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견디기 힘든 가정폭력에 끝까지 맞서 세상에 알린 여성 생존자가 올해 성평등 디딤돌상을 수상했다.
반면 성평등 사회에 방해가 된 성평등 걸림돌에는 대구 고등학생들에게 여성혐오 발언을 한 유명 사교육 업체 메가스터디의 손주은(63) 회장이 선정됐다. 또 성평등 특별상에는 응원봉과 깃발을 들고 민주주의 광장을 지켰던 지역의 시·도민들이 뽑혔다.
대구여성단체연대회의와 전국여성노동조합 경북지부 등 40여개의 대구경북 시민단체·정당이 참여하는 '3.8 세계여성의날 기념 제31차 대구경북여성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송경인)'는 117주년 3.8 세계여성의 날인 8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CGV한일 앞에서 'TK 페미니스트가 민주주의를 구한다'를 주제로 제31차 3.8세계여성대회를 열고 '2025년 대구경북 성평등 디딤돌'과 '성평등 걸림돌' 수상자를 발표했다.
▲'성평등 디딤돌상'에는 대구지역에서 발생한 가정폭력의 생존자인 김민서씨를 선정했다.
조직위는 선정 이유에 대해 "우리 사회는 여전히 가정폭력을 사적인 일로 여겨 가정에서 해결 할 문제로 인식한다"며 "도움을 요청하거나 신고를 망설이게 한다"고 했다. 또 "피해자가 어렵게 용기 내 신고해도 상당 부분 형사처벌이 아닌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돼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다"면서 "폭력을 지속시켜 누군가 죽거나 죽여야 끝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정폭력 피해자 김씨는 이 상황에서 삶을 포기 않고 용기 내 끝까지 싸우고 대응해 여성폭력의 생존자가 되어 성평등에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결혼 생활 7년간 전 남편 A씨에게 심각한 가정폭력을 당했다. 이혼 후에도 스토킹에 시달렸다. 이 과정에서 전 남편은 김씨 집에 침입해 흉기로 10차례 상해를 입혔다. 13시간 대수술을 받고 깨어났지만 일부 장기가 영구 손상되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이후 재판 과정에서 김씨는 전 남편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며 지역의 여성단체들과 함께 자신의 사건을 공론화시키는 데 앞장섰다.
▲'성평등 걸림돌상'에는 메가스터디 손주은 회장을 뽑았다. 조직위는 "손 회장은 학생 대상 강연에서 여성을 혐오하고 비하하는 심각한 수준의 발언을 해 성평등 사회에 걸림돌이 됐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대구 한 고등학교는 지난해 11월 22일 1, 2학년 남녀 재학생 500여명을 대상으로 '공부해서 남 주자'라는 주제로 손주은 회장 초청 특강을 열었다. 손 회장은 특강 중 "대학 입시 특별전형에 10대가 출산하면 대학진학 결정권을 강력히 열어주는 제도를 써야 한다"며 "여학생들은 대한민국이 유지되려면 애를 낳는 것이 대학 가는 것보다 중요하다. 생각을 바꿔달라"고 말했다. 또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하지만 연애도 열심히 해야 한다"면서 "가능한 한 빨리 결혼해 빨리 애를 낳아야 한다. 결혼이 안되면 애부터라도 낳아라"고 했다. 여성단체는 "여성혐오", "시대착오", "성평등에 어긋나는 차별적 언사"라는 비판했다. 이어 메가스터디 측은 "의도와 달리 불편함을 느낀 표현이 있다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성평등 특별상'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12.3 비상계엄 내란사태' 이후 석달 넘게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응원봉과 깃발, 피켓을 들고 지역의 광장을 지킨 대구경북 시·도민들을 뽑았다.
조직위는 "TK 가부장적 문화에서 다양한 빛깔과 모양의 응원봉,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깃발, 유쾌한 피켓 문구로 존재를 당당히 드러낸 광장의 동지들"이라며 "혐오와 배제를 몰아내어 세대와 성적지향의 다름이 문제 되지 않는 성평등한 광장을 만들어 성평등 민주주의 실현에 기여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성평등 디딤돌·걸림돌 선정위원회'는 지난 2월 14~25일까지 온라인 설문과 이메일을 통해 수상자를 추천 받았다. 매년 세계여성의 날을 앞두고 지역사회 성평등 디딤돌과 걸림돌 수상자를 선정해 발표한다.
송경인 조직위원장은 "빵과 장미는 여성 생존권과 참정권을 의미한다"며 "120여년이 지난 오늘 우리 여성들에게 빵과 장미는 무엇인가. 그 당시와 특별히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현장의 임금 격차와 성폭력으로부터 생존 권리를 위협받고, 여전히 안전한 노동환경과 여성폭력없는 세상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윤석열 정권 하에서 온.오프라인을 불문하고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분노로 지지치말고 성평등한 세상을 위해 함께 나아가자"고 촉구했다.
대구경북여성대회조직위는 '여성선언문'을 통해 "여전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빵과 장미"라며 "세상을 바꾸고 변화의 물결을 만들겠다. 시대를 잇는 연대로 TK 페미니스트들이 민주주의를 구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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