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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옆 골프연습장, 왜 허가했습니까?"...이태훈 달서구청장, 주민들 찾아가도 '면담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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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장님 이렇게 뵙기 힘듭니까? 방 안에 있으면 좀 나와보세요"

대구 달서구청 5층 구청장실 앞에 2일 오전 40여명의 사람들이 몰렸다. 

달서구청이 도원고등학교 20m 거리(도원동 523)에 대규모 실외 골프연습장(58타석 연면적 1만4,000여㎡, 건축물 높이 33.10m) 건축을 승인하자, 인근 아파트 주민들과 고등학교 학부모들이 이태훈 달서구청장을 찾아 온 것이다.

주민들은 "왜 허가를 내줬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달서구청 직원들은 구청장실 입구를 막아섰다. 양측은 1시간 넘게 언쟁을 벌였다. 이태훈 구청장은 구청장실 방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 실 앞에서 항의하는 도원동 주민들(2024.7.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 실 앞에서 항의하는 도원동 주민들(2024.7.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학교 옆 실외 골프연습장 건축 허가에 항의하는 주민들이 이 구청장을 항의 방문했지만 면담은 성사되지 못했다.(2024.7.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학교 옆 실외 골프연습장 건축 허가에 항의하는 주민들이 이 구청장을 항의 방문했지만 면담은 성사되지 못했다.(2024.7.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구청장실 앞 복도에 주민들은 자리를 잡고 앉아서 "학교 바로 앞 골프연습장 웬말인가", "학생 학습권과, 주민 조망권 침해하는 골프연습장 건축 승인 취소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주민 대표자들은 이 구청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끝내 거부당했다. 방 안에서 한참 나오지 않던 이 구청장은 뒤늦게 방에서 나왔다. 주민들 질문이 쏟아졌지만 어떤 답도 하지 않고 구청장실을 빠져나갔다.  

'학교 옆 골프연습장' 논란(학교 20m 바로 옆 '골프연습장' 논란...대구 달서구청에 "허가 취소" 민원 빗발)이 확산하고 있다. 학부모, 주민에 이어 시민단체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도원초·중·고 롯데·서한 실외골프연습장반대공동대책위원회'를 비롯해 대구환경운동연합,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전교조대구지부, 환경과생명을지키는대구교사모임, 전교조대구지부 국공립중등남부지회는 2일 오전 달서구청 앞에서 '도원동 골프연습장 건설 반대'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도원동 골프연습장 건설 반대 기자회견..."건축 허가를 즉각 취소하라"(2024.7.2)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도원동 골프연습장 건설 반대 기자회견..."건축 허가를 즉각 취소하라"(2024.7.2)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들 단체는 "골프연습장이 들어서면 소음·빛 공해로 학습권과 주거권 침해에 이어 자연생태계도 교란시킬 것"이라며 "지난 2004년과 2005년 주민들과 학교, 시민단체 반대로 이미 좌초된 사업인데 다시 건축 허가를 내 준 것은 달서구청의 비상식적인 결정"이라고 규탄했다. 

또 "건축 허가를 내주기 전에 전체적 정책협의를 통해 허가 적절성을 따져야 했지만 그러한 절차도 밟지 않았다"면서 "달서구청은 지금이라도 잘못된 행정을 시인하고 건축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도원고 20m 옆 학습권 침해 ▲인근 아파트 주민들 주거권 침해 ▲인근 도원지 천연기념물 제33호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 수달 등 생태복원축 훼손 ▲골바람으로 인한 대형 구조물 파손 안전 위험 등을 사업 철회 이유로 들었다. 

주민 대표자들이 항의서한을 들고 구청장 면담을 요청했지만, 구청 직원들이 입구 문을 막아 출입하지 못하고 있다.(2024.7.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주민 대표자들이 항의서한을 들고 구청장 면담을 요청했지만, 구청 직원들이 입구 문을 막아 출입하지 못하고 있다.(2024.7.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달서구 도원동 523 사유지에 공사 전 놓인 굴삭기...직선거리 20m에 대구 도원고등학교가 보인다.(2024.5.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달서구 도원동 523에 공사 전 놓인 굴삭기...직선거리 20m에 대구 도원고등학교가 보인다.(2024.5.3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경영 도원고등학교 학부모운영위원은 "철탑과 방음벽을 세운다고 하는데 학생들의 스트레스와 정신적 학대는 어떻게 할 것이냐"며 "공신력 없는 소음 자료로 무조건 문제가 없다니 도저히 신뢰가 가지 않는다. 달서구청은 실수를 인정하고 사업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철환 공대위 공동대표는 "도둑질 하듯 주민들과 학교 몰래 골프연습장을 허가했다"며 "건물 길이만 150미터, 높이만 33m에 이른다. 골프공 치는 소리에 사람도 동물도 살 수 없다"고 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달서구청은 그 일대를 매입해서라도 생태공원을 확장해야 한다"며 "개발사업을 할 게 아니라 공원으로 흡수해야 한다. 승인했으니 무조건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하지 말고, 행정력을 발휘해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달서구청의 입장은 여전하다. 건축과 관계자는 "사유지에 대한 법적으로 문제 없는 건축 허가"라며 "생활소음예측보고서, 조명측정평가표상 어떤 문제도 없다"고 말했다. 해당 업체는 건축 허가가 떨어진 뒤 해당 부지에 대한 착공 신고를 낸 상태다. 서류 미비가 없으면 공사는 바로 시작된다.     

(왼쪽부터)이태훈 달서구청장이 이진환 달서구의원으로부터 구정질의를 듣고 있다.(2024.6.26) / 사진.대구 달서구의회  

달서구의회도 건축 승인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힘 이진환 달서구의원(바선거구)은 지난 6월 26일 본회의에서 이 구청장에게 구정질의를 했다. 

이 의원은 "2005년 같은 사업에 대해 '건축허가 반려가 적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이미 있었고, 당시와 상황이 달라진 게 없는데도 허가를 내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타석에서 드라이브, 아이언으로 공을 치는데 '데시벨 0'? 이런 데이터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냐"면서 "대부분의 주민들이 반대한다. 반드시 재검토하고, 건축 허가를 취소해달라"고 요구했다.

이태훈 구청장은 "2005년 당시 건축 계획서에는 철탑에 그물망만 되어 있었고, 이번에 방음벽과 외벽이 있어 기준을 통과한 것으로 안다"며 "건축 승인을 내 준 것은 불허할 사유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번 더 확인을 해보고 다시 점검해보겠다"면서 "보완책을 세우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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