을지 협의하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더불어민주당 달서구을지역위원회도 "골프연습장 건축 허가 취소"를 촉구하는 현수막을 지역 일대에 내걸고 달서구청의 행정을 규탄하고 있다.   

서보영(민주당) 달서구의원은 "주민들과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골프연습장 건설을 반대한다"며 "달서구청은 다시 한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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