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구 학교급식실 조리실무원으로 13년째 근무한 A(57)씨는 지난해 8월 병원에서 폐암 판정을 받았다.
현재 A씨가 근무하는 중구 한 초등학교는 조리사 1명과 조리원 3명 등 모두 4명이서 300여명의 급식을 담당한다. 오전 8시에 출근해 8시 30분쯤 재료 검수와 다듬는 작업을 한다. 9시부터 밥을 안친 후 요리를 시작한다. 12시부터 배식을 시작해 1시쯤 끝이 나면 청소와 설거지를 2시간 반 정도 한다.
그러다 지난해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저선량 폐CT 검사를 받았다. 그해 8월 폐암 진단을 받고 무급휴직을 한 뒤 9월경 수술을 받았다. 이어 11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고, 현재 질병판정위원회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A씨는 "급식실 조리흄을 포함해 각종 세제 유해물질이 가득한 작업 환경과 과도한 식수 인원 담당 문제로 병가조차 제대로 못 내는 현실이 너무 속상하다"면서 "언젠가는 개선될 것이라고 믿으며 버티다가 폐암 환자가 됐고, 동료들은 근골격계 질환자가 됐다"고 토로했다.
#2. 북구 한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18년차 조리실무원 B(59)씨는 팔을 위로 들기 힘들어했다.
8년 전쯤 오른쪽 어깨를 수술한 데 이어 지난 3월 6일에는 왼쪽 회전근개 파열로 수술을 했기 때문이다. 이어 3월 26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넣고 현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B씨는 "아침 7시 반 검수 준비를 시작으로 하루 140kg이 넘는 쌀포대를 들고 나르고 씻기를 수차례 했다"면서 "큰 뜰채로 대용량 튀김을 건져 올리고 반죽하기를 반복하면 팔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은 고통을 느낀다"고 했다.
일하다 넘어지고, 데이고, 골절되는 대구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
지난해 발생한 산재는 70건으로, 전체 노동자의 산업재해율의 3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교육청(교육감 강은희)에 30일 확인한 결과, 지난해 대구지역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발생한 산업재해는 모두 70건이다.
직종별로 보면 조리실무원이 56명으로 가장 많았고, 시설관리 7명, 환경미화 3명, 조리사·영양사·통학 차량 각각 1명 순이었다.
재해 유형별로는 ▲넘어짐 21명 ▲근골격계 질환 14명 ▲화상 12명 ▲맞음 6명 ▲볼안전 행동 5명 ▲끼임·부딪힘 4명 ▲베임·떨어짐 2명이었다.
지난해 대구교육청 현업업무 종사자 재해율은 1.89%(전체 3,695명 중 재해자 70명)이다. 이는 전체 노동자의 재해율 0.66%의 3배나 되는 수준이다. 통계청의 2023년 '업종별 산업재해 현황'을 보면, 전체 노동자 수 2,063만7,107명 중 재해자 수는 13만6,796명이다.
노조는 "급식실을 포함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산재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인력 부족 때문"이라며 "노동강도 완화를 위해 인력을 충원하라"고 촉구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구지부(지부장 정경희)'는 30일 오전 대구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산재 위험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교육청은 이를 방치하고 있다"며 "안전 관리와 노동강도 완화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학교급식실 노동자들은 폐암뿐만 아니라 만성적인 근골격계 질환과 끊임없는 넘어짐, 화상 사고 등 각종 산재에 노출돼 있다"면서 "이는 노동자가 부족한 현실에서 배식 시간을 맞추기 위해 지나치게 서두르며 일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형적인 사고와 질병"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공기관인 교육청에서 지속적으로 높은 산재율을 기록하고 있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교육청이 현재의 상황을 방치한다면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투쟁을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정경희 학비노조 대구지부장은 "적은 인력으로 정해진 시간에 빨리 일을 하다 보니 산재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뜨거운 물과 기름, 미끄러운 바닥에 많은 식재료들을 들고 나르면서 밥을 안치고, 튀김을 한 뒤 수천명의 학생들에게 배식하다 보면 어깨가 떨어져 나간다"고 말했다. 또 "강은희 교육감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교직원과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힘을 쏟겠다고 했으면서 왜 이를 방치하냐"며 "미래에 노동자가 될 학생들이 보고 무엇을 배우겠냐"고 규탄했다.
대구교육청은 지난 2023년과 비교했을 때 재해자 수는 줄었으며, 산재를 조기에 예방하기 위해 각종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교육청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대구의 산재 발생률은 17개 시.도 교육청 중 14번째로 적은 편이고, 7개 특·광역시 중에서는 산재 발생 비율이 가장 낮다"고 반박했다. 이어 "A씨의 경우도 교육청에서 선제적으로 폐CT를 찍을 수 있도록 해 조기에 폐암을 발견했기 때문에 치료가 완료된 것"이라며 "교육청에서 급식노동자들을 상대로 검진 사업을 하지 않았다면 당사자는 폐암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더 심각한 상태가 됐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 2023년 대구교육청 관내 산재 발생 건수는 82건인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는 줄은 것"이라면서 "산재 신청이 근로자의 권리라는 내용의 교육과 현장 점검, 근골격계 예방을 위한 손목보호대 지급 등 급식노동자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구교육청 교육복지과 관계자는 "다른 시.도교육청과 비교했을 때 대구는 1인당 급식 인원이 낮은 편"이라며 "인력 확충보다는 근무환경 개선이나 업무 경감을 위해 시설 현대화 사업, 노후 급식기구 교체 등을 매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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