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에 8일째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체감온도는 체온과 비슷한 35.7°C까지 올라 '찜통더위'가 이어졌다.
삼복더위(초복, 중복, 말복을 일컫는 삼복 기간의 몹시 심한 더위)에 전통시장 할머니들은 오늘도 거리에 난전을 펴고 불볕더위와 싸워가며 장사를 하고 있다. 난전 옆 아스팔트에서 올라온 지열로 뜨거운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동구 효목동 동구시장에는 2일 오후 파라솔 10여개가 줄지어 있었다. 과일이나 채소를 팔러 나온 할머니들은 "더워 죽겠다"고 말하며 전을 폈다. 파라솔 아래서 부채를 부치거나 휴대용 선풍기를 쐬며 각자 손님을 맞고 있었다.
▶선풍기, 부채, 얼음물에 의존..."더워도 어쩌겠나. 먹고 살려면 나와야지"
묵과 콩나물, 숙주를 파는 이모(68) 할머니는 작은 가방 안에 아이스팩을 넣고, 물에 적신 수건을 냉장고에 얼려 목에 둘렀다. 하지만 더위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듯 얼굴은 빨갛게 익었다.
이 할머니는 "얼음주머니를 가방에 넣고 다니지만, 날씨가 너무 더워 금방 녹아 미지근해진다"며 "근처 도로 아스팔트 열기도 대단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할머니는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12시간 동안 장사를 한다. 생계 때문에 더워도 나올 수밖에 없다. 그는 "아직까지 들어갈 돈이 많아 더워도 안 할 수가 없다"면서 "해마다 찾아오는 더위가 가장 힘들다. 그래도 우짜겠노. 먹고 살아야지"라고 말했다.
▶ 더위 먹어 몸살 난 70대 할머니, 또 복숭아 팔러 파라솔 아래에...
최모(75) 할머니는 며칠 전 이곳에서 복숭아를 팔다가 더위를 먹어 몸살이 났다.
복숭아를 다 팔지 못해 할 수 없이 오늘도 시장에 나와 파라솔 밑에 앉았다. 최대한 얇은 옷을 입고, 얼음물을 보냉백에 넣고 꾸준히 마셔봐도 더위가 가시지 않는다.
그는 "파라솔과 얼음물이 없으면 잠시도 있지 못한다"며 "집에 돌아가서 씻고 난 뒤 선풍기와 에어컨을 틀고 나면 꼼짝도 못 한다. 날이 너무 덥다"고 했다.
▶"더위 때문에 손님도 없어"...장사 일찍 접는 할머니도
옥수수와 가지, 오이 등을 파는 조모(74) 할머니는 더위 때문에 평소보다 장사가 안돼 오늘은 일찍 접었다. 목에 둘러 사용하는 휴대용 선풍기가 있지만 더운 바람만이 훅훅 나온다.
땀을 뻘뻘 흘리며 옥수수 껍질을 까고 있던 그는 "땡볕에 땀이 철철 흐른다"며 "여름에는 말도 안 나올 정도로 덥다. 원래 저녁까지 있는데 손님이 안 오니 오늘은 일찍 장사를 접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구마 줄기와 도라지 등을 파는 조모(79) 할머니는 흐르는 땀을 손수건으로 닦고 있었다. 온몸에 땀을 흘리며 좌판에 물건은 내놨지만, 장사가 안돼 걱정이다. 그는 "더워서 사람들이 잘 안 나오는 것 같다"며 "뭐 하러 나오겠나. 해가 지는 오후 7시까지는 계속 있어볼 것"이라고 했다.
김모(81) 할머니는 선풍기나 부채 등 더위를 피할 어떤 도구도 없이 땡볕 아래서 복숭아를 팔고 있었다. 햇빛이 얼굴에 비치지 않도록 썬캡과 땀을 닦을 수건뿐이었다. 그는 "바람이 조금 불어 엄청 덥지는 않다"며 "오래 여기 있지는 않는다. 다 팔면 간다"고 말했다.
▶대구시·동구청 "시장에 쿨링포그 설치...노점상 지원은 없어"
지자체들은 연이은 폭염에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노점상들을 대상으로 한 폭염 대책은 전무하다.
대구시 자연재난과 관계자는 "고령 농업인, 쪽방 거주민, 건설노동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폭염 대책은 마련했지만, 야외에 있는 모든 직종으로 확대해 실시하지는 않는다"며 "노점 상인들도 비정기적으로 시장에 오고, 구.군을 통해서도 특정일에 장사하는지에 대한 현황을 받지를 못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 자체적으로 쿨링포그(Cooling fog.물을 안개 형태로 뿌리는 기계) 등 폭염 저감 시설 설치비를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구청 민생경제과 관계자는 "동구시장에 폭염 저감을 위해 지원하고 있는 것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매년 1개소씩 시비 지원으로 시장 내 쿨링포그 설치 사업을 하고 있지만, 아직 동구시장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시장 노점상에 대한 지원도 아직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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